
SEO업체 선정, 개발자가 리드하지 않으면 실패하는 이유
SEO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기술적 아키텍처의 문제입니다. 기술 리더십이 결여된 SEO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와 CTO가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공유합니다.
송찬영
CTO

CTO로서 가장 난감한 순간 중 하나는 마케팅팀이 이미 계약을 끝낸 뒤 "이제 개발팀에서 태그만 심어주시면 됩니다"라며 SEO(검색엔진 최적화) 프로젝트를 들고 올 때입니다. 솔직히 말해, 이런 경우의 90%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단순히 메타 태그 몇 개 수정하고, robots.txt를 손본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트래픽 상승이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기술 리더십의 관점에서, 그리고 비즈니스를 함께 고민하는 C-Level 임원으로서 저는 SEO를 단순한 마케팅 활동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것은 아키텍처의 문제이자, 사용자 경험(UX)의 핵심이며, 데이터의 구조화 싸움입니다. 오늘은 왜 많은 기업들이 외부 파트너와 협업할 때 실패를 겪는지, 그리고 기술 리더가 이 과정에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화려한 제안서 뒤에 숨겨진 함정
저희 회사도 초기 단계에서 트래픽 성장이 정체되었을 때,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던 적이 있습니다. 여러 미팅을 진행했고, 화려한 그래프와 보장된 상위 노출 순위를 약속하는 제안서들을 받아보았습니다. 당시 우리는 개발 리소스가 부족했고, 누군가 마법처럼 우리 서비스를 구글 첫 페이지에 올려주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계약 직후 발생했습니다. 그들이 보내온 '기술 진단 리포트'는 처참했습니다. 우리 서비스는 SPA(Single Page Application) 기반의 React로 구축되어 있었는데, 그들이 요구한 것은 정적 페이지에서나 통할 법한 고전적인 HTML 태그 수정 목록이었습니다. SSR(Server Side Rendering)이나 Hydration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텍스트가 부족하니 본문에 키워드를 더 넣으세요"라는 피드백만 반복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곳은 우리 도메인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며 질 낮은 백링크(Backlink)를 대량으로 생성하는 블랙햇(Black Hat) 기법을 은근슬쩍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제가 기술적 검토 없이 그 제안을 승인했다면, 우리 서비스는 구글 검색 결과에서 영구적으로 퇴출당할 수도 있었습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기술적 맥락을 이해하는 파트너의 중요성
이 뼈아픈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것은 명확합니다. 현대의 SEO는 기술적 기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Next.js나 Nuxt 같은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렌더링 전략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고, Core Web Vitals 점수를 높이기 위해 이미지 로딩 방식이나 자바스크립트 번들 사이즈를 최적화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키워드 분석만 잘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 서비스의 기술 스택을 이해하고 개발팀과 '대화'가 통하는 SEO업체를 찾아야 했습니다. 마케팅 용어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Canonical URL 설정이 잘못되어 중복 콘텐츠로 잡히고 있습니다" 혹은 "LCP(Largest Contentful Paint) 시간이 너무 길어 크롤링 예산이 낭비되고 있습니다"와 같이 엔지니어링 관점의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파트너여야 합니다.
CTO가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
그렇다면 기술 리더는 어떤 기준으로 파트너를 검증해야 할까요? 제가 실무에서 적용하는 몇 가지 기준을 공유합니다.
첫째, 개발팀과의 협업 방식을 구체적으로 묻습니다.
좋은 파트너는 개발팀의 백로그(Backlog)에 들어갈 티켓을 구체적으로 발행해 줍니다. "사이트 속도를 높이세요"가 아니라, "특정 페이지의 Third-party 스크립트 로딩 순서를 defer로 변경하여 TBT(Total Blocking Time)를 줄이세요"라고 요청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저는 미팅 때 개발자가 직접 참여하여 그들이 사용하는 기술 용어와 문제 해결 접근 방식을 확인합니다.
둘째, 데이터 기반의 성과 측정을 요구합니다.
단순히 "트래픽 증가"를 목표로 삼지 마십시오. 오가닉 트래픽(Organic Traffic)의 전환율, 이탈률, 그리고 세션 체류 시간 등 구체적인 지표를 어떻게 추적하고 개선할 것인지 물어야 합니다. Google Search Console과 GA4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해서 분석하는지 보면 그들의 역량을 알 수 있습니다.
셋째, 최신 기술 트래픽에 대한 이해도입니다.
최근 검색 환경은 AI Overview(구 SGE)의 등장으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단순 검색 노출을 넘어, LLM이 우리 콘텐츠를 잘 학습하고 인용할 수 있도록 구조화된 데이터(Schema.org)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결국 내재화가 답이다
역설적이게도, 훌륭한 SEO업체와 일하면 일할수록 "결국 우리가 직접 해야 하는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외부 파트너는 방향을 잡아주고 기술적 감사를 해줄 수는 있지만, 실제로 코드를 수정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는 우리 내부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SEO는 훌륭한 콘텐츠와 쾌적한 사용자 경험이 만나는 지점에서 완성됩니다. 개발자는 시맨틱 태그를 꼼꼼히 챙기고, 퍼포먼스를 최적화하며, 기획자는 검색 의도에 맞는 콘텐츠를 설계해야 합니다. 외부 전문가는 이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각지대를 비춰주는 '러닝메이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금 검색 최적화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섣불리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개발팀 리더와 마주 앉아 우리 서비스의 구조적 문제를 먼저 진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술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마케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니까요. 기술과 마케팅이 긴밀하게 결합될 때, 비로소 검색창 너머의 고객을 만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