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O대행 성과보고서, 예쁘게 포장된 숫자에 속지 않고 GA4로 제대로 검증하는 법
SEO대행사의 화려한 리포트 뒤에 숨겨진 허수 트래픽을 잡아내고, GA4를 통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를 검증하는 3가지 핵심 방법과 체크리스트를 공유합니다.
김형철
CEO / PM

매월 첫째 주가 되면 제 메일함에는 여러 파트너사에서 보낸 리포트들이 쌓입니다. 그중에서도 마케팅 대행사나 SEO 파트너가 보낸 성과보고서는 유독 화려합니다. 그래프는 우상향하고 있고, '노출수 증가', '유입량 폭발' 같은 긍정적인 단어들이 눈에 띕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아, 우리 트래픽이 이렇게 늘었구나, 다행이다"하고 안도하며 결재 버튼을 눌렀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그 예쁜 그래프 뒤에 숨겨진 진짜 문제를 발견하고 등골이 서늘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한창 성장 중이던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를 총괄할 때의 일입니다. 당시 우리는 꽤 큰 비용을 들여 외부 업체에 SEO대행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보고서상으로는 트래픽이 전월 대비 30%씩 성장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실제 매출이나 회원 가입 전환율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소폭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개발팀 리더와 함께 로그를 뜯어보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 겁니다.
알고 보니 트래픽의 상당수가 우리 서비스의 핵심 타겟과는 전혀 무관한, 소위 '허수 키워드'나 봇에 가까운 유입이었습니다. 단순히 '유입량'이라는 숫자 하나를 맞추기 위해 의미 없는 트래픽을 끌어모으고 있었던 것이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대행사가 나쁜 마음을 먹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명확한 KPI를 주지 않고 데이터로 검증하지 않으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된다는 사실을요.
오늘은 저처럼 보고서의 숫자에 속아 소중한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PM이자 비즈니스 리더의 관점에서 SEO대행 성과를 GA4(Google Analytics 4)로 냉정하게 검증하는 방법을 공유하려 합니다.
1. 전체 세션이 아니라 '오가닉 서치'의 질을 봐야 합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GA4 대시보드의 '전체 사용자 수'나 '세션 수'만 보는 것입니다. 대행사 리포트에서도 이 전체 숫자의 증가를 강조하곤 하죠. 하지만 우리는 '획득(Acquisition)' 보고서로 더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GA4에서 보고서 > 획득 > 트래픽 획득으로 이동한 뒤, '세션 소스/매체'를 필터링해 보세요. 여기서 google / organic, naver / organic 등으로 찍히는 순수 검색 유입 데이터만 발라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참여 세션(Engaged Sessions)' 비율을 확인하세요. 단순히 들어왔다가 1초 만에 나가는 트래픽은 우리 서버 비용만 축내는 짐일 뿐입니다.
제가 겪었던 실패 사례에서는 오가닉 유입은 늘었지만, 평균 참여 시간은 5초 미만이었습니다. 이는 콘텐츠가 검색 의도와 맞지 않거나, 낚시성 키워드로 유입되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2. 랜딩 페이지별 전환 기여도를 추적하세요
"어떤 키워드로 들어왔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로 들어와서 무엇을 했는가"입니다. SEO대행 업체가 작업한 특정 블로그 포스트나 랜딩 페이지들이 실제로 비즈니스 목표에 기여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GA4의 참여 > 페이지 및 화면 보고서를 열고, SEO 작업이 집중된 페이지들을 살펴보세요. 여기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지표는 '이벤트 수(전환)'입니다. 회원 가입 버튼 클릭, 뉴스레터 구독, 데모 신청 등 우리가 설정한 핵심 전환 이벤트가 해당 페이지에서 발생하고 있나요?
만약 특정 페이지의 조회수(Views)는 수만 건인데 전환이 '0'이라면, 그 페이지는 비즈니스적으로 가치가 없습니다. 리포트에는 "상위 노출 달성"이라고 적혀 있겠지만, PM 입장에서는 "전환 실패"로 읽어야 합니다. 저는 이 데이터를 근거로 대행사에 "노출 순위는 낮아져도 좋으니, 구매 전환율이 높은 롱테일 키워드로 전략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제야 실질적인 매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3. 사용자 탐색 분석으로 이탈 경로를 파악하세요
GA4의 강력한 기능 중 하나인 '탐색(Explore)' 분석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어디서 길을 잃는지 볼 수 있습니다. '경로 탐색 분석(Path exploration)'을 통해 오가닉 서치로 들어온 사용자가 랜딩 페이지 이후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 추적해 보세요.
대행사가 작성한 콘텐츠가 훌륭하다면, 사용자는 그 글을 읽고 우리 서비스의 메인 페이지나 가격 정책 페이지로 이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가 랜딩 페이지에서 바로 세션을 종료하거나, 전혀 엉뚱한 페이지로 빠져나간다면 이는 콘텐츠 내의 CTA(Call To Action) 설계가 잘못되었거나 콘텐츠의 퀄리티가 낮다는 신호입니다.
저는 이 분석을 통해 우리 블로그의 기술 아티클들이 개발자들에게는 인기가 많지만, 정작 비즈니스 의사결정권자들에게는 너무 어려워서 이탈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행사와 협의하여 콘텐츠의 톤앤매너를 전면 수정하기도 했죠.
실전 검증 체크리스트
막상 데이터를 보려고 하면 막막할 수 있습니다. 매월 리포트를 받을 때 다음 세 가지만이라도 꼭 확인해 보세요.
참여율(Engagement Rate) 비교: 전체 평균 참여율 대비, SEO 유입(Organic Search)의 참여율이 현저히 낮은가? (낮다면 타겟팅 실패)
신규 사용자 vs 복귀 사용자: SEO로 유입된 사용자가 이후에 다시 우리 서비스를 찾는 비율(Retention)이 있는가? (일회성 트래픽인지 검증)
전환당 비용(CPA) 역산: 대행 비용을 SEO를 통해 발생한 실제 전환 수로 나누었을 때, 광고비 집행(Paid Marketing)보다 효율적인가?
SEO는 마법이 아닙니다. 기술적인 최적화와 양질의 콘텐츠가 결합되어야만 성과가 나오는 지난한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반드시 데이터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이나 예쁜 그래프 대신, GA4의 날카로운 숫자로 대행사와 소통하세요.
처음에는 대행사 측에서 까다로운 클라이언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데이터 기반의 피드백을 줄 때, 실력 있는 파트너라면 오히려 반가워하며 전략을 수정해 올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SEO대행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우리 제품의 성장을 견인하는 강력한 투자가 됩니다. 이번 달 보고서부터는 꼭 GA4를 켜고 꼼꼼히 뜯어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