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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다음은 SSD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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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다음은 SSD였다

키오시아가 도요타와 소프트뱅크를 제치고 일본 시총 1위에 올랐다. 그런데 진짜 이야기는 주가가 아니라, AI 인프라 경쟁이 연산에서 기억 계층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데 있다.

송찬영

CTO

키오시아가 도요타와 소프트뱅크를 제치고 일본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2026년 6월 중순 시총이 51조엔을 넘었다고 FT가 보도했다. 6월 19일 주가는 108,600엔, 최근 1년 상승률은 약 4,655%, 2024년 12월 상장가 1,455엔과 비교하면 약 75배다.

어두운 데이터홀에서 스토리지 드라이브로 흘러들어 쌓이는 데이터 스트림

주가보다 충격적인 건 실적이다. 2026년 4월부터 6월 한 분기의 예상 영업이익이 직전 1년 전체 영업이익보다 약 49% 많다. 손익계산서의 단위 자체가 바뀐 상황이다. 솔직히 처음엔 또 반도체 사이클 광풍인가 했다. 그런데 들여다보니 이건 단순 메모리 종목 얘기가 아니었다.

AI는 답할 때마다 기억을 만든다

AI 학습 경쟁에서 병목은 GPU와 HBM이었다. 그런데 AI가 추론과 에이전트 단계로 넘어가자 문제의 자리가 바뀌었다. 모델이 답할 때마다 저장하고 다시 불러와야 할 데이터가 폭증한다. 과거 대화 문맥, KV 캐시, RAG 데이터베이스, 에이전트의 작업 기록, 이미지와 영상 같은 생성 결과까지.

모델이 커지는 것뿐 아니라, 모델이 기억해야 할 세계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래서 SSD의 역할이 바뀐다

작고 빠른 칩에서 대용량 저장 장치로 내려가는 메모리·스토리지 계층 구조

NVIDIA는 CMX와 Storage-Next로 SSD를 GPU 메모리 계층의 일부로 쓰는 구조를 제안했다. 기존 SSD가 결과를 저장하는 디스크였다면, AI 시대의 SSD는 GPU가 문맥을 꺼내 쓰는 확장 메모리 계층이 된다.

오해하면 안 된다. SSD가 HBM을 대체한다는 뜻이 아니다. 비싼 HBM 아래에 더 크고 저렴한 기억 계층이 하나 더 붙는 것이다. GPU 캐시에서 HBM으로, 다시 SSD로, 대용량 스토리지로 내려가는 위계가 생긴다.

키오시아는 이 변화에 제품을 맞췄다

키오시아는 기억 계층의 자리마다 다른 SSD를 준비했다. KV 캐시를 빠르게 읽고 쓰는 고대역폭 CM Series는 NVIDIA CMX용으로, GPU 메모리 제약을 보완하는 초고성능 GP Series는 Storage-Next용으로 설계하고 있다. RAG 데이터와 생성 결과를 담는 LC Series는 표준 E3.L 규격에서 최대 245TB를 제공한다.

그리고 시장이 흥분한 숫자가 있다. 키오시아가 Investor Day에서 인용한 TechInsights 전망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AI 추론용 플래시 수요는 연평균 86% 성장한다. 전체 플래시 시장 22%, 데이터센터 시장 46%와 비교하면 그 기울기가 다르다. 스마트폰과 PC 중심이던 NAND 시장이 AI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이건 인용된 전망이고, 실제 수요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는 폭증했다

클린룸에서 빛을 받아 든 NAND 플래시 웨이퍼 한 장

실적은 이미 숫자로 나왔다. 직전 회계연도(2026년 3월기) 매출은 2조 3,376억엔으로 37% 늘었고, 영업이익은 8,704억엔으로 92.7%, 순이익은 5,545억엔으로 103.6% 증가했다. 2026년 4월부터 6월 분기의 예상 영업이익은 약 1조 3천억엔, 예상 영업이익률은 약 74%다.

반도체 공장은 주문이 늘었다고 바로 생산을 늘릴 수 없다. 과거 공급 과잉으로 생산과 투자를 조정해 둔 상태에서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갑자기 폭증했다. 수요 증가와 공급 제한이 겹치며 NAND 가격이 올랐고, 판매량만이 아니라 가격 상승과 고부가 데이터센터 제품 확대가 함께 실적에 반영됐다. 키오시아는 타이트한 수급이 FY2027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회사의 정체성도 바뀌고 있다

키오시아의 목표는 분명해 보인다. 소비자 메모리 회사에서 AI 인프라 회사로 옮겨가는 것이다. 데이터센터 제품 비중을 키우고, AI용 고성능 SSD를 강화하고, 1년 단위 계약을 다년 공급계약으로 전환하고, 변동성이 큰 NAND 사업구조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2028회계연도까지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다만 주의할 점

중요한 회사가 된 것과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은 다른 문제다. 확인해야 할 것이 세 가지다. 첫째, NAND 가격. 공급이 늘면 다시 하락할 수 있다. 둘째, 실제 도입 속도. CMX와 Storage-Next가 얼마나 빠르게 AI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지가 관건이다. 셋째, 메모리 산업의 순환성. NAND는 여전히 공급 부족과 공급 과잉이 반복되는 산업이다. 지금의 기대에는 실적뿐 아니라 새 스토리지 구조가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섞여 있다.

GPU가 두뇌라면, SSD는 기억이다

그래서 내가 이번에 다시 새긴 문장은 이거다. AI 인프라 경쟁은 더 이상 연산 성능만의 싸움이 아니다. 더 많은 문맥을 저장하고, 더 빠르게 데이터를 옮기고, 필요한 기억을 즉시 불러오는 능력까지 AI 성능을 가르기 시작했다.

GPU가 AI의 두뇌라면, SSD는 AI의 기억 시스템이 되고 있다. 다음 병목은 늘 모두가 안 보던 자리에서 나온다. 당신은 지금 어디를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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