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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가는 제품의 비밀: 위니 더 푸가 가르쳐준 '레거시'의 가치 - 100주년을 맞는 위니 더 푸의 사례를 통해, IT 제품이 추구해야 할 지속 가능한 전략과 레거시의 진정한
Product Management

100년 가는 제품의 비밀: 위니 더 푸가 가르쳐준 '레거시'의 가치

100주년을 맞는 위니 더 푸의 사례를 통해, IT 제품이 추구해야 할 지속 가능한 전략과 레거시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PM의 시선으로 분석합니다.

김형철

CEO / PM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의 CEO이자 프로덕트 매니저 김형철입니다.

IT 업계에서 '10년'은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 아니라, 생태계 자체가 뒤집히는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프레임워크와 GenAI 도구들 속에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빠르게 배포하고, 빠르게 실패하라"고 외칩니다. 그런데 최근 접한 한 외신 기사는 제품의 수명주기(Product Lifecycle)에 대해 제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바로 곰돌이 푸, '위니 더 푸(Winnie-the-Pooh)'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BBC 보도에 따르면, 이 꿀을 좋아하는 곰은 다가오는 2025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1925년 런던의 한 신문 단편으로 세상에 나온 이 '최소기능제품(MVP)'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곰 인형의 사례를 통해, 우리 개발자와 PM들이 추구해야 할 '지속 가능한 제품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개발자에게 '레거시'란 무엇인가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에게 '레거시(Legacy)'라는 단어는 꽤 오랫동안 부정적인 의미였습니다. 우리는 늘 레거시 코드를 걷어내고 싶어 하고, 기술 부채(Tech Debt)를 청산하기 위해 리소스를 투입합니다.

풀링포레스트 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3년 전 작성된 코드는 '낡은 것' 취급을 받고, 최신 스택인 Next.js나 Rust로 재작성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푸의 100년을 보며 저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 중 100년 뒤에도 살아남을 기능이 단 하나라도 있을까?"

위니 더 푸의 배경이 된 영국의 애쉬다운 숲(Ashdown Forest)은 연간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안전 문제로 교체된 원조 '푸스틱 다리(Poohsticks Bridge)'의 구조물은 2021년 경매에서 무려 13만 1천 파운드(약 2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낡고 부서진 나무 조각이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인정받은 것입니다.

우리가 경멸하던 레거시가 누군가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헤리티지(Heritage)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데이터로 보는 IP의 확장성

푸의 성공 요인을 PM의 관점에서 분석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포인트가 보입니다.

  • 스케일업(Scale-up)의 모멘텀: 1925년 신문 연재가 초기 런칭이었다면, 1961년 디즈니의 판권 인수는 본격적인 글로벌 스케일업 단계였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푸는 단순한 동화책을 넘어 거대한 미디어 프랜차이즈로 도약했습니다.

  • 글로벌 PMF(Product-Market Fit): 애쉬다운 숲 투어 운영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방문객의 90%가 영국 외부, 특히 북미 지역에서 온다고 합니다. 로컬 콘텐츠가 완벽하게 글로벌 시장의 니즈와 부합했다는 증거입니다.

  • 플랫폼으로서의 공간: 이야기는 '숲'이라는 물리적 공간(Platform) 위에 얹혀졌습니다. 지역 의회는 100주년 행사를 위해 약 45만 파운드의 공공 자금을 투입해 산책로를 정비하고 팝업 북 설치물을 조성합니다. 이는 잘 구축된 플랫폼이 지속적인 트래픽을 유발하고, 재투자를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기술 기업들은 기능(Feature)의 나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쟁사보다 더 빠른 속도", "더 많은 AI 기능 탑재" 같은 스펙 싸움에 몰두합니다. 하지만 100년을 가는 힘은 스펙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UX)의 본질'에서 나옵니다.

위니 더 푸가 기술적으로 복잡한가요? 아닙니다. 곰과 소년의 우정, 그리고 엉뚱한 모험이라는 단순한 코어 밸류(Core Value)가 100년 동안 변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반면 우리는 너무 자주 핵심 가치를 바꾸고, 리브랜딩을 시도하며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았나 반성해봅니다.

저는 이번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우리 팀의 제품 로드맵 수립 원칙을 다음과 같이 재정의했습니다.

  1. 기술이 아닌 문제에 집중할 것: Cursor나 Claude 같은 최신 도구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해결하려는 고객의 문제가 '본질적'인지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2. 레거시를 재해석할 것: 오래된 코드가 비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비즈니스 로직은 수많은 시행착오의 결과물입니다. 무조건적인 삭제보다는, 그 가치를 유지하면서 현대화(Modernization)하는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3. 스토리를 만들 것: 기능 명세서(Spec)가 아닌, 사용자가 우리 제품을 통해 겪게 될 이야기(User Story)를 설계해야 합니다. 기능은 잊혀지지만 경험은 기억됩니다.

마치며

애쉬다운 숲의 낡은 다리가 수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듯, 지금 여러분이 작성하고 있는 코드 한 줄, 기획서 한 장이 훗날 누군가에게 큰 영감을 주는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당장의 트래픽과 전환율(CVR)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한 걸음 물러나 긴 호흡으로 제품을 바라보셨으면 합니다. "이 제품이 10년 뒤에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여러분의 기획과 개발 방향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100년 뒤에도 기억될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제품을 만들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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