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사이트제작만 하면 실패할까요? 제품 관리자가 겪은 3가지 함정
사이트 제작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품 관리자(PM)로서 겪은 3가지 함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MVP 전략, 데이터 기반 UX, 기술 부채 관리 방안을 공유합니다.
김형철
CEO / PM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만들어봅시다. 기능은 다 들어가야 하고, 디자인은 애플처럼 깔끔하게요."
몇 년 전, 클라이언트 미팅이나 내부 킥오프 회의에서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기획서만 완벽하면 개발은 따라올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 자신감은 오만이었고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대규모 사이트제작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의 일입니다. 기획 단계에서 우리는 완벽한 기능을 꿈꿨습니다. 회원가입부터 결제, 커뮤니티, 그리고 복잡한 관리자 대시보드까지 모든 것을 한 번에 쏟아부으려 했죠. 개발팀은 밤을 새웠고, 디자이너는 픽셀 하나까지 집착했습니다. 오픈 당일, 우리는 샴페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픈 직후 마주한 것은 축배가 아니라 사용자의 침묵, 그리고 쏟아지는 버그 리포트였습니다. 트래픽은 예상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고, 그나마 들어온 유저들은 "너무 복잡해서 못 쓰겠다"는 피드백만 남기고 이탈했습니다.
가장 뼈아팠던 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진짜 문제는 우리가 '고객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에 취해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때의 실패는 저에게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단순히 코드를 짜고 화면을 그리는 행위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가치를 검증하는 과정으로서 사이트제작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오늘은 제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정립한, 실패하지 않는 프로덕트 구축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 함정: MVP를 'Minimum'이 아닌 'Maximum'으로 착각하다
많은 초기 창업자나 주니어 PM들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MVP(Minimum Viable Product)의 정의를 오해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래도 로그인할 때 소셜 로그인은 다 있어야지", "결제 수단은 적어도 3개는 붙여야지" 하며 기능을 하나둘씩 추가하다 보니, 어느새 MVP가 아니라 'Full Feature Product'가 되어버렸습니다.
리소스는 한정적인데 범위가 넓어지니 퀄리티는 필연적으로 떨어집니다. 개발팀은 일정에 쫓겨 레거시 코드를 양산하게 되고, QA(품질 보증) 과정은 생략되기 일쑤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이트는 겉보기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래성에 불과합니다.
해결책: 핵심 가치 하나에 집중하는 '뺄셈의 미학'
이제 저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팀원들에게 묻습니다. "이 기능을 빼면 서비스가 멈추나요?" 그렇지 않다면 과감히 덜어냅니다. 랜딩 페이지 하나에 신청 폼만 붙여서 고객의 반응을 먼저 보는 것이 수천만 원을 들여 완벽한 사이트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을 때가 많습니다. 노션(Notion)이나 우피(Oopy) 같은 노코드 툴을 활용해 가설만 빠르게 검증하는 것도 훌륭한 전략입니다. 개발 리소스는 그 가설이 검증된 후에 투입해도 늦지 않습니다.
두 번째 함정: 사용자가 아닌 '내부자'를 위한 UX
"관리자가 편해야 운영이 잘 된다"는 논리로 백오피스 기능 개발에 전체 리소스의 절반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정작 고객이 사용하는 프론트엔드단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데 말이죠.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려다 보니, 사이트의 내비게이션은 복잡해지고 사용자는 길을 잃었습니다.

해결책: 데이터 기반의 사용자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
이제는 감으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앰플리튜드(Amplitude)나 GA4 같은 데이터 분석 툴을 초기부터 세팅해두고, 사용자가 어디서 이탈하는지 추적합니다. 사이트제작 단계에서부터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여기서 불편할 것 같아요"라는 주관적 의견 대신, "퍼널 전환율이 여기서 20% 떨어지니 이 버튼 위치를 바꿉시다"라고 숫자로 대화해야 합니다. 내부자의 편의보다 사용자의 클릭 한 번을 줄이는 것이 비즈니스 성패를 가릅니다.
세 번째 함정: 기술 부채를 무시한 '일단 배포'
오픈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일단 하드코딩으로 박아넣고 나중에 고치자"는 유혹은 언제나 달콤합니다. 하지만 경험상 '나중'은 절대 오지 않더군요. 스파게티 코드로 엉킨 사이트는 기능을 하나 수정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버그가 터집니다. 결국 유지보수 비용이 초기 개발 비용을 넘어서는 시점이 오고, 그때는 리팩토링이 아니라 재개발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해결책: 초기 아키텍처 설계와 지속적인 리팩토링
초기 단계라고 해서 아키텍처를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확장성을 고려한 모듈화가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Cursor 같은 AI 코딩 어시스턴트나 Claude 등을 활용해 코드 리뷰를 자동화하고, 기본적인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개발 생산성을 높이되, 아키텍처 설계와 같은 고차원적인 고민에는 사람의 리소스를 집중해야 합니다. 기술 부채는 대출과 같습니다. 적절히 쓰면 성장의 레버리지가 되지만, 감당 못 할 수준이 되면 파산에 이릅니다.
성공적인 사이트 구축을 위한 체크리스트
마지막으로, 지금 사이트제작을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분들을 위해 제가 실무에서 꼭 챙기는 체크리스트를 공유합니다.
핵심 가치 정의: 우리 서비스의 '단 하나의 기능'은 무엇인가? 그것만 남기고 다 뺄 수 있는가?
데이터 설계: 오픈 첫날부터 어떤 지표(Metric)를 볼 것인가? 트래킹 코드는 심어져 있는가?
확장성 고려: 지금 선택한 기술 스택이 1년 뒤 트래픽이 10배 늘었을 때도 유효한가?
운영 효율화: 반복적인 배포 과정이 CI/CD 파이프라인으로 자동화되어 있는가?
사이트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웹페이지를 띄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비즈니스의 논리를 시장에 증명하는 과정이자, 사용자와 대화하는 첫 번째 창구를 여는 일입니다. 저의 뼈아픈 실패담이 여러분의 프로젝트에는 튼튼한 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완벽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대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하세요. 그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