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자의 덕질이 쏘아 올린 작은 공: Wii U 게임패드 복제기
풀링포레스트 테크리드 김영태가 전하는 하드웨어 리버스 엔지니어링의 묘미. Wii U 게임패드 복제 프로젝트를 통해 본 개발자의 호기심과 기술적 성찰을 다룹니다.
김영태
테크리드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테크리드 김영태입니다.
개발자로 살다 보면 가끔 '도대체 이걸 왜 하지?' 싶은 프로젝트에 꽂힐 때가 있습니다. 회사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순수한 호기심 하나로 며칠 밤을 새우는 그런 일들 말이죠. 저에게는 최근에 본 유튜브 영상 하나가 그런 불씨를 댕겼습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거든요. "So I started cloning the Wii U gamepad".
솔직히 처음엔 그냥 웃어넘기려고 했습니다. "Wii U? 그 망한 콘솔의 패드를 굳이 왜 복제해?" 싶었죠. 하지만 영상을 재생하고 5분 뒤, 저는 제 책상 서랍을 뒤지며 라즈베리 파이와 납땜 도구를 찾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 영상에서 받은 영감과, 하드웨어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우리 백엔드 개발자들에게 주는 묘한 자극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왜 하필 Wii U 게임패드인가?
영상 속 크리에이터가 Wii U 패드를 복제하려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PC에서 Wii U 에뮬레이터를 돌릴 때, 진짜 패드처럼 화면을 스트리밍하고 싶어서"였죠. 닌텐도 Wii U는 본체와 게임패드가 무선으로 연결되어 화면을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기술로는 꽤 혁신적인 저지연(Low Latency) 스트리밍 기술이 들어갔던 기기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역공학(Reverse Engineering)과 프로토콜 분석이었습니다. 단순히 껍데기만 만드는 게 아니라, 와이파이 다이렉트와 유사한 통신 방식을 뜯어보고, 비디오 스트림을 가로채서 내가 만든 기기로 쏘는 과정이 필요했으니까요.
여기서 백엔드 개발자인 제가 전율을 느낀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 패킷을 뜯어보는 맛'입니다.
패킷 캡처, 개발자의 기본기이자 필살기
우리가 평소에 만드는 API 서버도 결국은 요청과 응답, 즉 패킷의 흐름입니다. 주니어 시절, 저는 프론트엔드에서 보낸 데이터가 서버에 안 들어온다고 불평만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사수분이 조용히 와이어샤크(Wireshark)를 켜서 패킷을 보여주셨죠. "영태 님, 여기 TCP 헤더 보세요. 데이터는 잘 오는데, 애플리케이션 레벨에서 파싱을 못 하고 있네요."
그때의 부끄러움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영상의 주인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닌텐도의 독자 규격을 알아내기 위해 무선 신호를 캡처하고, 16진수(Hex)로 된 데이터 덩어리들을 하나하나 분석합니다.
// 가상의 패킷 분석 예시
0x4A 0x01 0x00 0x03 ... -> 이건 헤더인가?
0xFF 0xFF ... -> 여긴 페이로드 같은데?이런 원시 데이터를 보며 "아, 이 바이트가 버튼 입력값이구나!", "이 부분이 비디오 프레임의 시작이구나!"를 찾아내는 과정. 이건 우리가 레거시 시스템을 마이그레이션 할 때 문서도 없는 코드를 보며 "이 변수가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라고 추적하는 과정과 소름 끼치게 닮아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
풀링포레스트에서 저는 주로 인프라와 백엔드를 다루지만, 결국 이 모든 코드는 물리적인 서버(하드웨어) 위에서 돌아갑니다. 클라우드 시대라 물리 서버를 직접 만질 일은 줄었지만, 하드웨어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영상에서 주인공은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를 사용해 패드 기능을 구현합니다. 리눅스 커널을 건드리고, 드라이버를 직접 작성하죠. 저도 예전에 IoT 프로젝트를 하면서 디바이스 드라이버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센서 데이터가 자꾸 끊기길래 네트워크 문제인 줄 알고 애꿎은 공유기만 탓했었는데, 알고 보니 커널의 인터럽트 처리 방식 문제였죠.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해서 모니터 속 세상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데이터가 물리적인 전파를 타고 날아가는 과정, 메모리에 적재되는 방식, CPU가 명령어를 처리하는 사이클을 이해하면 최적화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Redis가 왜 빠를까?"를 고민할 때 단순히 "메모리 기반이라서"라고 답하는 것과, 메모리 액세스 타임과 디스크 I/O의 차이를 숫자로 이해하는 것은 천지 차이니까요.
삽질의 가치: 실패해도 괜찮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수없이 많은 실패 과정이었습니다. 영상 속에서 주인공은 보드를 태워 먹기도 하고, 화면이 깨져서 노이즈만 나오는 상황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 망했네"하고 끄는 게 아니라, 오실로스코프를 찍어보고 로그를 다시 봅니다.
우리 업무도 그렇지 않나요? 야심 차게 배포한 기능이 500 에러를 뿜어낼 때, 트래픽이 몰려 DB CPU가 100%를 찍을 때. 그때 필요한 건 좌절이 아니라 냉철한 분석입니다.
"로그를 보자. 메트릭을 확인하자. 어디서 병목이 걸렸지?"
이 프로젝트를 보며 저도 주말 동안 창고에 박혀있던 라즈베리 파이를 꺼내 먼지를 털었습니다. 당장 Wii U 패드를 만들 건 아니지만, 집 안의 온습도 데이터를 수집해서 그라파나(Grafana)로 시각화하는 작은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해볼까 합니다.
마치며
개발자 여러분, 가끔은 업무와 상관없는 '쓸데없는 짓'을 해보시길 권합니다. 남들이 보기엔 시간 낭비일지 몰라도, 그 안에서 패킷 하나, 바이트 하나와 씨름하며 얻는 '야생의 지식'은 언젠가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를 구해줄 겁니다. 저도 오늘 밤엔 키보드 대신 납땜 인두를 잡아볼 생각입니다. (손 데지 않게 조심해야겠지만요.)
여러분의 '쓸데없지만 위대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커피 챗이나 댓글로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네요. 오늘도 버그 없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