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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개발, '코드 짜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 소프트웨어 개발이 단순히 코드를 짜는 기술직을 넘어,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임을 CT
Culture & Philosophy

소프트웨어개발, '코드 짜기'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소프트웨어 개발이 단순히 코드를 짜는 기술직을 넘어,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임을 CTO의 관점에서 조언합니다.

송찬영

CTO

"CTO님, 저 이제 코드만 짜고 싶어요. 회의랑 기획서 작성은 너무 지칩니다."

얼마 전, 팀 내 유능한 주니어 개발자 한 분이 면담 시간에 털어놓은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친구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신입 시절에는 검은색 터미널 창과 IDE만 바라보고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했거든요.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을 깔끔한 함수로 정리했을 때의 쾌감, 테스트 코드가 초록불로 통과될 때의 안도감. 그것만이 소프트웨어개발의 본질이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조직을 이끄는 입장이 되어보니, 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이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코드는 수단일 뿐,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모니터 밖에 있었으니까요. 오늘은 코딩이라는 낭만 뒤에 숨겨진, 진짜 개발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기술 부채라는 이름의 시한폭탄

과거 초기 스타트업에서 리드 개발자로 일할 때의 일입니다. 당시 우리는 "일단 돌아가게 만들자"는 기조 아래 미친 듯이 기능을 찍어냈습니다. 투자자 미팅 일정이 잡히면 밤을 새워서라도 데모를 완성했죠. 코드는 스파게티처럼 엉켜 있었지만, 겉보기에 서비스는 잘 돌아갔습니다. 우리는 그걸 '빠른 실행력'이라고 자부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가 성장하고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진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간단한 기능 하나를 수정하는 데 3일이 걸리기 시작했고, 배포 날만 되면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급하게 만든 코드는 확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문서화는 전무했습니다. 신규 입사자가 들어와도 온보딩에만 한 달이 넘게 걸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했던 건 소프트웨어개발이 아니라, 그저 '기능 구현'에 불과했다는 것을요. 비즈니스의 속도를 기술이 따라가지 못해 발목을 잡는 순간, 그 조직의 기술 리더십은 실패한 것입니다. 화려한 기술 스택이나 최신 프레임워크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 조직의 속도에 맞는 적절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코드 너머의 '맥락'을 읽어야 합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는 팀의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쳤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왜(Why)"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개발자가 기획서대로 코드를 짜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 팀에서 "회원가입 버튼 색깔을 빨간색으로 바꿔주세요"라는 요청이 왔다고 칩시다. 예전 같으면 바로 CSS 파일을 열었겠지만, 이제는 되묻습니다. "왜 빨간색으로 바꾸려고 하시나요? 클릭률(CTR)이 문제인가요, 아니면 브랜드 컬러 변경 때문인가요?"

이 질문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꿉니다. 만약 클릭률이 문제라면 버튼 색상이 아니라 버튼의 위치나 문구가 문제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가입 프로세스 자체가 너무 복잡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개발자는 데이터와 논리를 바탕으로 더 나은 기술적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정의하는 진정한 의미의 소프트웨어개발입니다. 문제를 코드로 해결하기 전에, 문제 자체를 정의하는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이죠.

CTO로서 제안하는 개발자의 성장 로드맵

지금 단순히 주어진 기능을 구현하는 것에 매몰되어 있다면,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다음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첫째, 비즈니스 임팩트를 이해하고 있는가?
내가 지금 작성하는 이 코드가 회사의 매출에, 혹은 사용자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숫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리팩토링해서 코드가 깔끔해졌어요"라는 말보다, "API 응답 속도를 200ms 단축시켜서 이탈률을 5% 줄였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고 있는가?
개발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획자, 디자이너, QA 엔지니어와의 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를 줄이는 것도 개발자의 능력입니다. 명확한 API 명세서 작성, 이해하기 쉬운 커밋 메시지, 그리고 비개발자도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설명하는 능력은 연차가 쌓일수록 코딩 실력보다 더 중요해집니다.

셋째, AI와 도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
최근 저는 팀원들에게 Cursor나 Claude 같은 AI 도구 활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보일러 플레이트 코드 작성이나 단순 디버깅은 이제 AI에게 맡겨야 합니다. 인간 개발자는 아키텍처 설계, 보안 이슈 검토, 그리고 비즈니스 로직의 정합성 판단과 같은 고차원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합니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개발자는 코드를 빨리 치는 사람이 아니라, AI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아키트입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소프트웨어개발은 단순히 컴퓨터 언어를 구사하는 기술직이 아닙니다. 기술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현실 세계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인 활동입니다.

주니어 시절에 겪는 막막함은 당연한 성장통입니다. 하지만 그 막막함을 단순히 '코딩 스킬 부족'으로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야를 모니터 밖으로 조금만 더 넓혀보세요. 동료들의 고민이 보이고, 회사가 나아가려는 방향이 보일 겁니다. 그때부터 여러분의 코드는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강력한 엔진이 될 것입니다.

저희 풀링포레스트에서도 기술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사람'과 '문제 해결'이 있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에러 로그와 싸우고 있을 모든 개발자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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