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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개발, 코드를 짠다는 것 그 이상의 이야기 - 전직 CTO가 깨달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본질. 단순한 코딩을 넘어 비즈니스 가치 창출과 맥락 이해, 그리고
Culture & Philosophy

소프트웨어개발, 코드를 짠다는 것 그 이상의 이야기

전직 CTO가 깨달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본질. 단순한 코딩을 넘어 비즈니스 가치 창출과 맥락 이해, 그리고 AI 시대의 개발자 역량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송찬영

CTO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처음 CTO 직함을 달았을 때, 저는 '최고의 코드'가 곧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고 믿었습니다. 밤을 새워가며 완벽한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티끌 하나 없는 클린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개발자의 미덕이자 전부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스타트업이라는 거친 정글에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런칭하고, 때로는 쓰라린 실패를 맛보며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프트웨어개발은 단순히 IDE를 켜고 코드를 입력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건 전체 과정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몇 년 전, 야심 차게 준비했던 신규 서비스 런칭 때의 일입니다. 기술 스택은 최신이었고, MSA(Microservices Architecture) 구조는 교과서처럼 완벽했습니다. 개발팀은 기술적 챌린지를 해결하며 희열을 느꼈죠. 그런데 막상 배포 날짜가 다가오자 문제가 터졌습니다. 마케팅팀이 원했던 핵심 기능은 후순위로 밀려 있었고, 운영팀은 관리자 페이지가 너무 복잡해서 쓸 수 없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우리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지만, 비즈니스적으로는 '사용 불가능한' 제품을 내놓을 뻔했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아, 내가 기술적 자아도취에 빠져 있었구나." 개발자가 빠지기 가장 쉬운 함정은 코드를 작성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진짜 목적은 코드를 통해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 이후 저는 개발 프로세스를 완전히 뜯어고쳤습니다. 단순히 Jira 티켓을 오른쪽으로 옮기는 것이 일이 아니라고 정의했습니다. 개발자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여 '왜(Why)'를 묻게 했습니다. "이 기능이 왜 필요하죠?", "이걸 구현하면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가 전달되나요?"라는 질문이 코드 리뷰보다 더 중요해졌습니다.

진정한 소프트웨어개발은 '코드'가 아닌 '컨텍스트'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특히 AI가 코드를 대신 짜주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 능력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알고리즘을 최적화하는 능력이 1순위였다면, 지금은 AI 도구인 Cursor나 Claude에게 올바른 맥락을 전달하고, 생성된 결과물이 전체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는지 판단하는 설계 능력이 핵심 역량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실무에서 더 나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제가 팀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체크리스트를 공유합니다.

첫째, 기술 부채를 두려워하지 않되,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속도가 생명입니다. 완벽한 구조를 잡느라 3개월을 보내는 것보다, 조금 지저분하더라도 1개월 만에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는 게 나을 때가 많습니다. 단, '나중에 고치자'라고 생각하고 주석만 달아두는 것은 금물입니다. 반드시 리팩토링 일정을 스프린트에 포함시키세요.

둘째,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는 코드를 작성하세요. 여기서 말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이란 단순히 주석을 많이 달라는 뜻이 아닙니다. 변수명 하나, 함수 구조 하나가 동료 개발자에게 말을 걸고 있어야 합니다. "이 함수는 유저 데이터를 검증하는 역할이야"라고 코드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죠. 복잡한 로직을 짰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로직을 만드는 것이 진짜 실력입니다.

셋째, AI를 동료로 받아들이세요. 이제 개발자는 '코더(Coder)'가 아니라 '아키텍트(Architect)'이자 '감독(Director)'이 되어야 합니다. 반복적인 보일러플레이트 코드 작성은 AI에게 맡기고, 여러분은 시스템의 안정성, 확장성, 그리고 비즈니스 로직의 정합성을 검증하는 데 집중하세요. 풀링포레스트에서도 AI를 적극 도입한 이후, 개발자들은 단순 코딩 시간은 줄이고 설계와 문제 해결 고민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되었습니다.

소프트웨어개발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코드는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죠. 저도 여전히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설레고, 깔끔한 코드를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기술이 우리 팀과 사용자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합니다.

여러분도 모니터 속의 코드 라인에서 잠시 눈을 돌려, 옆자리의 동료와 우리 제품을 사용할 고객을 바라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개발은 그곳에서 시작되니까요. 오늘도 버그와 싸우며 묵묵히 커밋을 올리고 있을 모든 개발자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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