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가끔은 '시스 로드'가 되어야 하는 이유: 사이드 프로젝트의 미학
효율과 비즈니스 가치에 갇힌 개발자들에게 전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미학. 때로는 엉뚱하고 쓸모없는 '딴짓'이 우리를 더 창의적인 문제 해결사로 만듭니다.
김영태
테크리드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테크리드 김영태입니다.
개발자로서 매일 아침 뉴스를 훑다 보면, 새로운 프레임워크나 획기적인 아키텍처 패턴 같은 '거창한' 소식에 눈이 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 해커뉴스에서 제 눈길을 사로잡은 건 대단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아주 엉뚱한 제목이었습니다. "Show HN: Sith Lord 테마로 내 웹사이트를 리메이크했습니다 — 재미있었으면 합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피식 웃었습니다. 바쁜 현업 개발자가 개인 홈페이지를 스타워즈 악당 테마로 꾸미는 데 시간을 쏟다니요. 하지만 그 사이트를 찬찬히 뜯어보면서, 저는 최근 잊고 지냈던 중요한 사실 하나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우리는 회사에서 늘 '효율'과 '비즈니스 가치'라는 단어에 갇혀 지냅니다. 풀링포레스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엔드 로직 하나를 짤 때도 이게 트래픽을 얼마나 감당할지, 레거시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유지보수는 용이한지를 따집니다. 물론 시니어 개발자로서 당연한 책임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코드를 작성하는 행위가 순수한 창작보다는 정해진 규격에 맞춰 부품을 조립하는 '작업'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퇴근 후에도 기술 블로그를 보며 "이걸 우리 MSA 구조에 어떻게 적용하지?"만 고민하고 있었죠.
그런 제게 이 '쿠키 엔지니어(Cookie Engineer)'라는 개발자의 포트폴리오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를 단순한 이력서가 아니라 하나의 놀이터로 만들었습니다. 메뉴를 누르면 마치 제국군의 컴퓨터에 접속한 듯한 UI가 펼쳐지고, 심지어 쿠키 동의 팝업조차 게임으로 만들어버렸더군요.
프로젝트 목록을 보면 더 가관입니다(좋은 의미로요). 'RogueBerry One'이라는 이름으로 Hackberry Pi용 OS를 만들고, 20년도 더 된 로지텍 MX-518 마우스 수리 가이드를 진지하게 작성해 두었습니다. Golang의 Mutex 사용법이나 CI/CD 파이프라인 보안 같은 심도 있는 기술 글 사이에, 순수하게 재미만을 위한 프로젝트들이 섞여 있는 모습이 묘한 해방감을 주었습니다. 그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깔끔한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진짜 엔지니어링'을 하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주니어 시절엔 그랬습니다. 아무도 쓰지 않을 채팅 서버를 밤새워 만들고, 리눅스 커널을 건드려보며 시스템을 망가뜨리기도 했죠. 그때 배운 지식들이 사실 지금 제가 트러블슈팅을 할 때 가장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반면 최근엔 너무 '쓸모 있는' 기술만 쫓다 보니 오히려 사고가 경직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발자에게는 가끔 '딴짓'이 필요합니다.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언어로 토이 프로젝트를 하거나, 생산성과는 거리가 먼 비효율적인 코드를 짜보는 경험 말입니다. 이 사이트의 제작자가 "Made with 💔 in Germany"라고 적어둔 것처럼, 기술에 대한 애정과 약간의 장난기가 섞일 때 우리는 비로소 기계적인 코더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문제 해결사가 됩니다.
풀링포레스트 팀원들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최근에 코드를 짜면서 "와, 이거 진짜 재밌다"라고 느껴본 적이 언제인가요? 만약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이번 주말에는 업무와 관련된 학습은 잠시 접어두고, 여러분만의 '시스 로드 테마'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이 엉뚱한 게임이든, 괴짜 같은 CLI 도구든 상관없습니다. 그 쓸모없는 즐거움이 결국 우리를 더 나은 개발자로 만들어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