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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개발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진짜 이유: 코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였습니다 -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 실패의 진짜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소통에 있습니다. 요구사항의 오해, 일정 산
Product Management

프로그램개발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진짜 이유: 코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였습니다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 실패의 진짜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소통에 있습니다. 요구사항의 오해, 일정 산정의 함정, 커뮤니케이션 부재를 극복하는 법을 알아봅니다.

송찬영

CTO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셀 수 없이 많은 프로젝트를 실패했습니다. 화려하게 킥오프 미팅을 하고, 완벽해 보이는 아키텍처 다이어그램을 그리고, 팀원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던 그 모든 프로젝트들이 말이죠. CTO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지금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면 등골이 서늘할 때가 있습니다. 과거의 실패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거든요.

우리는 흔히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프로젝트가 망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레거시 코드가 너무 꼬여 있어서", "선택한 프레임워크가 성능 이슈를 일으켜서", "AWS 비용이 감당이 안 돼서" 같은 이유들을 댑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회고해 보면, 기술 자체가 원인이었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결국 그 도구를 다루는 방식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균열이 시작되더군요.

오늘은 제가 뼈저리게 겪었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프로그램개발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진짜 원인들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요구사항이라는 이름의 신기루

몇 년 전, 꽤 규모가 큰 B2B 솔루션 개발을 맡았을 때의 일입니다. 기획팀에서 가져온 요구사항 문서는 그야말로 '완벽'해 보였습니다.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기능 명세서, 픽셀 단위까지 지정된 디자인 가이드. 개발팀은 환호했죠. "이대로만 만들면 되겠다!"라고요. 우리는 외부와 차단된 채 3개월 동안 미친 듯이 코딩만 했습니다. 밤샘은 기본이었고, 주말도 반납했죠.

하지만 막상 결과물을 들고 고객을 만났을 때, 돌아온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이 기능은 우리가 원하던 게 아닌데요?" "이 버튼은 왜 여기 있죠? 작업 흐름이랑 전혀 안 맞아요."

우리는 문서를 구현했지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요구사항은 고정된 불변의 진리가 아닙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비즈니스 환경은 변하고, 고객의 마음도 바뀝니다. 초반에 정의된 스펙을 맹신하고 소통의 문을 닫아버린 것, 그것이 첫 번째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개발자가 "기획서대로 했는데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 프로젝트는 이미 실패를 향해 가고 있는 겁니다.

일정 산정의 함정과 '희망 회로'

또 다른 흔한 실패 요인은 비현실적인 일정입니다. 보통 이런 식으로 진행되죠. 경영진이 묻습니다. "이거 언제까지 돼요?" 개발 팀장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합니다. '순수 개발 시간 2주, 테스트 1주... 넉넉잡아 한 달이면 되겠지?' 그리고 대답합니다. "한 달이면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합니다. 갑자기 운영 서버가 터져서 3일을 날리고, 라이브러리 버전 호환성 문제로 1주일을 씨름합니다. 팀원이 독감에 걸려 결근하기도 하죠. 우리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갈 때'를 가정하고 일정을 잡습니다. 엔지니어링에서는 이를 'Happy Path'라고 하죠. 하지만 프로그램개발 과정은 결코 행복한 경로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예전에 무리하게 약속한 일정을 맞추려다 '기술 부채'라는 이자를 엄청나게 쓴 적이 있습니다. 테스트 코드는 생략하고, 하드코딩으로 로직을 때워 넣었죠. 결국 배포 당일 치명적인 버그가 터졌고, 그 후 6개월 동안 기능을 추가하는 시간보다 버그를 잡는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일정을 지키려다 제품의 퀄리티와 팀의 사기를 모두 잃어버린 뼈아픈 경험이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각자의 성만 쌓는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사일로(Silo)' 현상입니다. 기획팀은 기획만 하고, 디자인팀은 그림만 그리고, 개발팀은 코드만 짭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착각합니다.

제가 겪었던 최악의 사례는 API 연동 시점이 되어서야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개발자가 처음으로 대화한 경우였습니다. 데이터 구조가 전혀 맞지 않았고, 서로 다른 프로토콜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문서에 다 있는데 왜 안 봤어요?"라는 비난만 오갔습니다.

개발자는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비즈니스 로직을 코드로 번역하는 통역가이자, 문제 해결사입니다. 기획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이 기능은 기술적으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 이렇게 우회하는 건 어떨까요?"라고 제안해야 합니다. 이런 대화가 없는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재작업과 갈등을 낳습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제언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패를 피하기 위해 제가 지금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1. 작게 시작하고 빠르게 실패하세요.

    3개월짜리 거대 프로젝트를 2주 단위의 스프린트로 쪼개세요. 2주마다 동작하는 소프트웨어를 고객(혹은 내부 이해관계자)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으세요. 방향이 틀렸다면 빨리 아는 것이 비용을 아끼는 길입니다.

  2. '버퍼'는 게으름이 아닙니다.

    일정을 산정할 때 반드시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고려한 버퍼(Buffer)를 포함하세요. 개발자라면 누구나 아는 '호프스태터의 법칙'이 있죠. "일은 언제나 예상보다 오래 걸린다. 심지어 호프스태터의 법칙을 고려해도 그렇다."

  3. '왜(Why)'를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기획서가 내려왔을 때, "이걸 왜 만들어야 하죠? 어떤 고객 문제를 해결하나요?"라고 물어야 합니다. 개발자가 비즈니스 맥락을 이해해야 엉뚱한 기능을 만드는 삽질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결국은 사람과 문화

기술 스택을 무엇을 쓰느냐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Java냐 Python이냐, React냐 Vue냐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팀이 실수를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비난보다 해결책을 먼저 찾는지, 그리고 비즈니스의 목표를 모두가 한 방향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입니다.

프로그램개발 프로젝트의 성공은 화려한 코드가 아니라, 팀원들 간의 촘촘한 신뢰와 끊임없는 소통 위에 세워집니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힘겨우신가요? 코드를 잠시 멈추고, 옆 자리 동료와 커피 한 잔 하면서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야기 나눠보시길 권합니다. 의외로 해답은 모니터 밖, 사람 사이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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