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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말이 제품 전략을 망치는 이유 -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제품 전략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만드는 이유를 분석하고, 지리적 구분
Product Strategy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말이 제품 전략을 망치는 이유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제품 전략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만드는 이유를 분석하고, 지리적 구분이 아닌 행동 패턴 중심의 시장 정의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최PM

시니어 Product Manager

제품 로드맵 미팅이나 투자 제안서(IR)를 검토하다 보면 가장 흔하게, 그리고 가장 무심코 사용되는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는 아시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입니다" 또는 "우리의 목표는 글로벌 시장입니다"라는 문장입니다.

이 문장들은 겉보기에는 야심 찬 비전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의 관점에서, 특히 냉정한 비즈니스 분석의 렌즈로 들여다보면 이 표현은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것은 "아직 우리는 구체적인 타깃 고객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혹은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뒤로 미루고 있습니다"라는 고백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왜 '글로벌 시장', '아시아 시장', '미국 시장'과 같은 지리적 구분이 제품 전략에 있어 무책임한 표현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구조화된 사고로 전환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국가는 행정의 단위이고, 시장은 행동의 단위입니다

우리가 흔히 범하는 가장 큰 오류는 국가(Country)와 시장(Market)을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국가는 법, 제도, 영토라는 행정적 경계로 나뉩니다. 반면, 시장은 인간의 문제(Problem), 행동(Behavior), 그리고 의사결정 패턴(Decision-making Pattern)으로 나뉩니다.

이 두 가지 개념이 혼용되는 순간, 제품 전략은 추상적인 구호로 전락합니다. 다음의 명제를 한번 곱씹어 보시기 바랍니다.

  • 같은 여권을 가졌다고 해서 같은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닙니다.

  • 같은 언어를 쓴다고 해서 구매 결정 프로세스가 동일하지 않습니다.

  • 같은 통화를 사용한다고 해서 가격 민감도(WTP)가 같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미국 시장에서는..."이라고 말하지만, 단일한 '미국 시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존재하는 것은 특정 맥락(Context) 안에서 특정 문제에 반응하고, 그 결과로 구매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들뿐입니다. 즉, 시장은 지도 위의 라벨이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 패턴의 집합'으로 정의되어야 합니다.

2. 같은 언어와 통화가 시장의 동질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미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영어와 달러를 공용으로 사용한다는 점은 마치 미국이 거대하고 단일한 시장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이는 지도 위에서만 유효한 환상입니다.

뉴욕의 중견기업 재무 관리자와 텍사스 교외의 소상공인을 상상해 보십시오. 두 사람은 모두 영어를 쓰고 달러로 결제하지만, 제품 관점에서는 완전히 다른 우주에 살고 있습니다.

  • 의사결정 구조: 재무 관리자는 결재 라인을 거쳐야 하지만, 소상공인은 즉시 결정합니다.

  • 리스크 허용도: 기업은 안정성을 중시하지만, 소상공인은 당장의 현금 흐름을 중시할 수 있습니다.

  • 소프트웨어의 역할: 전자에게는 통제 도구이지만, 후자에게는 생존 도구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뉴욕 내에서도 월스트리트의 금융맨, 브루클린의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 퀸즈의 이민자 자영업자는 각기 다른 제품 전략을 요구합니다. 이 모든 다양성을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뭉뚱그리는 순간, 우리의 GTM(Go-To-Market) 전략은 날카로움을 잃고 맙니다.

3. '한국 시장'조차 하나가 아닌데, 왜 밖은 하나라고 착각할까요?

우리는 국내 서비스를 기획할 때 매우 세밀한 페르소나를 설정합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30대 전문직 여성'과 '지방 신도시에 거주하는 40대 전업주부'를 같은 시장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국경만 넘으면 그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베트남 시장', '일본 시장'이라는 단일한 덩어리로 인식하려 할까요?

이는 일종의 인지적 게으름이거나, 혹은 낯선 시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방어기제일 수 있습니다.

PM을 위한 제언: 지도가 아닌 행동을 봐야 합니다

'글로벌 진출'이라는 모호한 목표 대신, 우리는 더 좁고 깊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1. 행동 기반 세분화 (Behavioral Segmentation):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겪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는가?

  2. 맥락의 유사성 (Contextual Similarity): 서울의 개발자와 샌프란시스코의 개발자는 국적은 다르지만, '코드 품질 관리'라는 문제 앞에서는 같은 시장일 수 있습니다.

  3. 검증 가능한 단위: '유럽 시장'을 테스트할 수는 없지만, '베를린 테크 스타트업의 HR 담당자'는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제품 관리자로서 우리는 추상적인 단어 뒤에 숨지 말아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는 말 대신 "전 세계 어디에 있든, [특정 문제]를 겪고 있으며 [특정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전문가 집단을 겨냥한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시장은 국경선이 아니라, 고객의 고통(Pain point)이 머무는 곳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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