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OOLING FOREST
"당신의 제품이 최악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PM이 해야 할 일 - 고객의 강렬한 비난을 마주했을 때 PM이 취해야 할 심리학적 대응 전략과 실리콘밸리 사례를 통해 혐오를 팬덤
Product Management

"당신의 제품이 최악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PM이 해야 할 일

고객의 강렬한 비난을 마주했을 때 PM이 취해야 할 심리학적 대응 전략과 실리콘밸리 사례를 통해 혐오를 팬덤으로 바꾸는 4가지 원칙을 알아봅니다.

김형철

CEO / PM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에서 CEO이자 PM으로 일하고 있는 김형철입니다.

제품을 만들다 보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바로 우리가 밤새워 만든 기능에 대해 고객이 "쓰레기 같다", "이걸 돈 받고 파느냐" 같은 격렬한 비난을 쏟아낼 때입니다. 솔직히 말해, 저도 그런 피드백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식은땀이 흐르고 억울함에 잠을 설쳤습니다. '이 사람이 우리 백엔드 로직의 복잡성을 몰라서 그래', '이건 엣지 케이스일 뿐이야'라며 속으로 수백 번도 더 반박했죠. 하지만 경험이 쌓이며 깨달은 사실은, 그 순간의 방어 기제가 제품과 팀을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린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화제가 되었던 CodeRabbit의 사례와 심리학적 관점을 빌려, PM이 '강렬한 혐오'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생존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피드백은 '온도 조절기'와 같습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낼까요? 단순히 제품이 별로라서가 아닙니다. 심리학적으로 대중의 피드백은 일종의 '평판 온도 조절 장치(Thermostat)' 역할을 합니다.

대중은 마음속에 당신의 제품에 대한 적정 가치(설정 온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회사가 스스로를 실제보다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느끼면, 대중은 그 온도를 낮추기 위해 일부러 더 가혹한 비판을 가합니다. "너희는 80점이 아니라 50점이야"라고 말하고 싶을 때, 사람들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너희는 0점이야!"라고 외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때 우리가 "아니요, 우리는 훌륭합니다"라고 맞서면 어떻게 될까요? 고객은 우리가 여전히 현실을 모른다고 판단하고, 다이얼을 더 세게 돌려버립니다. 논리적인 반박이 오히려 감정적인 혐오를 증폭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치명적인 반면교사: CodeRabbit 사태

최근 AI 코드 리뷰 도구인 CodeRabbit이 겪은 소동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한 사용자가 제품의 UX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일입니다. 초기 대응을 맡은 엔지니어는 훌륭하게 대처했습니다. 하지만 CEO가 개입하면서 상황이 꼬였습니다.

CEO는 불만을 제기한 사용자를 "무지하다(ignorant)"고 표현하고, 그 피드백이 중요하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겼으며, 심지어 인디 개발자 그룹 전체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습니다. 창업자로서 자신의 제품이 공격받는 것에 대한 억울함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경쟁사들에게는 호재가 되었고, 커뮤니티의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습니다. 사용자의 '감정'을 무시하고 '사실(혹은 자존심)'로 싸우려다 발생한 참사입니다.

혐오를 팬덤으로 바꾸는 4가지 대응 전략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풀링포레스트 팀이 VOC(Voice of Customer)를 처리하며 정립해나가고 있는 대응 원칙을 공유합니다.

1. 정보와 감정을 분리하되, 감정부터 처리하세요.
고객의 피드백에는 '팩트(버그, 불편함)'와 '감정(좌절감,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섞여 있습니다. PM은 본능적으로 팩트부터 바로잡으려 합니다. "그건 버그가 아니라 스펙입니다"라고 말이죠. 하지만 상대방의 감정이 해소되지 않으면 팩트는 들리지 않습니다. 우선 그들의 좌절감에 공감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닿았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2. 과할 정도로 책임을 인정하세요 (Over-index on Responsibility).
이것이 핵심입니다. 고객이 우리를 깎아내리려 할 때, 우리가 먼저 바닥까지 엎드리면 고객은 균형을 잃습니다. "이 부분은 저희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전적으로 저희의 부족함입니다.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대응해보세요.
상대가 공격할 명분을 스스로 없애버리는 겁니다. 사람은 누군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책임을 질 때, 오히려 "아, 그렇게까지 말하실 건 아니고요..."라며 뒤로 물러서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평판의 온도를 맞추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3. 방어하지 말고 설명하세요.
책임을 인정한 뒤에야 비로소 '설명'이 가능해집니다. 이때도 톤(Tone)이 중요합니다. "당신이 틀렸다"는 뉘앙스가 아니라, "우리가 이런 의도로 설계했으나, 결과적으로 당신에게 불편을 드렸다. 배경은 이러했다"라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세요. 방어적인 태도를 버리는 순간, 고객은 비로소 우리의 설명을 '변명'이 아닌 '정보'로 받아들입니다.

4. 사과는 깔끔하게, 그리고 Action Item을 제시하세요.
사과문에 "하지만", "그렇지만" 같은 접속사를 넣지 마세요.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어떻게 고칠 것인지(Hotfix 배포 일정, 로드맵 수정 등), 재발 방지 대책은 무엇인지 간결하게 서술하세요. 비굴해질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프로페셔널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결론: 자존심 대신 신뢰를 얻으세요

PM이나 창업자에게 제품은 자식과도 같습니다. 누군가 내 자식을 욕하면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순간의 말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오히려 지는 것이 이기는 게임이 바로 고객 대응입니다.

고객이 쏟아내는 '혐오'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관심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무관심이 가장 무서운 적이니까요. 그 에너지를 잘 받아내어 유도할 수만 있다면, 가장 강력한 안티는 가장 충성스러운 팬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오늘도 트래픽과 싸우고, VOC와 씨름하는 모든 기획자와 개발자분들을 응원합니다. 억울한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읽으신 내용, 귀사에 적용해보고 싶으신가요?

상황과 목표를 알려주시면 가능한 옵션과 현실적인 도입 경로를 제안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