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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개발자인 당신은 무엇을 읽었나요? - 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풀링포레스트 백엔드 개발자가 해커뉴스 스레드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되돌아본
Culture & Philosophy

2025년, 개발자인 당신은 무엇을 읽었나요?

2025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풀링포레스트 백엔드 개발자가 해커뉴스 스레드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되돌아본 개발자의 독서와 성장에 관한 성찰을 담았습니다.

김테크

8년차 개발자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백엔드 개발자 김테크입니다.

벌써 2025년도 저물어갑니다. 여러분의 한 해는 어떠셨나요? 저는 올해 유독 트래픽 스파이크와 씨름하느라 Datadog 대시보드와 커밋 로그만 뚫어져라 쳐다본 기억이 가득합니다. 연말이 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 올해 책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었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올해 제 독서 목록의 8할은 Claude나 ChatGPT가 요약해 준 기술 문서, 혹은 스택오버플로우의 답변들이었습니다. 효율이라는 명목하에 '떠먹여 주는 지식'에만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났습니다. 마침 해커뉴스(Hacker News)에 "2025년에 무엇을 읽으셨나요?"라는 흥미로운 스레드가 올라왔더군요. 전 세계의 개발자와 테크 피플들이 남긴 댓글들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다 보니, 마치 제 머릿속을 디버깅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조금 나눠보려 합니다.

텍스트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다

개발자에게 '읽기'는 생존 기술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읽는 것들의 질(Quality)은 어떨까요? 해커뉴스의 한 유저(arvid-lind)는 "올해 AI가 생성한 텍스트를 책 한 권 분량은 읽었겠지만, 내 삶과 진짜 관련된 깊이 있는 독서는 부족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 문장을 보고 뼈를 맞은 듯했습니다.

저 역시 급한 기능을 구현할 때 공식 문서를 정독하기보다, Cursor에게 "이거 구현해 줘"라고 시키고 나온 코드 조각만 훑어보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장의 문제는 해결되지만, 기술의 근본적인 원리나 아키텍처에 대한 통찰은 점점 얕아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지혜'는 고갈되는 역설적인 상황이죠.

다시 기본으로: 기술적 깊이를 채우는 책들

스레드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여전히 많은 시니어 개발자들이 소위 '벽돌 책'이라 불리는 고전들을 다시 집어 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데이터 중심 애플리케이션 설계(Designing Data-Intensive Applications, DDIA)'가 여러 번 언급되었습니다. 2025년에도 이 책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MSA 환경에서 분산 시스템의 일관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본 분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특정 프레임워크 사용법은 1년이면 구식이 되지만, 트랜잭션 격리 수준이나 레플리케이션 지연 같은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으니까요.

또한 '보안을 고려한 설계(Secure by Design)''소프트웨어 아키텍처의 기초(Fundamentals of Software Architecture)' 같은 책들도 추천 목록에 올랐습니다. 연차가 찰수록 코드 레벨의 최적화보다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보는 눈이 필요해지는데, 이런 책들이 그 시야를 넓혀주는 좋은 레퍼런스가 됩니다.

코드 밖의 세상: 비즈니스와 멘탈 관리

개발자라고 기술 서적만 읽는 건 아닙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제품화하려는 한 유저(primaprashant)는 'Obviously Awesome''Building a StoryBrand'를 추천했습니다.

저도 올해 인프라 비용 절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경영진을 설득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요. 기술적으로 얼마나 대단한지가 아니라, 이것이 비즈니스에 어떤 가치를 주는지를 설명하는 게 훨씬 어려웠습니다. "코드는 컴퓨터가 이해하지만, 제품은 사람이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휴식'입니다. '머더봇 다이어리(Murderbot Diaries)''익스팬스(The Expanse)' 같은 SF 소설을 읽으며 현실의 버그에서 잠시 도피하는 것도 훌륭한 전략입니다. 복잡한 로직에서 벗어나 상상력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 뇌를 위한 가비지 컬렉션(GC) 아닐까요?

2026년을 준비하며: 단 한 권이라도 깊게

어떤 유저는 올해 목표 15권을 거의 달성했다고 자랑했지만, 저는 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커뉴스의 댓글들을 보며 제가 내린 결론은 '주체적인 읽기'를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AI가 요약해 준 3줄 요약 대신, 저자의 호흡을 따라가며 문장 행간의 의미를 곱씹어보는 경험. 그것이 레거시 코드를 리팩토링할 때의 인내심을 길러주고, 복잡한 문제를 끈기 있게 파고드는 힘을 줍니다.

다가오는 2026년에는 화려한 신기술 튜토리얼도 좋지만, 묵직한 기술서 한 권, 혹은 머리를 식혀줄 소설 한 권을 옆에 두시는 건 어떨까요? 저도 내년에는 모니터 화면보다 종이책의 질감을 더 자주 느껴보려 합니다.

여러분의 2025년 독서 목록에는 어떤 책이 있었나요? 혹시 없다면, 지금이라도 서점에 들러보세요. 의외의 해답이 그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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