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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종말"이라는 오래된 농담, 그리고 우리가 집중해야 할 본질 -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는 시대, '개발자의 종말'이라는 오래된 농담을 통해 우리가 집
Culture & Philosophy

"개발자의 종말"이라는 오래된 농담, 그리고 우리가 집중해야 할 본질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는 시대, '개발자의 종말'이라는 오래된 농담을 통해 우리가 집중해야 할 엔지니어링의 본질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최근 개발자 커뮤니티나 기술 블로그를 둘러보면 마음이 꽤나 무거워집니다.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것이다", "이제 코딩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식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넘쳐나기 때문이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 팀 내부에서도 주니어 개발자 몇 분이 면담 때 조심스럽게 이런 불안감을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CTO님, 3년 뒤에도 제가 코드를 짜고 있을까요?"라는 질문이었죠. 오늘은 그 불안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진짜 집중해야 할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개발자의 종말'은 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농담 중 하나입니다. 제가 이 바닥에 있으면서 겪은 것만 해도 여러 번입니다. 90년대에는 Visual Basic 같은 드래그 앤 드롭 툴이 나오면서 "이제 코딩은 끝났다"고 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Executable UML이, 최근 몇 년간은 No-Code/Low-Code 플랫폼이 개발자를 멸종시킬 것이라 예언했죠.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요? 개발자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폭발적으로 늘어났죠.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제본스의 역설(Jevons Paradox)'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기술이 발전해 소프트웨어 제작 효율이 좋아지면, 소프트웨어의 수요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격이 낮아져 수요가 폭증합니다. 우리는 더 많은, 그리고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최근 저희 풀링포레스트에서도 개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Cursor나 GitHub Copilot 같은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실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AI가 '코드(Syntax)'는 기가 막히게 짜주지만, '맥락(Context)'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 한 팀원이 LLM을 활용해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을 구현한 PR(Pull Request)을 올렸습니다. 겉보기엔 완벽한 Python 코드였고, 유닛 테스트도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코드 리뷰 과정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우리 서비스의 레거시 데이터 구조가 가진 특수한 예외 케이스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그저 '통계적으로 그럴듯한' 코드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걸 그대로 배포했다면, 특정 트래픽 상황에서 심각한 데이터 정합성 문제가 발생했을 겁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 AI가 가진 한계이자, 우리가 개발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프로그래밍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단순히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을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호하고 모순적인 인간의 요구사항을 논리적이고 정밀한 '계산적 사고'로 변환하는 과정, 그것이 핵심입니다.

Edsger Dijkstra는 이미 50년 전에 "우리는 영어로 프로그래밍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연어는 너무나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주세요"라고 말할 때, 그것을 정확한 기능 명세와 코드로 구현해내는 것은 결국 엔지니어의 통찰력입니다. AI에게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조차, 결국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지금의 LLM 열풍은 과거의 4GL이나 CASE 툴과는 규모가 다릅니다. 하지만 AI가 생성한 코드는 본질적으로 확률에 기반합니다.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해도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죠. 결국 그 코드가 우리 시스템에서 안전하게 돌아갈지 검증하고, 전체 아키텍처 안에서 조율하는 '책임'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습니다. 하이퍼스케일 모델을 운영하는 막대한 비용을 고려할 때, 미래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IDE의 자동완성 기능처럼 개발자의 곁에서 조용히 생산성을 돕는 형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개발자 여러분,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의 AI 거품이 걷히고 나면, 결국 남는 것은 '누가 도구를 잘 활용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느냐'입니다. 단순히 코드를 타이핑하는 코더(Coder)가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엔지니어(Engineer)라면 AI는 여러분의 자리를 뺏는 적이 아니라 가장 든든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업을 운영하는 리더분들께도 감히 조언을 드리자면, 지금이 바로 채용의 적기일 수 있습니다. 세상이 AI 환상에 취해 주춤할 때, AI를 도구로 부리며 본질적인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점하십시오. 그들이야말로 더 적은 리소스로 더 빠르고 안정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핵심 자산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일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더 고차원적인 문제 해결로 진화하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도 묵묵히 모호함과 싸우며 논리를 세우고 계신 모든 동료 개발자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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