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의 사이트제작, 개발보다 기획이 먼저여야 하는 이유
스타트업 사이트 제작 시 최신 기술보다 기획과 사용자 경험(UX) 설계가 중요한 이유를 PM 관점의 시행착오와 핵심 프로세스를 통해 설명합니다.
김형철
CEO / PM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처음엔 멋진 코드와 최신 기술 스택이 제품의 성공을 담보한다고 믿었습니다. 막 창업했을 때 우리는 밤을 새워가며 React 최신 버전을 적용하고, 백엔드는 MSA 구조를 갖추려 애썼습니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사이트제작"이 곧 사용자가 사랑하는 프로덕트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확신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야심 차게 내놓은 첫 번째 버전은 처참하게 외면받았습니다. 트래픽은 거의 없었고, 들어온 사용자조차 회원가입 버튼을 누르지 않고 3초 만에 이탈했습니다. 로그를 뜯어보며 기술적인 결함을 찾으려 했지만, 서버는 멀쩡했고 로딩 속도도 빨랐습니다. 문제는 코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사용자가 '왜' 우리 사이트에 방문해야 하는지, 그리고 여기서 '무엇'을 얻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예쁘고 빠른 껍데기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제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사이트제작은 개발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와 사용자 경험(UX)을 설계하는 전략의 문제라는 것을요. 개발자인 여러분에게 코드는 무기이자 자존심이겠지만, 때로는 그 무기를 잠시 내려놓고 "우리가 누구를 위해 이것을 만드는가?"라는 질문부터 던져야 합니다. 오늘은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실패하지 않는 사이트 구축을 위해 PM 관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 프로세스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기술 스택보다 중요한 건 '사용자의 맥락'입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에서 범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바로 "어떤 언어로 만들까?", "AWS와 GCP 중 어디가 좋을까?" 같은 기술적 의사결정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것입니다. 하지만 초기 사이트제작 단계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기술적 우위가 아니라, 우리 서비스가 사용자의 어떤 맥락(Context)에 위치하는지 정의하는 것입니다.
제가 참여했던 한 프로젝트에서는 복잡한 기능이 가득한 대시보드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사용자가 모든 데이터 필터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싶어 할 것이라 가정했죠. 하지만 실제 사용자 인터뷰를 해보니, 그들은 그저 아침에 출근해서 "오늘 내가 처리해야 할 건이 몇 개인지" 딱 하나만 알고 싶어 했습니다.

우리는 사용자의 맥락을 오해하여 불필요한 기능을 개발하는 데 수개월을 낭비했습니다. 리소스가 한정된 스타트업에게 이런 낭비는 치명적입니다. 코드를 짜기 전에 페르소나를 명확히 하고, 그들이 우리 사이트에 들어오는 정확한 시점과 감정 상태를 시나리오로 그려보세요. 기술은 그 맥락을 지원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2. MVP는 '최소 기능'이 아니라 '최소 가치'입니다
MVP(Minimum Viable Product)라는 용어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많은 분이 이를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해석하여, 로그인, 게시판, 설정 등 구색을 맞추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MVP는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에 집중해야 합니다.
예전에 랜딩 페이지 하나만으로 사이트제작을 끝낸 적이 있습니다. 백엔드 로직도, DB 연동도 없었습니다. 그저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설명하는 문구와 "관심 있으면 이메일을 남겨주세요"라는 입력창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수개월간 공들여 만든 정식 사이트보다 이 간단한 페이지의 전환율이 훨씬 높았습니다. 사용자는 화려한 기능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약속(Value Proposition)에 반응했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로서 '구현되지 않은 기능'을 내놓는 것이 부끄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완벽한 기능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실패입니다. 핵심 가치를 검증할 수 있다면, 엑셀 시트 한 장이나 노션 페이지 하나로 시작하는 것도 훌륭한 전략입니다.
3. 데이터가 흐를 수 있는 구조를 만드세요
사이트를 론칭하고 나면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하지만 많은 개발자가 론칭 후 유지보수나 기능 추가에만 급급할 뿐,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분석할지는 나중으로 미룹니다.
제가 겪은 최악의 상황 중 하나는, 마케팅 예산을 태워 트래픽을 모았는데 정작 사용자가 어디서 이탈했는지 알 수 있는 데이터가 하나도 없었던 때입니다. 버튼 클릭 이벤트조차 심어두지 않아, 우리는 눈을 가리고 운전하는 꼴이었습니다.
사이트제작 초기 단계부터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거창한 데이터 엔지니어링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구글 태그 매니저(GTM)나 GA4 같은 기본적인 도구를 활용해, 사용자의 행동 흐름(User Flow)을 추적할 수 있는 환경을 미리 세팅하세요. "일단 만들고 나중에 붙이자"라고 생각하면, 나중에는 코드 전체를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는 의사결정의 나침반입니다. 나침반 없이 항해를 시작하지 마세요.
실전 액션: 성공적인 사이트 구축을 위한 PM의 체크리스트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챙겨야 할까요? 제가 실무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반드시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를 공유합니다.
목적 정의 (Goal Alignment): 이 사이트의 제1목적은 무엇인가? (예: 리드 수집, 브랜드 인지도, 제품 판매 등 하나만 정하세요.)
타겟 페르소나 구체화: 우리 사이트에 방문할 사람은 누구이며, 그들은 지금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가?
핵심 가치 제안 (Value Proposition):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우리만이 줄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는 무엇인가?
데이터 추적 계획: 어떤 지표(Metric)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을 것이며, 이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기술 부채 관리: 빠른 론칭을 위해 타협한 기술적 요소들은 무엇이며, 언제 어떻게 갚을 것인가?

개발은 건물을 짓는 행위와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튼튼하게 지은 건물이라도, 사람이 다니지 않는 허허벌판에 지어놓으면 흉물이 될 뿐입니다. 기획 단계에서 '왜'와 '누구'를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결국 기술적 부채보다 더 무서운 '기획적 부채'를 떠안게 됩니다.
지금 사이트제작을 앞두고 있거나 진행 중이라면, 잠시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팀원들과 이 질문들을 나눠보시길 권합니다. "우리는 지금 코드를 짜고 있는가, 아니면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여러분의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