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주는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 가성비 VNA(VNWA 3E)와 함께한 연말
백엔드 개발자가 자신에게 선물한 가성비 VNA, VNWA 3E 리뷰입니다. 하드웨어 디버깅 경험부터 RF 측정 성능까지, 새로운 기술 영역을 탐구한 기록을 담았습니다.
김영태
테크리드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에서 백엔드와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는 테크리드 김영태입니다.
개발자라면 연말에 고생한 자신을 위해 '장난감' 하나쯤 선물하고 싶은 욕심, 다들 있으시죠? 저 역시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평소 눈독 들이던 장비를 하나 질렀습니다. 바로 Vector Network Analyzer(VNA)입니다. 보통 VNA라고 하면 벤치탑에 올라가는 거대하고 비싼 계측기를 떠올리지만, 제가 선택한 건 좀 다릅니다. 아마추어 무선사 Tom Baier(DG8SAQ)가 설계한 VNWA 3E라는 녀석인데, USB로 전원을 공급받고 PC로 제어되는 아주 컴팩트한 장비입니다.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이 작은 상자가 수천만 원짜리 계측기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기술적 설계를 뜯어보니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이 장비의 핵심은 '최적화'와 '오버클록'입니다. RF 및 LO 발진기에 AD9859라는 10-bit DDS(Direct Digital Synthesis) 칩을 사용하는데, 스펙상 400 MHz 클럭까지만 지원하는 칩을 과감하게 오버클록해서 720 MHz까지 돌립니다. 여기에 주파수 합성기의 고조파(Harmonics)를 영리하게 활용해서, 1.3 GHz 대역까지 측정 범위를 넓혔죠. 물론 그 대가로 500 MHz 이상에서는 동적 범위(Dynamic Range)가 줄어들고 출력 전력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지만, 가성비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트레이드오프였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택배 상자를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놀란 건 크기였습니다. 폭이 고작 10.4cm라니, 제 손바닥만 하더군요. PC에 연결하고 구동을 시작했는데, 여기서 첫 번째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장비에서 "삐-" 하는 미세한 고주파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예전 구형 DC/DC 컨버터에서나 듣던 그 거슬리는 소음이었죠.
SDR-kits 쪽에 문의해보니, DC/DC 컨버터의 인덕터 떨림음일 수 있다며 글루건 사용을 권하더군요. 뚜껑을 열어보니 구형 칩인 MAX632가 스텝업 컨버터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요즘 칩들처럼 듀티 사이클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사이클을 건너뛰는(skipping) 방식으로 조절하다 보니, 가청 주파수 대역의 리플 전류가 인덕터를 진동시키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인덕터 위에 핫멜트 글루를 바르고, 그 위에 점착제(Tack-It)를 덧붙여 소음을 잡았습니다. 귀를 바짝 대면 여전히 들리긴 하지만, 정신 건강을 해칠 정도는 아니게 되었습니다. 하드웨어 디버깅도 소프트웨어 버그 잡는 것만큼이나 손맛이 있더군요.
소음도 잡았으니 본격적으로 성능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Minicircuits사의 어테뉴에이터(Attenuator) 몇 개와 90 MHz 로우패스 필터를 측정해봤는데, 결과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1 GHz 대역에서 0.2 dB 정도의 오차를 보여주었고, 로우패스 필터의 차단 특성도 데이터시트와 거의 일치했습니다. 500 MHz가 넘어가면 그래프가 조금씩 튀는 현상(jagged)이 보였지만,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정밀도라니 감지덕지할 따름입니다.

특히 마음에 든 건 부품 측정(Component Measurement) 기능입니다. 단순히 네트워크 분석만 하는 게 아니라, LCR 미터처럼 인덕턴스와 커패시턴스를 주파수 스윕(Sweep)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파수 변화에 따라 부품의 특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건 단일 주파수 측정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입니다. S-파라미터(S11, S21) 데이터를 기반으로 커스텀 수식을 넣어 임피던스를 계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능도 아주 강력했습니다. 마치 우리가 코드로 로직을 짜듯, 측정 환경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점이 개발자인 저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연말, 이 작은 장비 덕분에 RF의 세계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500 MHz 이상에서의 신뢰도 문제나 구형 전원부 설계 같은 아쉬움은 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이 정도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건 분명 행운입니다.
여러분도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 영역의 '장난감'을 스스로에게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게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든, 저처럼 하드웨어 계측기든 말이죠. 때로는 익숙한 모니터 밖 세상에서 더 큰 배움을 얻기도 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