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웨어개발은 코드를 짜는 게 아닙니다, 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본질은 코딩이 아닌 문제 해결에 있습니다. 기술적 완벽함보다 비즈니스 가치와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에 집중하는 엔지니어의 자세를 다룹니다.
송찬영
CTO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과거에 '코드' 그 자체를 사랑하는 개발자였습니다. 밤새 복잡한 알고리즘을 최적화하고, 아무도 이해 못 할 만큼 우아한 한 줄짜리 로직을 짜냈을 때 희열을 느꼈죠. "이건 예술이야"라며 혼자 감탄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그 완벽한 기능이 실제 서비스에서는 단 한 번도 클릭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완벽했을지 몰라도, 비즈니스적으로는 완전히 실패한 소프트웨어개발이었으니까요.
많은 개발자들이 저와 비슷한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IDE(통합 개발 환경)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위 자체가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CTO로서 조직을 이끌다 보니 뼈저리게 느끼는 진실이 있습니다. 우리의 본질은 '코딩'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있다는 것입니다.

초기 스타트업 시절, 저희 팀은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 도입에 목을 맸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트렌드이기도 했고, 모놀리식 구조는 왠지 낡아 보였거든요. 팀원들은 쿠버네티스(Kubernetes)를 공부하고, 복잡한 CI/CD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느라 몇 달을 보냈습니다. 엔지니어링 적으로는 분명 훌륭한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고객이 정말 원했던 '검색 기능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배포 복잡도는 올라갔고, 트러블슈팅에 드는 시간은 늘어났는데, 정작 고객 지표인 리텐션은 떨어졌습니다. 우리는 '멋진 기술'을 도입했다는 자기만족에 취해, 가장 중요한 '고객의 불편함'을 외면했던 것입니다. 소프트웨어개발의 목적은 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가치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것인데 말이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요.
이후 저는 팀의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쳤습니다. "어떻게 구현할까?"를 논의하기 전에 "왜 이 기능을 만들어야 하는가?"를 집요하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개발자들이 힘들어했습니다. "그냥 기획서대로 짜면 안 되나요?"라는 불만도 나왔죠. 하지만 우리는 '코드 몽키'가 아닙니다. 엔지니어는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풀링포레스트에서는 AI를 활용해 개발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며칠 걸리던 보일러플레이트 코드 작성이나 단위 테스트 작성을 Cursor나 Copilot 같은 AI 도구에게 맡깁니다. 대신 개발자는 그 시간에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도메인 로직의 정합성을 검토하며, 데이터 파이프라인의 효율성을 고민합니다. AI가 코딩이라는 '작업'을 대신해 줄수록, 역설적으로 개발자의 '생각하는 힘'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개발을 단순한 기능 구현이 아닌, 문제 해결의 과정으로 바라보려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제가 팀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체크리스트를 공유합니다.
첫째, 기술 부채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대신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세요. 완벽한 코드를 짜기 위해 배포를 미루는 것보다, 조금 지저분하더라도 빠르게 배포해서 사용자 피드백을 받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돌아가는 쓰레기'를 만들라는 뜻이 아닙니다.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나중에 리팩토링할 시간을 확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둘째, 'No'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합니다. 기획팀이나 경영진의 요구사항이 기술적으로 비효율적이거나, 현재 아키텍처에 무리를 준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안 됩니다"가 아니라 "이 방식보다는 저 방식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큽니다"라고 설득하는 것이 시니어 개발자의 역량입니다.
셋째, 비즈니스 도메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세요. 핀테크 개발자라면 금융 흐름을, 이커머스 개발자라면 물류 프로세스를 알아야 합니다. 도메인을 모르면 엉뚱한 방향으로 코드를 짜게 되고, 결국 그 소프트웨어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료의 성장을 도우세요. 혼자서 10인분의 코드를 짜는 '슈퍼 개발자' 한 명보다, 서로의 코드를 리뷰하며 실수를 잡아주고 지식을 공유하는 탄탄한 팀이 훨씬 더 강력한 소프트웨어를 만듭니다. 제가 CTO로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고립된 천재'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새로운 기술과 프레임워크가 쏟아져 나옵니다. 그것들을 쫓아가느라 불안해하지 마세요. 대신 본질에 집중하세요. "나는 오늘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훌륭한 소프트웨어개발 엔지니어입니다. 코드는 결국 지워지거나 바뀝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과 통찰은 여러분의 자산으로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부디 기계가 아닌, 생각하는 엔지니어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