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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기존 프레임워크를 부정할 때: 고대 생물 Prototaxites의 재분류 사례 - 4억 년 전 거대 생물 Prototaxites의 재분류 사례를 통해, 기존 프레임워크에 데이터를 끼워 맞추는
Culture & Philosophy

데이터가 기존 프레임워크를 부정할 때: 고대 생물 Prototaxites의 재분류 사례

4억 년 전 거대 생물 Prototaxites의 재분류 사례를 통해, 기존 프레임워크에 데이터를 끼워 맞추는 대신 새로운 카테고리를 발견하는 유연한 사고의 중요성을 탐구합니다.

최PM

시니어 Product Manager

제품 관리자(PM)로서 우리는 매일 수많은 데이터를 마주합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기존에 정립된 프레임워크나 카테고리를 활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데이터가 기존의 분류 체계를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기존의 틀에 억지로 데이터를 끼워 맞출 것인가, 아니면 틀 자체를 다시 짤 것인가라는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최근 발표된 고생물학 연구 중,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에 시사점을 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데본기 초기(약 4억 년 전)에 존재했던 거대 유기체 'Prototaxites'의 정체성에 관한 논쟁입니다.

Prototaxites는 최대 8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로, 당시 지상 생태계에서 가장 큰 유기체였습니다. 이 생물은 발견 이후 165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분류학적 위치를 두고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다세포 조류(Algae)나 육상 식물로 추정되었으나, 해부학적 근거가 부족하여 기각되었습니다. 이후 학계의 중론은 '거대한 균류(Fungi, 버섯 등)'라는 가설로 수렴되어 왔습니다.

마치 우리가 사용자 피드백을 분석할 때, 애매한 요구사항을 가장 유사해 보이는 기능 카테고리에 할당하듯, 학계 역시 이 미지의 생물을 '균류'라는 기존 카테고리에 잠정적으로 배치해 두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이러한 기존의 합의를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연구진은 4억 70만 년 전의 화석인 'Rhynie chert'에 보존된 Prototaxites taiti와 동시대의 균류 화석을 정밀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가 발견되었습니다.

첫째, 해부학적 구조의 불일치입니다. Prototaxites의 내부 튜브 구조와 수질 점(medullary spots)은 현존하거나 멸종한 어떤 균류 그룹과도 형태학적으로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제품으로 비유하자면, UI의 레이아웃이 기존에 정의된 디자인 시스템과 전혀 다른 패턴을 보인 것입니다.

둘째, 화학적 구성요소의 차이입니다. 이것이 더욱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습니다. 균류를 정의하는 핵심 성분은 '키틴(chitin)'입니다. 그러나 연구진의 분자 구성 분석 결과, Prototaxites에는 키틴이나 키토산의 화석화 산물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리그닌(lignin)의 화석화 산물과 유사한 알리파틱 및 방향족 성분이 검출되었습니다.

핵심 기능(Key Feature)이 빠져 있는데 같은 제품군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요? 연구진은 과감한 결론을 내립니다. Prototaxites는 균류가 아닙니다. 식물도 아닙니다. 이들은 현재 지구상에 살아있는 어떤 계통에도 속하지 않는, 완전히 멸종된 별개의 다세포 생명체 가지(Branch)라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우리에게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사고방식의 함정과 중요성을 동시에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종종 현상을 분석할 때, 이미 알고 있는 카테고리(식물, 동물, 균류)가 전체를 포괄한다는 착각합니다. 그 결과, 새로운 데이터를 억지로 기존 그룹에 할당하려는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Prototaxites의 사례처럼, 진실은 기존의 선택지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알려진 분류 체계 없음' 혹은 '새로운 카테고리 생성'이라는 옵션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사용자 행동이 우리의 페르소나 모델에 맞지 않거나, 시장의 반응이 기존 마케팅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 데이터를 무시하거나 기존 이론에 끼워 맞추는 대신, "이것은 우리가 정의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세그먼트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165년 된 논쟁을 끝낸 것은 결국 정밀한 데이터 분석과, 기존의 통념을 깨고 '제3의 길'을 인정한 유연한 사고였습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획자로서, 오늘 우리의 대시보드에 찍힌 이상치(Outlier)가 혹시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지(Branch)를 발견할 단서는 아닌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