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하는 사이트제작, 기술보다 '기획'이 8할입니다
사이트 제작에서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 목표를 정의하는 '기획'입니다. 실패 경험을 통해 배운 PM 관점의 제작 원칙과 3가지 핵심 질문을 공유합니다.
김형철
CEO / PM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에서 CEO이자 PM으로 일하고 있는 김형철입니다.
"일주일 안에 랜딩 페이지 띄워야 하는데, 그냥 워드프레스 테마 하나 사서 대충 붙여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얼마 전, 클라이언트 미팅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스타트업 초기 단계나 급하게 서비스를 론칭해야 하는 시점에는 누구나 한 번쯤 하게 되는 고민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 또한 과거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개발자가 코드를 빨리 짜고, 디자이너가 예쁜 이미지를 입히면 그게 곧 훌륭한 웹사이트라고 믿었죠. 하지만 수많은 프로젝트를 거치며 뼈저리게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사이트제작은 단순히 코드를 쌓아 올리는 '건설'의 과정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목표를 정의하는 '설계'의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오늘은 제가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들과 그 과정에서 배운 PM 관점의 사이트 제작 원칙을 공유하려 합니다. 기술 스택이나 디자인 툴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보다 훨씬 앞단에서 결정되어야 할, 비즈니스의 운명을 가르는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화려한 디자인이라는 함정
제가 주니어 PM 시절 겪었던 가장 뼈아픈 실패담을 먼저 꺼내보겠습니다. 당시 저는 꽤 큰 예산이 투입된 브랜드 사이트 리뉴얼 프로젝트를 맡았습니다. 팀의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경쟁사보다 더 멋지고, 더 화려하게 만들자."
우리는 최신 트렌드였던 패럴랙스 스크롤링(Parallax Scrolling)과 고해상도 영상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을 독려하며 밤을 새웠고, 결과물은 시각적으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내부 시사회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와, 진짜 역대급이다", "이 정도면 디자인 어워드 감이다"라는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론칭 후 일주일, 데이터 분석 툴인 GA(Google Analytics)를 열어본 저는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탈률이 무려 80%에 육박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는 페이지가 로딩되는 3초를 기다려주지 않았고, 화려한 애니메이션 때문에 정작 '구매 버튼'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보기에 좋은 사이트'를 만들었지만, '팔리는 사이트'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던 것입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사이트제작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웹사이트는 갤러리에 걸리는 예술 작품이 아닙니다. 사용자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도록 돕는 도구입니다. 이 도구가 예쁘기만 하고 무겁다면, 혹은 사용법이 복잡하다면 그 가치는 '0'에 수렴합니다.
사이트 제작 전, 반드시 물어야 할 3가지 질문
그렇다면 성공적인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요? 저는 코드를 한 줄도 짜기 전에, 심지어 디자인 시안을 잡기 전에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Why: 왜 이 사이트를 만드는가? (목적 정의)
단순히 '회사가 있으니까 홈페이지가 있어야지'라는 접근은 위험합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인지, 리드(잠재 고객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목적인지, 아니면 당장 결제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목적이 다르면 레이아웃, 카피라이팅, 기술적 요구사항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리드 수집이 목표라면 폼(Form) 최적화와 개인정보 보호가 최우선이 되어야 하고, 결제가 목표라면 결제 프로세스의 간소화가 핵심입니다.Who: 누가 이 사이트를 방문하는가? (타겟 페르소나)
'모든 사람'을 위한 사이트는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우리의 타겟 고객이 50대 남성인지, 20대 대학생인지에 따라 폰트 크기, 버튼의 위치, 사용하는 어휘가 달라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B2B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트제작이라면 신뢰감을 주는 톤앤매너와 상세한 기능 명세서 다운로드가 중요하겠지만, Z세대를 타겟으로 한다면 직관적인 모바일 인터페이스와 숏폼 콘텐츠 연동이 중요할 것입니다.What: 사용자가 여기서 무엇을 하길 원하는가? (핵심 행동 - CTA)
사이트에 들어온 사용자가 딱 하나의 행동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어야 합니까? '문의하기'인가요, 아니면 '앱 다운로드'인가요? 많은 스타트업이 욕심을 부려 한 페이지에 너무 많은 버튼을 배치합니다. 이는 사용자의 인지 부하를 높여 결국 아무것도 누르지 않고 나가게 만듭니다. 가장 중요한 하나의 액션(CTA, Call To Action)을 정하고, 모든 디자인과 문구가 그 액션을 향해 수렴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데이터가 흐르는 구조 만들기
기획 단계가 끝났다면, 이제는 실행 단계입니다.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데이터 수집을 고려한 개발'입니다. 사이트 론칭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론칭 후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지속적으로 개선(Iteration)해야만 비로소 살아있는 프로덕트가 됩니다.
풀링포레스트에서는 개발 초기부터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고민합니다.
어떤 버튼을 클릭했는지 추적할 수 있는가?
스크롤은 어디까지 내렸는지 파악할 수 있는가?
특정 페이지에서 이탈하는 원인을 로그로 확인할 수 있는가?
이런 설계가 선행되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왜 안 팔리지?"라는 질문에 "글쎄요, 감으로 때려잡아 봅시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사이트 제작 단계에서부터 측정 도구를 심고, 이벤트를 정의하는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결국은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사이트를 만드는 과정은 때로는 막막하고 고통스럽습니다. 수많은 기술적 선택지와 디자인 트렌드 사이에서 길을 잃기 쉽습니다. 저 또한 여전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번에도 사용자가 외면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기본으로 돌아갑니다. 기술적 화려함이나 개인적인 취향은 잠시 내려놓고, 철저하게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노력합니다. '이 사이트가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는가?'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할 수 있다면, 그 사이트는 투박하더라도 반드시 성공합니다.
지금 사이트 제작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어떤 기술을 쓸지 고민하기 전에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우리가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싶은지 적어보시길 권합니다. 그 한 장의 기획서가 수천 줄의 코드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기술은 그 기획을 실현하는 도구일 뿐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