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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아서, 뇌터의 정리가 엔지니어에게 던지는 질문 -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이 전하는 뇌터의 정리와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의 본질. 대칭성과 보존 법칙을 통해 변
Culture & Philosophy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아서, 뇌터의 정리가 엔지니어에게 던지는 질문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이 전하는 뇌터의 정리와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의 본질. 대칭성과 보존 법칙을 통해 변하지 않는 코드의 가치를 탐구합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최근 주말에 ArXiv에서 흥미로운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개발 문서나 아키텍처 방법론이 아닌, 물리학의 역사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바로 크리스 퀴그(Chris Quigg)가 쓴 ‘뇌터의 정리 100주년(A Century of Noether's Theorem)’이라는 콜로키엄 논문입니다. 물리와 코드는 전혀 다른 세상 같지만, 이 글을 읽으며 저는 우리가 매일 씨름하는 시스템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요즘 개발 생태계는 너무나 빠르게 변합니다. 어제 배운 프레임워크가 오늘 레거시가 되고, Cursor나 Claude 같은 AI 도구들이 쏟아져 나오며 코딩 방식 자체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저 역시 기술 리더로서 팀원들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라"고 독려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쌓아 올리는 이 코드들이 1년 뒤, 아니 한 달 뒤에도 유효할까? 우리는 본질을 놓치고 트렌드만 쫓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죠.

에미 뇌터(Emmy Noether)는 1918년, 그 불안감을 잠재울 만한 위대한 통찰을 내놓았습니다. 그녀의 정리는 간단히 말해 "대칭성이 있으면 보존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물리 법칙이 변하지 않는다면(대칭성), 에너지는 보존됩니다. 위치가 달라져도 법칙이 같다면, 운동량은 보존됩니다. 뇌터 이전의 물리학자들에게 보존 법칙은 그저 '관측해보니 그렇더라'는 경험적 규칙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뇌터는 그 이면에 있는 수학적 필연성을 증명해냈습니다. '왜' 그런지 밝혀낸 것이죠.

이 대목에서 저는 우리가 작성하는 코드를 떠올렸습니다.

우리 팀의 주니어 개발자들이 가끔 묻습니다. "CTO님, 왜 이 변수는 불변(Immutable)으로 선언해야 하나요?" 혹은 "왜 멱등성(Idempotency)이 중요한가요?" 그때마다 저는 "그래야 사이드 이펙트가 없으니까요"라고 답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경험칙에 가까운 대답이었습니다.

뇌터의 시선으로 엔지니어링을 바라보면 조금 더 명확해집니다. 좋은 아키텍처는 일종의 '보존 법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부의 환경(DB, UI, 프레임워크)이 변하더라도, 비즈니스 로직이라는 핵심 가치는 변하지 않고 보존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MSA를 도입하고, 헥사고날 아키텍처를 고민하고, 도메인 주도 설계(DDD)를 하는 이유는 결국 이 '불변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리팩토링을 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코드의 구조(형태)는 변하지만, 그 코드가 수행하는 기능(동작)은 보존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엔지니어링에서의 대칭성입니다. 테스트 코드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테스트 코드는 우리가 구조를 뒤틀고 최적화하는 와중에도, 시스템의 에너지가 보존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에미 뇌터는 당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직함도, 급여도 없이 연구를 이어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표면적인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수학적 진리라는 본질에 집중했습니다. 그 덕분에 100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정리는 현대 물리학의 기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개발자인 우리에게도 이런 태도가 필요합니다. 화려한 라이브러리나 핫한 기술 스택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만드는 시스템이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논리를 가지고 있는가'를 묻는 집요함입니다. 단순히 돌아가는 코드를 짜는 것을 넘어, 그 코드가 왜 그렇게 동작해야만 하는지, 그 필연성을 이해하는 엔지니어가 되셨으면 합니다.

오늘 하루, 모니터 앞의 여러분이 작성하는 PR 하나가 훗날에도 가치를 잃지 않는 단단한 로직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트렌드라는 파도 속에서 변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 리더가 되도록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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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과 목표를 알려주시면 가능한 옵션과 현실적인 도입 경로를 제안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