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중심 잡기: 2025년, 기술 리더의 정보 파이프라인
기술이 너무 빨리 변하는 시대, 불안함을 성장의 동력으로 바꾸는 정보 파이프라인 구축법. 깊이 있는 사고와 비판적 시각, 그리고 세상에 대한 폭넓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얼마 전 저희 팀의 한 주니어 개발자와 1:1 면담을 하던 중, 꽤나 절박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CTO님, 기술이 너무 빨리 변해서 불안해요. 아침에 눈 뜨면 새로운 LLM이 나오고, 저녁에는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뜹니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들어야 뒤쳐지지 않을까요?" 솔직히 말해 저 역시 그 불안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기술 리더로서 매일같이 쏟아지는 트렌드 속에서 우리 조직에 진짜 필요한 '신호(Signal)'와 걸러내야 할 '소음(Noise)'을 구분하는 일은 언제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니까요.
마침 제가 즐겨보는 해외 커뮤니티인 해커뉴스(Hacker News)에 '2025년 최고의 팟캐스트는 무엇인가?'라는 흥미로운 스레드가 올라왔더군요. 단순히 인기 순위를 넘어, 전 세계의 개발자와 테크 리더들이 지금 무엇에 주목하고 있는지, 그들의 '관심사 지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댓글들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며 몇 가지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고, 이를 우리 개발자들의 성장과 연결 지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깊이'에 대한 갈망이 눈에 띕니다.
숏폼 콘텐츠가 세상을 지배한다지만, 역설적으로 엔지니어들은 긴 호흡의 콘텐츠를 찾고 있었습니다. Acquired나 Hardcore History 같은 팟캐스트가 꾸준히 언급되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Acquired는 하나의 기업 역사를 몇 시간 동안 집요하게 파고들고, Hardcore History는 특정 역사적 사건을 수십 시간에 걸쳐 풀어냅니다.
우리가 레거시 코드를 다룰 때를 떠올려보세요. 현재 작성된 코드 한 줄을 이해하기 위해 수년 전의 커밋 로그와 기획 문서를 뒤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현상 이면에 있는 '맥락(Context)'을 파악하는 힘은 1분짜리 요약 영상으로는 길러지지 않습니다. 긴 호흡의 서사를 따라가며 인과관계를 추적하는 훈련은 복잡한 시스템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사고력과 직결됩니다.
둘째, 기술 낙관론과 비판적 사고의 균형입니다.
추천 목록에는 Latent Space, Dwarkesh Podcast, a16z 같은 AI 기술의 최전선을 다루는 채널들이 있는 반면, BetterOffline이나 Tech Won't Save Us 처럼 기술 만능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채널들도 상위권에 있었습니다.
개발자로서 우리는 종종 기술 자체에 매몰되기 쉽습니다. 새로운 AI 모델이 나오면 그 성능에만 감탄하죠. 하지만 BetterOffline의 진행자 Ed Zitron처럼 "이 기술이 정말 문제를 해결하는가? 아니면 그저 과대광고인가?"라고 묻는 비판적 시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우리 팀원들에게도 늘 말합니다. 특정 기술을 도입하자고 제안할 때는 그 기술의 장점(Hype)뿐만 아니라, 그것이 가져올 부채와 한계(Reality)까지 함께 가져와야 한다고요. 양쪽의 목소리를 모두 듣는 것이 균형 잡힌 의사결정의 시작입니다.
셋째, 개발 바깥세상에 대한 관심입니다.
The Rest is Politics나 Ezra Klein Show, 경제학을 다루는 The Marginal Revolution 같은 팟캐스트들이 기술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시니어 레벨로 올라갈수록 코딩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와 세상의 흐름을 읽는 능력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는 진공 상태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책의 변화, 경제 상황, 대중의 심리가 기술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나는 개발자니까 코드만 잘 짜면 돼"라는 생각은 스스로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지 않으려면 나만의 확실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합니다. 단순히 남들이 좋다는 것을 다 듣는 게 아니라, 내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소스를 선별해야 합니다. 때로는 3시간짜리 기업 분석을 들으며 비즈니스의 본질을 고민하고, 때로는 기술 비평을 들으며 냉철함을 되찾고, 때로는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결국 최고의 학습은 '무엇을 듣느냐'보다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 출퇴근길에는 평소 듣던 기술 뉴스 대신, 조금은 낯선 분야의 긴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 낯선 자극이 여러분이 고민하던 난제의 실마리가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