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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컴퓨터가 내 것 같지 않다"는 느낌, 그리고 리눅스로의 이사 - 8년간 윈도우를 고집하던 개발자가 왜 리눅스로 메인 OS를 옮겼을까? 윈도우의 비대함과 주도권 상실에서 벗어
Culture & Philosophy

"내 컴퓨터가 내 것 같지 않다"는 느낌, 그리고 리눅스로의 이사

8년간 윈도우를 고집하던 개발자가 왜 리눅스로 메인 OS를 옮겼을까? 윈도우의 비대함과 주도권 상실에서 벗어나 진정한 PC 소유권을 회복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김영태

테크리드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테크리드 김영태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지난 8년간 회사 서버는 리눅스로 관리하면서도 정작 제 업무용 데스크톱과 집 컴퓨터는 윈도우를 고집해왔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귀찮아서"였죠. 드라이버 잡느라 밤새우기 싫었고, 퇴근 후에 게임 한 판 하려는데 호환성 문제로 스트레스받기 싫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들어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내 돈 주고 산 하드웨어인데, 정작 운영체제 주인인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월세'를 내고 빌려 쓰는 것 같은 느낌, 다들 받아보신 적 없나요?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주였습니다. 급하게 핫픽스 배포를 준비하며 로컬에서 Docker 컨테이너를 띄우고 있었는데, 윈도우가 갑자기 "PC 설정을 마무리하세요"라며 전체 화면을 파란색으로 덮어버리더군요. Office 365 구독을 권유하고, 원하지도 않는 AI 기능을 켜라고 강요하는 화면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아, 이 컴퓨터의 주도권은 나에게 없구나."

그래서 저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PC Gamer의 기사, "Linux는 이제 괜찮다(Linux is good now)"라는 문장에 깊이 공감하며 과감하게 메인 데스크톱을 리눅스로 밀어버렸습니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 느낀 점과, 왜 지금이 개발자가 리눅스로 넘어가기 좋은 시점인지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윈도우의 비대함과 WSL의 한계

우리 백엔드 개발자들에게 WSL2(Windows Subsystem for Linux)는 축복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WSL은 결국 가상머신 위에서 돌아갑니다. Vmmem 프로세스가 메모리를 몇 기가씩 잡아먹고, 파일 시스템 I/O 속도 저하 때문에 빌드 시간이 늘어지는 경험, 다들 해보셨을 겁니다.

게다가 OS 자체가 너무 무거워졌습니다. 시작 메뉴를 열면 뉴스와 광고가 뜨고, 작업 표시줄에는 내가 원하지 않은 AI 비서가 자리를 차지합니다. 리소스가 낭비되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직업병 탓인지, 이런 '블로트웨어(Bloatware)'를 볼 때마다 숨이 막혔습니다. 내가 짠 코드보다 OS가 더 많은 자원을 쓰고 있다는 게 용납이 안 되더군요.

리눅스, 이제는 '생존'이 아니라 '생활'이 가능하다

과거의 리눅스 데스크톱은 "설치하다가 주말이 다 가는" 물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설치해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최근 주목받는 Bazzite 같은 배포판이나, 안정적인 Debian, Fedora 기반의 시스템들은 놀라울 정도로 사용자 친화적입니다.

특히 가장 우려했던 '게임'과 '그래픽 드라이버' 문제가 거의 해결되었습니다. 밸브(Valve)가 스팀 덱(Steam Deck)을 내놓으면서 리눅스 게이밍 생태계를 강제로 끌어올린 덕분입니다. Proton 호환 레이어 덕분에 윈도우 게임 대부분이 리눅스에서, 심지어 윈도우보다 더 가볍게 돌아갑니다. 엔비디아 드라이버 설치도 예전처럼 커널 모듈을 직접 컴파일하며 삽질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개발 환경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Docker는 네이티브로 돌아가니 I/O 속도가 날아다니고, 터미널 환경은 윈도우의 PowerShell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유를 줍니다.

진정한 소유권의 회복

물론 모든 게 완벽하진 않습니다. 카카오톡 같은 국내 전용 소프트웨어를 돌리려면 Wine 설정을 만져줘야 하고, HDR 지원은 아직 윈도우에 비해 부족합니다. 엑셀이나 PPT 작업이 필수라면 여전히 윈도우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눅스로 넘어온 뒤 가장 만족스러운 건 "내가 내 PC를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업데이트를 언제 할지 내가 정합니다. 내 허락 없이는 어떤 프로세스도 백그라운드에서 데이터를 전송하지 않습니다. htop을 켰을 때, 내가 실행한 프로세스들만 깔끔하게 떠 있는 걸 보면 묘한 희열까지 느껴집니다.

개발자로서 우리는 매일 복잡한 시스템을 통제하려고 애씁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매일 쓰는 도구(OS)에게 통제당하고 있다면 아이러니 아닐까요?

2026년이 리눅스 데스크톱의 해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매년 나오는 농담이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 리눅스는 더 이상 '괴짜들의 장난감'이 아닙니다. 내 컴퓨터의 진정한 주인이 되고 싶은 개발자라면, 이번 주말에 남는 SSD 하나 구해서 리눅스를 설치해 보는 건 어떨까요?

생각보다 훨씬 더 쾌적한 세상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상, 윈도우 탈출에 성공하고 쾌재를 부르고 있는 김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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