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뮤니티 번역만으로는 글로벌 제품 성장에 한계가 있는 이유
글로벌 프로덕트 성장을 가로막는 커뮤니티 번역의 한계(품질, 속도, 책임)를 분석하고, AI와 전문가 검수를 결합한 효과적인 현지화 전략을 제안합니다.
최PM
시니어 Product Manager

안녕하세요, 최PM입니다.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제품을 기획하다 보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장벽이 바로 ‘언어’입니다. 특히 워드프레스 플러그인이나 테마를 개발하는 개발사, 혹은 글로벌 SaaS를 운영하는 팀에게 현지화(Localization)는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입니다.
많은 프로덕트 팀이 초기 비용 절감과 사용자 참여 유도를 목적으로 '커뮤니티 번역(Community Translation)' 방식에 의존하곤 합니다. 열정적인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번역에 참여하는 이 방식은 오픈소스 정신에 부합하고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시니어 Product Manager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분석했을 때, 커뮤니티 번역만으로는 제품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품질, 속도, 그리고 비즈니스 일관성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품질의 일관성 문제 (Quality Consistency)
제품의 UX는 단순히 버튼의 배치나 색상에서 결정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읽는 '텍스트(Micro-copy)'야말로 UX의 핵심입니다. 커뮤니티 번역은 검증되지 않은 다수의 기여자가 참여하기 때문에 번역 품질의 편차가 매우 큽니다.
전문 번역가가 아닌 일반 사용자는 제품의 기술적 배경이나 특정 용어(Terminology)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Checkout'이라는 단어를 어떤 기여자는 '결제'로, 다른 기여자는 '체크아웃'으로, 또 다른 기여자는 '계산'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한 제품 내에서 용어가 통일되지 않으면 사용자는 혼란을 겪게 되고, 이는 곧 이탈률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문맥(Context)의 부재가 치명적입니다. 번역 툴에서 단순히 텍스트만 보고 번역할 경우, 해당 문구가 버튼인지, 경고 메시지인지, 혹은 마케팅 카피인지 알 수 없습니다.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직역은 제품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2. 개발 주기와의 비동기화 (Synchronization Lag)
애자일(Agile) 환경에서 제품은 2주, 빠르면 매주 업데이트됩니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UI가 변경될 때마다 언어 파일도 즉시 업데이트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커뮤니티 번역은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므로 강제성이 없습니다.
개발 팀은 기능을 배포할 준비가 되었지만, 번역이 완료되지 않아 배포를 미루거나, 혹은 번역되지 않은 상태(영어 원문)가 섞인 채로 배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주요 기능 업데이트에 대한 번역이 몇 주, 심지어 몇 달간 방치되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 제품은 현지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사용자에게 줄 수 있습니다. 속도가 생명인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번역 대기 시간은 곧 비즈니스 기회 비용입니다.
3.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 (Accountability)
비즈니스 관점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책임'의 문제입니다. 오역으로 인해 사용자가 금전적 손실을 입거나, 잘못된 안내로 인해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자원봉사자인 커뮤니티 기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그 모든 리스크는 제품을 만든 회사가 떠안아야 합니다. 전문 번역 에이전시나 검증된 번역 솔루션을 사용할 때는 품질 보증(QA) 절차와 계약에 따른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만, 커뮤니티 번역은 이러한 안전장치가 부재합니다.
하이브리드 전략과 전문 솔루션의 필요성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커뮤니티의 힘을 완전히 배제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핵심적인 비즈니스 영역과 UI 요소는 전문 번역 서비스나 고도화된 AI 번역 솔루션을 통해 베이스라인을 잡아야 합니다.
최근의 트렌드는 'AI 초벌 번역 + 전문가 검수(Human-in-the-loop)' 모델입니다. 딥러닝 기반의 AI 번역으로 속도를 확보하고, 전문 리뷰어가 문맥과 톤앤매너(Tone & Manner)를 다듬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업데이트 속도를 맞출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번역은 제품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용자들과 소통하는 좋은 수단일 수 있지만, 비즈니스의 핵심 품질을 담보하는 수단으로는 부족합니다. 여러분의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받는 프로덕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번역을 단순한 '작업'이 아닌 '사용자 경험(UX)의 일부'로 바라보고 체계적인 투자를 진행해야 합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제품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