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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V를 ARR로 착각하는 순간, 비즈니스는 모래성이 됩니다 - GMV(총 거래액)를 ARR(연간 반복 매출)로 오해할 때 발생하는 비즈니스 위기와 AI 시대의 단위 경제(
Business Insight

GMV를 ARR로 착각하는 순간, 비즈니스는 모래성이 됩니다

GMV(총 거래액)를 ARR(연간 반복 매출)로 오해할 때 발생하는 비즈니스 위기와 AI 시대의 단위 경제(Unit Economics)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김형철

CEO / PM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의 CEO이자 PM으로 일하고 있는 김형철입니다.

최근 쏟아지는 수많은 AI 프로덕트들의 IR 자료나 성과 지표를 검토하다 보면, 가끔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분명 사용자도 많고 트래픽도 폭발적인데, 정작 회사의 통장 잔고는 위태로워 보이는 경우죠.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숫자를 해석하는 방식은 우리를 교묘하게 속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달콤하면서도 위험한 착각, 'GMV(총 거래액)를 ARR(연간 반복 매출)로 오인하는 실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숫자의 유혹과 '허영 지표'의 함정

스타트업, 특히 초기 단계의 플랫폼이나 AI 기반 서비스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착각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 역시 풀링포레스트 초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거래액 그래프를 보며 안도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곧 꺼질 거품과 같았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우리 플랫폼을 통해 오고 간 돈의 총합(GMV)을 마치 우리 회사가 번 돈(Revenue), 나아가 반복적으로 들어올 매출(ARR)이라고 표기하는 순간, 비즈니스의 기초는 모래 위에 세워진 꼴이 됩니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생성형 AI 서비스들이 이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상황: 어떤 AI 서비스가 고객에게 월 10만 원을 받습니다.

  • 비용: 하지만 이 서비스는 거대 언어 모델(LLM) API 비용과 GPU 리소스로 고객 1인당 월 8만 원을 지출합니다.

  • 착시: 이때 경영진이 투자자나 팀원들에게 "우리는 유저당 10만 원의 ARR을 확보했다"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비즈니스를 죽이는 거짓말이 됩니다.

실제 이 회사가 가져가는 부가가치는 2만 원에 불과합니다. 만약 API 가격 정책이 조금만 바뀌거나 환율이 변동되면, 이 2만 원의 마진조차 순식간에 적자로 돌아섭니다. GMV가 높다고 해서 ARR이 높은 것이 아니며, 이 둘을 혼동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AI 시대, 왜 이 착각이 더 치명적인가

과거의 전통적인 SaaS는 소프트웨어를 한 번 개발해 두면, 추가 고객을 유치하는 데 드는 한계 비용이 0에 수렴했습니다. 그래서 매출의 대부분을 이익으로 전환하기 쉬웠고, Top-line(매출) 성장이 곧 회사의 가치로 직결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AI 시대는 다릅니다. Unit Economics(단위 경제)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서비스가 작동할 때마다 토큰 비용이 발생하고, 추론 비용이 나갑니다.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비용도 무서운 속도로 늘어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GMV를 ARR로 포장하여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려는 시도는, 결국 나중에 'Burn Rate(자금 소진율)'를 감당하지 못해 런웨이가 바닥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겉으로는 화려한 유니콘처럼 보이지만, 속은 텅 빈 껍데기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모래성이 아닌 단단한 성을 쌓기 위해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PM으로서, 그리고 경영진으로서 저는 다음 세 가지 질문을 팀원들에게 끊임없이 던집니다.

  • Net Revenue(순매출)는 얼마인가?: 플랫폼을 거쳐가는 돈 말고, 실제로 우리 주머니에 남는 돈이 얼마인지 냉정하게 계산해야 합니다.

  • Contribution Margin(공헌이익)은 플러스인가?: 변동비를 모두 제하고도 이익이 남는 구조인가요? 만약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라면, 스케일업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입니다.

  • Retention(유지율)은 건전한가?: 고객이 우리 서비스의 '가치' 때문에 남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태우는 마케팅 비용이나 보조금 때문에 남는 것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마치며

지표가 우상향하는 것을 보는 건 짜릿합니다. 하지만 그 지표가 우리의 생존력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약과 다를 바 없습니다. GMV라는 거대한 숫자의 그림자에 숨지 마세요. 대신 작더라도 단단하고 확실한, 진짜 이익을 바라봐야 합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의 대시보드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우리가 쌓고 있는 것이 단단한 벽돌인지, 아니면 파도 한 번에 쓸려갈 모래인지 냉철하게 판단할 때입니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결국 '지속 가능성'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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