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도입, 환상이 아닌 '생존'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AI 도입을 단순한 유행이 아닌 생산성과 생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구체적인 적용 전략과 검증 문화를 공유합니다.
송찬영
CTO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챗GPT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오, 신기한 장난감이 나왔네" 정도의 반응이었죠.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이제는 신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라, 당장의 생산성과 생존을 위해 AI를 어떻게 도입해야 할지 밤을 새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풀링포레스트에서 CTO로서 기술 조직을 이끌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 회사에도 AI를 도입해야 할까요?" 혹은 "어떤 툴부터 써야 할까요?" 이 질문들 이면에는 막연한 불안감이 깔려 있습니다. 남들은 다 앞서가는 것 같은데 우리만 뒤쳐지는 건 아닌지, 혹은 도입했다가 비용만 날리고 성과는 없는 건 아닐지 하는 두려움 말이죠.

저희 팀도 처음 AI 도입을 결정했을 때 큰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당시에는 'AI가 다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막연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코파일럿(Copilot) 라이선스를 전사 개발자에게 지급해주면 생산성이 마법처럼 2배로 뛸 거라고 믿었죠.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주니어 개발자들은 AI가 생성한 코드를 검증 없이 그대로 커밋하기 시작했고, 시니어들은 오히려 AI가 뱉어낸 불안정한 코드를 리팩토링하느라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습니다. 코드 리뷰 시간은 길어졌고, 오히려 배포 주기가 늘어지는 기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도구가 문제가 아니라, 도구를 쓰는 방식이 문제다."
이 뼈저린 깨달음을 얻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AI는 마법 지팡이가 아니라, 아주 성능 좋은 엔진을 단 굴삭기였습니다. 조종법을 모르는 사람이 잡으면 공사장을 엉망으로 만들지만, 숙련된 기술자가 잡으면 맨손으로 일주일 걸릴 일을 한 시간 만에 끝낼 수 있는 그런 도구였죠.
그래서 우리는 관점을 바꿨습니다. 단순히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우리의 '엔지니어링 파이프라인'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변화는 '검증 없는 코드는 죄악'이라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주니어들에게는 Cursor나 Claude가 짜준 코드를 그대로 PR(Pull Request)에 올리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대신, "AI가 왜 이렇게 짰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칙을 세웠습니다. AI가 제안한 로직의 시간 복잡도가 어떤지, 예외 처리는 제대로 되었는지 스스로 분석한 코멘트를 달게 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과정에서 주니어들의 코드 이해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AI는 단순히 코드를 짜주는 기계가 아니라, 24시간 질문을 받아주는 훌륭한 사수가 되어주었습니다.
두 번째는 반복 업무의 과감한 자동화였습니다. 저희는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슬랙봇과 Jira 연동 시스템에 LLM을 붙였습니다. 예전에는 운영팀에서 "로그인 오류가 발생했어요"라고 리포트가 오면, 개발자가 일일이 로그를 뒤져서 원인을 파악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AI 에이전트가 먼저 로그를 분석하고, "Oauth 인증 토큰 만료로 추정됩니다"라는 1차 진단 결과와 함께 티켓을 생성합니다. 개발자는 문제 해결이라는 본질적인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만약 지금 AI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리더나 실무자가 있다면,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먼저 던져보시길 권합니다.
우리의 병목(Bottleneck)은 어디인가?
막연히 "코딩을 빨리 하고 싶다"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API 문서를 작성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든다" 혹은 "레거시 코드를 분석하는 게 어렵다"처럼 구체적인 고통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 지점에 정확히 AI라는 메스를 대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 보안 가이드라인은 있는가?
이건 정말 중요합니다. 회사 내부의 중요 소스코드나 고객 데이터를 퍼블릭 LLM에 무심코 붙여넣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보안 사고가 터집니다. 저희는 내부적으로 '샌드박스' 환경을 구축하고, 민감 정보가 마스킹 처리된 상태에서만 AI 도구를 활용하도록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세웠습니다.
검증 프로세스는 마련되었는가?
AI가 만든 결과물은 80%는 훌륭하지만, 나머지 20%에서 치명적인 환각(Hallucination)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를 걸러낼 수 있는 테스트 코드 작성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테스트 커버리지가 낮은 상태에서의 AI 도입은 재앙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기술은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합니다. AI 도입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발자를 기계 부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루한 반복 작업에서 해방되어 더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아키텍처를 고민하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저희 풀링포레스트도 여전히 실험 중입니다.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모델과 도구들을 보며 현기증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거대한 흐름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파도 위에 올라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작게 시작해서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조금씩 바꿔나가 봅시다. 결국 이 도구를 지배하는 것은 우리 개발자들의 몫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