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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 겉멋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처방전이 되려면 - 단순한 유행이 아닌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서의 AI 도입 전략.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구체적인 가이드
Business Insight

AI 도입, 겉멋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처방전이 되려면

단순한 유행이 아닌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서의 AI 도입 전략.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구체적인 가이드와 실제 적용 사례를 공유합니다.

송찬영

CTO

솔직히 말해, 지금 테크 업계에서 'AI'라는 단어를 빼고 대화가 되는 날이 있나 싶습니다. 투자 미팅을 가도, 개발자 면접을 봐도, 심지어 친구들과 술자리에서도 결국 이야기는 AI로 귀결됩니다. 너도나도 "우리는 AI 기업입니다"라고 외치고 있죠. 하지만 현업에 있는 CTO로서 이 현상을 바라볼 때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왜냐고요? 대부분의 조직이 '왜'라는 질문 없이, 남들이 하니까 일단 도입하고 보는 '묻지 마 도입'의 늪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풀링포레스트 초기, 저 역시 기술적 허영심에 취해 있었습니다. "우리 서비스에도 챗봇 하나쯤은 붙여야 멋지지 않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RAG(검색 증강 생성) 기반의 봇을 도입하려 했습니다. 팀원들에게는 "이게 미래야, 빨리 리서치해"라고 닥달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처참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고객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저 기술 스택에 최신 LLM(거대 언어 모델)을 한 줄 추가하고 싶다는 욕심뿐이었죠. 팀원들은 2주 동안 기존 업무를 뒤로한 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매달렸지만, 결과물은 기존의 키워드 검색보다 못한 엉뚱한 답변만 내놓았습니다. 고객 상담팀에서는 "오히려 봇 때문에 불만 접수가 늘었다"는 피드백이 날아왔습니다. 개발팀의 리소스는 리소스대로 낭비하고, 고객 경험은 망가뜨린 뼈아픈 실패였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AI 도입은 '무엇을 쓸까'보다 '무엇을 해결할까'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죠.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합니다. AI는 마법 지팡이가 아니라, 아주 강력하지만 다루기 까다로운 망치일 뿐입니다. 못이 어디에 박혀 있는지도 모르면서 망치만 휘두르면, 엄한 손가락만 찧게 됩니다.

이 실패 이후, 저는 팀과 함께 원점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AI를 도입하자'는 목표를 지우고, '우리 업무 중 가장 비효율적이고 고통스러운 부분이 어디인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개발팀 내부를 들여다보니, 레거시 코드에 대한 문서화 부족과 반복적인 API 테스트 코드 작성이 가장 큰 병목이었습니다. 신규 입사자가 들어오면 코드 파악에만 한 달이 걸렸고, 시니어 개발자들은 주니어들의 단순 쿼리 작성 질문에 답하느라 정작 중요한 아키텍처 설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때 비로소 제대로 된 AI 도입 전략을 세웠습니다. 거창한 대고객 서비스가 아니라, 내부 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로서 AI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죠. GitHub Copilot과 Cursor를 전사적으로 도입하고, 사내 규정에 맞게 파인튜닝된 모델을 활용해 레거시 코드의 주석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습니다.

변화는 놀라웠습니다. 단순히 코딩 속도가 빨라진 것이 아닙니다. 시니어 개발자가 작성한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을 주니어가 AI의 도움을 받아 해석하고, 그에 맞는 테스트 코드를 10분 만에 작성해 PR(Pull Request)을 올리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이 함수는 왜 이렇게 짰어요?"라는 반복적인 질문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AI가 개발팀의 '개인 과외 선생님'이자 '성실한 서기' 역할을 하게 된 셈입니다. 우리가 겪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전으로서 AI를 사용했을 때, 비로소 기술은 빛을 발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AI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여러분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몇 가지 가이드를 드리고자 합니다.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주는 AI는 없습니다. 대신 여러분의 조직에서 가장 반복적이고, 지루하며, 실수하기 쉬운 작업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송장 데이터를 엑셀로 옮기는 작업일 수도 있고, 고객 리뷰를 긍정/부정으로 분류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저희의 경우엔 테스트 코드 작성이었습니다. 이런 작은 성공 경험이 쌓여야 조직 전체가 AI의 효용을 체감하고 더 큰 프로젝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모델을 가져와도, 여러분이 가진 데이터가 쓰레기라면 결과물도 쓰레기입니다(Garbage In, Garbage Out). RAG를 구축하든, 파인튜닝을 하든, 우리 회사만의 데이터가 정제되어 있지 않으면 AI는 헛소리만 늘어놓습니다. LLM을 도입하기 전에, 사내 위키나 코드 주석, 로그 데이터가 기계가 읽기 좋은 형태로 정리되어 있는지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API 호출 비용은 생각보다 빠르게 불어납니다. 토큰 하나하나가 다 돈입니다. PoC(개념 증명) 단계에서는 성능만 보지만, 실제 운영 단계로 넘어가면 비용 효율성이 발목을 잡습니다. 오픈소스 모델을 자체 호스팅할 것인지, 상용 API를 쓸 것인지, 트래픽이 폭주했을 때의 비용 상한선은 어디까지인지 미리 설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람'입니다. AI가 도입되면 개발자의 역할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바뀝니다. 코드를 직접 짜는 능력보다, AI가 짠 코드를 검증하고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리더는 팀원들이 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구를 장착한 '슈퍼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AI 도입은 유행을 따르는 쇼핑이 아닙니다. 우리 조직의 체질을 바꾸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고통스러운 수술 과정에 가깝습니다. 남들이 다 하니까 불안해서 시작하지 마세요. 우리 팀이 겪고 있는 진짜 아픔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도구가 AI일 때 움직이십시오. 그때 비로소 AI는 여러분의 가장 든든한 동료가 되어줄 것입니다. 오늘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든 기술 리더와 개발자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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