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X 사태의 종결과 리더가 짊어져야 할 '윤리적 부채'의 무게
FTX 사태의 종결과 캐롤라인 엘리슨의 석방 소식을 통해 IT 리더와 PM이 가져야 할 책임감과 '윤리적 부채'의 위험성, 그리고 투명성의 가치를 고찰합니다.
김형철
CEO / PM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EO이자 PM, 김형철입니다.
오늘은 조금 무거운, 하지만 IT 업계에 몸담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깊이 곱씹어봐야 할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한때 암호화폐 시장의 거물이었던 FTX의 붕괴, 그 중심에 있었던 캐롤라인 엘리슨(Caroline Ellison)의 조기 석방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 프로덕트를 만드는 입장에서 '책임'과 '리스크 관리'라는 관점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니 등골이 서늘해지는 지점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뉴스를 접하고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고객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 예상보다 일찍 사회로 복귀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엘리슨의 석방일은 2026년 1월 21일로 확정되었습니다. 당초 예정된 2월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진 셈이죠. 반면, 그녀의 전 연인이자 FTX의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SBF)는 2044년까지 수감될 예정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두 사람의 운명을 이토록 극명하게 갈라놓았을까요? 저는 이 차이에서 프로덕트 매니저와 개발자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위기 대응의 본질'을 봅니다.
시스템 붕괴: 기술적 부채가 아닌 윤리적 부채
FTX 사태의 본질은 복잡해 보이지만, 프로덕트 관점에서 보면 명확합니다. 프론트엔드(FTX 거래소)에서는 고객에게 안전한 자산 보관을 약속했지만, 백엔드(알라메다 리서치)에서는 그 자금을 임의로 유용하여 레버리지 트레이딩의 손실을 메꾸고 있었습니다.
개발팀에서 흔히 말하는 '기술적 부채(Technical Debt)'는 나중에 리팩토링으로 갚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쌓은 것은 '윤리적 부채'였습니다. 고객의 자산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했고, 이를 감추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했습니다. 결국 뱅크런(Bank Run)이라는 트래픽 과부하가 걸렸을 때, 시스템은 셧다운되는 수준을 넘어 완전히 붕괴해 버렸습니다.
협조와 인정: 버그를 대하는 태도
엘리슨과 뱅크먼-프리드의 결정적인 차이는 '오류를 인정하는 태도'에 있었습니다.
엘리슨은 FTX가 붕괴한 직후, 당국에 협조하며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습니다. 그녀는 전신 사기(Wire Fraud), 자금 세탁(Money Laundering) 등 7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시인했고, 법정에서 SBF의 지시와 알라메다 리서치의 특혜 구조를 상세히 증언했습니다. 법원은 그녀의 "진심 어린 반성"과 "결정적인 증언"을 참작하여 형량을 대폭 감경했습니다.
반면, SBF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그는 시스템의 결함이 아니라 외부 요인 탓을 하거나 몰랐다고 발뺌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25년 형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고, 현재 대통령 사면을 기대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면 장애(Incident)는 언제든 발생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원인을 분석하여(Post-mortem)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입니다. 엘리슨은 늦게나마 '장애 보고서'를 정직하게 작성한 셈이고, SBF는 끝까지 로그를 조작하려다 더 큰 파국을 맞이한 것입니다.
풀링포레스트가 얻은 교훈
이번 뉴스를 보며 저와 우리 팀은 다시 한번 '투명성'의 가치를 되새겼습니다.
데이터의 정합성은 타협 불가입니다.
아무리 급한 배포 일정이라도, 혹은 비즈니스 지표를 좋게 보이고 싶은 유혹이 있더라도, 데이터 흐름은 정직해야 합니다. 백오피스에서 일어나는 자금 흐름이나 데이터 처리가 사용자에게 고지된 약관과 1%라도 다르다면, 그것은 잠재적인 시한폭탄입니다.문제가 터졌을 때는 '가장 먼저' 손을 들어야 합니다.
개발 과정에서 크리티컬한 버그를 발견하거나, 보안 취약점을 알게 되었을 때 이를 숨기는 것은 조직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습니다. 엘리슨의 사례가 보여주듯, 과오를 인정하고 수습하려는 태도만이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해줍니다.컴플라이언스(Compliance)는 규제가 아니라 안전장치입니다.
엘리슨은 향후 10년간 상장 기업이나 암호화폐 기업의 임원이 될 수 없습니다. 이는 시장의 신뢰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우리도 프로덕트를 기획할 때 법적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귀찮은 허들'로 여기지 말고, 우리 서비스를 지켜주는 '가드레일'로 인식해야 합니다.
마치며
엘리슨은 내년 1월에 사회로 나옵니다. 하지만 그녀가 짊어진 꼬리표는 평생 따라다닐 것입니다. IT 업계, 특히 핀테크나 블록체인 영역에 계신 분들이라면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외 토픽으로 넘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코드가, 우리가 설계하는 정책이 누군가의 자산과 인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무게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술은 혁신을 만들지만, 그 혁신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신뢰'입니다.
오늘도 모니터 앞에서 묵묵히 코드를 짜고 기획서를 다듬는 여러분, 우리가 쌓는 것이 부채가 아니라 신뢰이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풀링포레스트를 그런 단단한 팀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