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자가 아닌, 비즈니스 리더가 말하는 기업 홈페이지 제작의 본질
비즈니스 리더의 관점에서 본 기업 홈페이지 제작의 본질. 단순한 정보 게시판이 아닌 비즈니스 최전방 영업 사원으로서의 전략적 구축 프레임워크 4가지를 공유합니다.
김형철
CEO / PM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홈페이지 제작을 '숙제'처럼 생각했습니다. 창업 초기, 사업자 등록증이 나오고 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이제 우리 회사 얼굴 하나 만들어야지"였습니다. 그때의 저에게 홈페이지란 그저 그럴듯한 디자인에 회사 소개, 연혁, 오시는 길 정도만 잘 박혀 있으면 되는 정적인 팜플렛 같은 존재였습니다.
개발팀 리소스가 부족하니 외주를 주거나 노코드 툴로 뚝딱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어차피 트래픽도 얼마 안 나올 텐데, 적당히 예쁘게만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말이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발언입니다. 그때 제가 간과했던 것은 홈페이지가 단순한 '정보 게시판'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최전방 영업 사원'이자 '신뢰의 척도'라는 점이었습니다.

저희는 첫 홈페이지 제작 프로젝트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봤습니다. 디자인은 화려했지만 정작 고객이 궁금해하는 정보는 꽁꽁 숨겨져 있었고, 모바일에서는 버튼이 제대로 눌리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목적'이 불분명했다는 점입니다. 채용을 위한 페이지인지, B2B 리드 수집을 위한 페이지인지, 아니면 투자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페이지인지 정의하지 않은 채 그저 "남들 다 있으니까" 만들었던 겁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방문자는 들어오자마자 3초 만에 이탈했고, 문의하기 폼은 스팸 메일만 가득 찼습니다.
이 뼈아픈 경험을 통해 저는 기업 홈페이지 제작이 단순히 코드를 짜고 이미지를 배치하는 기술적 작업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은 철저한 '제품 전략'의 영역이었습니다. PM으로서 제품을 기획할 때처럼, 홈페이지 역시 명확한 타겟 페르소나와 전환 목표(Conversion Goal)가 있어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접근 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어떻게 만들까(How)"를 고민하기 전에 "왜 만드는가(Why)"와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가(Who)"를 먼저 정의했습니다.
저희가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기업 홈페이지를 구축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전략적 프레임워크를 공유합니다. 개발자든 기획자든, 이 관점을 놓치면 결국 아무도 찾지 않는 '디지털 유령 회사'를 만들게 됩니다.
첫째, 명확한 'One Goal'을 설정해야 합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저지르는 실수가 있습니다. 홈페이지 하나에 모든 것을 다 담으려고 합니다. 회사 비전도 보여주고 싶고, 제품 기능도 설명하고 싶고, 팀 문화도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방문자의 인지 능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저희는 랜딩 페이지의 최우선 목표를 '데모 신청' 딱 하나로 좁혔습니다. 회사 소개나 연혁 같은 부가적인 정보는 과감하게 하단으로 내리거나 별도 탭으로 분리했습니다. 목표가 단순해지니 UX 흐름도 자연스럽게 정리되었습니다. 버튼의 위치, 카피라이팅, 색상까지 모든 요소가 그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정렬되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데이터 기반의 구조 설계를 해야 합니다.
감으로 디자인하지 마십시오. GA4(Google Analytics 4)나 Hotjar 같은 도구를 활용해 고객이 실제로 어디서 머무르고 어디서 이탈하는지 추적해야 합니다. 저희는 초기 시안을 배포한 후 히트맵을 분석해 봤습니다. 놀랍게도 저희가 공들여 쓴 'CEO 인사말' 섹션은 아무도 읽지 않았지만, '고객 사례(Use Cases)' 섹션에서는 스크롤이 멈추고 클릭이 집중되었습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메인 상단에 고객 로고와 성공 사례를 전진 배치했습니다. 홈페이지제작 과정에서 이러한 데이터 피드백 루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그로스(Growth) 전략입니다.

셋째, SEO(검색 엔진 최적화)는 나중에 챙기는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설계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멋진 사이트도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개발 단계에서 시맨틱 태그(Semantic Tag)를 제대로 사용하는지, 이미지의 alt 속성은 꼼꼼히 채웠는지, 페이지 로딩 속도는 최적화되었는지(Lighthouse 점수 체크) 확인해야 합니다. 저희는 Next.js를 도입해 SSR(Server Side Rendering)을 구현함으로써 검색 엔진 봇이 우리 콘텐츠를 잘 긁어갈 수 있도록 기술 스택을 조정했습니다. 단순히 '홈페이지제작'을 했다는 사실에 안주하지 않고, 실제로 잠재 고객이 검색했을 때 우리 회사가 노출되도록 기술적 토대를 다진 것입니다.
넷째, 유지보수의 용이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기업 홈페이지는 살아있는 유기체입니다. 채용 공고가 바뀌고, 새로운 보도자료가 나오고, 제품 스펙이 업데이트됩니다. 그때마다 개발자가 코드를 수정해서 배포해야 한다면 비효율의 극치입니다. 저희는 마케팅 팀이나 HR 담당자가 개발자의 도움 없이도 콘텐츠를 수정할 수 있도록 Headless CMS(Strapi, Contentful 등)를 연동했습니다. 초기 개발 비용은 조금 더 들었지만, 장기적으로 운영 리소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기업 홈페이지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우리 비즈니스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일입니다. 단순히 외주 업체에 턴키(Turn-key)로 맡겨두고 "알아서 잘 해주세요"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내부의 PM이나 리더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우리 회사의 철학과 목표를 디지털 언어로 번역해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지금 여러분 회사의 홈페이지를 열어보십시오. 그리고 냉정하게 질문해 보십시오.
"이 페이지는 지금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목표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인터넷 공간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장식품인가?"
화려한 인터랙션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홈페이지제작, 그 본질은 결국 '고객과의 소통'이자 '비즈니스 설득'의 과정임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