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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독식의 세계에서 엔지니어링 조직이 살아남는 법 : 비제로섬 게임의 미학 - 승자 독식의 세계에서 엔지니어링 조직이 비제로섬 게임(Non-Zero-Sum Game)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Culture & Philosophy

승자 독식의 세계에서 엔지니어링 조직이 살아남는 법 : 비제로섬 게임의 미학

승자 독식의 세계에서 엔지니어링 조직이 비제로섬 게임(Non-Zero-Sum Game)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파이를 키워나가는 전략과 철학을 공유합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개발자로서, 혹은 기술 리더로서 살아오면서 가장 경계했던 순간이 언제인지 아시나요? 버그가 터졌을 때도, 배포가 실패했을 때도 아닙니다. 바로 팀 내에서 "너의 실수가 나의 안도감"이 되는 순간입니다. 누군가의 실패가 나에게 이득이 되거나, 나의 성공을 위해 누군가가 희생해야 하는 상황. 즉, '제로섬(Zero-Sum) 게임'이 조직에 침투했을 때 저는 가장 큰 위기감을 느낍니다.

최근 흥미로운 사이트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Non-Zero-Sum Games'라는 곳인데, 게임 이론부터 도덕 철학, AI까지 아우르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윈-윈(Win-Win)' 구조를 탐구하는 곳이더군요. 이 사이트의 철학을 곰곰이 곱씹다 보니, 문득 제가 풀링포레스트에서 만들고자 했던 엔지니어링 문화의 본질이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기술 조직에서 '비제로섬 게임'이 왜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인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제로섬의 함정 : 경쟁이 효율을 낳는다는 착각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 역시 주니어 시절에는 제로섬 사고방식에 갇혀 있었습니다. 동료보다 더 깔끔한 코드를 짜야 인정받을 수 있고, 내 아이디어가 채택되려면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짓눌러야 한다고 믿었죠.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고 승진 티켓은 적으니까요.

하지만 조직을 운영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그게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개발팀과 운영팀의 관계를 예로 들어볼까요? 흔히 개발팀은 '빠른 배포'를 원하고 운영팀은 '안정성'을 원합니다. 이 둘을 대립 구도로만 보면 영원한 제로섬 게임이 됩니다. 개발팀이 기능을 빨리 내보내면 운영팀은 장애 대응으로 고통받고, 운영팀이 안정성을 이유로 배포를 막으면 개발팀은 성과를 낼 수 없죠.

이런 구조에서는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습니다. 결국 비즈니스라는 더 큰 게임에서 모두가 패배하게 되니까요.

비제로섬 사고방식 : 함께 파이를 키우는 기술

비제로섬 게임의 핵심은 '너의 이익이 나의 손해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서로 협력하면 전체 파이가 커져서 모두가 더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있다는 원리죠.

풀링포레스트에서 우리가 AI를 도입하고 업무 방식을 혁신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AI 도구들(Cursor나 Claude 같은)을 도입할 때, 일부 구성원들은 "내 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것은 전형적인 제로섬적 공포입니다. AI의 발전이 인간 개발자의 퇴보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비틀어 볼까요? 우리가 AI에게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코딩 업무를 위임한다면(Delegate), 개발자는 더 고차원적인 아키텍처 설계나 비즈니스 임팩트를 고민하는 데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회사는 더 빠르게 성장하고, 그에 따라 더 많은 기회와 보상이 생겨납니다. 이것이 바로 비제로섬입니다.

코드 리뷰는 비난이 아닌 투자입니다

이 철학을 가장 잘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은 '코드 리뷰'입니다. 저는 팀원들에게 항상 강조합니다. "PR(Pull Request) 리뷰는 결함을 찾아내는 수사 과정이 아니라, 동료의 성장에 투자하는 시간이다"라고요.

리뷰어가 꼼꼼하게 피드백을 주면 작성자는 더 좋은 코드를 작성하는 법을 배우고, 작성자가 퀄리티 높은 코드를 머지하면 리뷰어는 나중에 발생할 레거시 코드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시간을 쓰는 행위가 결국 서로의 시간을 아껴주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자, 시니어 개발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결된 우주에서의 생존 전략

'Non-Zero-Sum Games' 사이트에서 인용한 존 홈즈(John Holmes)의 문장이 마음에 남습니다.

"전체 우주가, 사소한 예외 하나를 제외하고는, 타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기술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MSA(Microservices Architecture) 환경에서 서비스 하나가 죽으면 전체 시스템이 휘청이듯, 우리 조직도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옆자리에 있는 동료를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바라보고 계신가요? 혹시 내가 가진 지식을 공유하면 내 가치가 떨어질까 봐 걱정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단언컨대, 지식과 경험은 나눌수록 커집니다. 인터넷에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우리가 만들어내는 코드와 기술적 통찰만큼은 서로를 돕고 성장시키는 '선한 영향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기술 세계에서 우리가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그리고 가장 확실한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동료의 PR에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조언 한 마디를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그 작은 행동이 우리를 비제로섬의 세계로 이끄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읽으신 내용, 귀사에 적용해보고 싶으신가요?

상황과 목표를 알려주시면 가능한 옵션과 현실적인 도입 경로를 제안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