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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에게 덤벨을 넘기지 마세요: AI 시대의 성장 전략 - AI 코딩 도구의 발전 속에서 엔지니어로서의 성장을 위해 '지적 근육'을 단련하는 법을 제안합니다. 편리함에
Culture & Philosophy

로봇에게 덤벨을 넘기지 마세요: AI 시대의 성장 전략

AI 코딩 도구의 발전 속에서 엔지니어로서의 성장을 위해 '지적 근육'을 단련하는 법을 제안합니다. 편리함에 매몰되지 않고 사고의 과정을 지키는 전략을 공유합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최근 개발자 채용 면접을 보거나 주니어 동료들과 코드 리뷰를 하다 보면,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미묘한 위기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AI 코딩 도구들의 성능이 믿기 힘들 정도로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Cursor나 Claude 같은 도구들은 이제 단순히 코드를 자동 완성해 주는 수준을 넘어, 프로젝트의 맥락을 이해하고 아키텍처를 제안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질문 하나를 놓치고 있습니다. "과연 나의 엔지니어링 근육은 안녕한가?"라는 질문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직업(Job)'과 '체육관(Gym)'의 차이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일이 무거운 상자를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옮기는 것이라면, 그것은 'Job'입니다. 이때는 지게차를 쓰든 로봇을 쓰든 상관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상자만 옮겨지면 되니까요. 하지만 여러분이 체육관(Gym)에 갔다고 가정해 봅시다. 체육관의 목적은 무거운 쇠질을 통해 내 근육을 찢고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로봇에게 "너무 무거우니까 네가 대신 들어줘"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덤벨은 들려 올려지겠지만, 정작 내 팔에는 아무런 근육도 생기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는 개발이라는 영역에서 Job과 Gym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생산성을 핑계로 사고하는 과정(Gym)까지 AI에게 맡겨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솔직하게 되돌아봐야 합니다. 풀링포레스트 팀원들에게도 자주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단순히 기능이 돌아가는 코드를 빨리 만들어내는 것은 'Job'의 영역입니다. 여기서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정의하고,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기술적 스펙으로 번역하며, 트레이드오프를 고려해 아키텍처를 결정하는 것은 명백한 'Gym'의 영역입니다. 이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이 우리를 시니어 엔지니어, 혹은 그 이상의 리더로 성장시킵니다.

그렇다면 AI가 코드를 다 짜주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지적 근육'을 유지해야 할까요?

저의 제안은 여러분의 업무를 냉정하게 분류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비판적 사고, 복잡한 문제 해결, 찬반 논거 구성 등은 여러분의 핵심 정체성이자 Gym 영역입니다. 반면 단순한 보일러플레이트 코드 작성이나 데이터 변환 스크립트 작성은 Job 영역일 수 있습니다. Job 영역은 과감하게 AI에게 위임하세요. 하지만 Gym 영역만큼은 AI가 대신하게 두지 마세요.

만약 불가피하게 AI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소크라테스식 튜터' 방식을 도입해 보세요. 저는 최근 AI가 생성한 코드를 그대로 커밋하지 않고, 역으로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 아키텍처를 선택한 근거가 뭐야?"

"다른 대안은 없었어? 트래픽이 10배 늘어나도 이 구조가 유효할까?"

마치 제가 주니어 개발자의 PR(Pull Request)을 리뷰하듯, AI의 결과물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입니다. 단순히 결과물만 취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도출한 논리를 검증하고 내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 즉 '사후 학습'을 통해 근육을 유지하는 전략입니다.

AI은 훌륭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도구가 주인을 대체해서는 안 됩니다. 2026년을 향해가는 지금, 엔지니어로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AI에게 맡기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입니다.

여러분의 체육관에는 로봇을 들이지 마세요. 땀 흘리며 덤벨을 드는 고통, 그 치열한 고민의 시간만이 결국 여러분을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저 역시 오늘도 편안한 자동화의 유혹을 뿌리치고, 묵직한 고민의 무게를 견뎌보려 합니다. 함께 성장합시다.

지금 읽으신 내용, 귀사에 적용해보고 싶으신가요?

상황과 목표를 알려주시면 가능한 옵션과 현실적인 도입 경로를 제안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