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딩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 진짜 소프트웨어개발의 시작
처음 CTO가 되었을 때의 착각과 실패를 통해 깨달은 코딩 너머의 세계. 비즈니스 가치 창출과 문제 해결력을 갖춘 진정한 엔지니어로 성장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송찬영
CTO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CTO 직함을 달았을 때 저는 '코드를 가장 잘 짜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밤새워 알고리즘을 최적화하고, 남들이 감탄할 만한 우아한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것이 제 역할의 전부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스타트업의 거친 파도 속에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런칭하고, 때로는 쓰라린 실패를 맛보면서 그 믿음이 얼마나 순진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개발자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벽, 즉 '코딩 너머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제가 겪었던 가장 뼈아픈 실패 사례 하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몇 년 전, 우리 팀은 야심 차게 새로운 추천 시스템을 기획했습니다. 기술 스택은 최신이었고, 머신러닝 모델의 정확도는 테스트 환경에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팀원들은 모두 흥분해 있었고, 저 역시 이 소프트웨어개발 프로젝트가 회사의 매출을 견인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우리는 3개월 동안 기능 구현에만 매달렸습니다. 코드는 완벽에 가까웠고, 버그는 제로에 수렴했습니다.
하지만 배포 당일,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졌습니다. 기술적인 버그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사용자 경험'과 '비즈니스 가치'의 괴리였습니다. 우리가 만든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연관성이 높은 상품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정작 사용자는 직관적이고 빠른 탐색을 원했는데, 우리는 복잡한 계산을 하느라 로딩 시간을 0.5초 더 늘려버린 것이죠. 결국 그 기능은 한 달 만에 롤백되었습니다. 3개월간의 개발 리소스가 허공으로 사라진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개발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코드도 무용지물이 된다는 사실을요. 개발자가 빠지기 가장 쉬운 함정은 수단을 목적으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클린 코드, MSA 전환, 최신 라이브러리 도입은 모두 훌륭한 도구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소프트웨어개발은 비즈니스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 전체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 실패 이후, 저는 팀의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쳤습니다. 단순히 "기능 명세서대로 만들어주세요"라고 요청받는 수동적인 조직에서, "왜 이 기능을 만들어야 하나요?"라고 되묻는 능동적인 조직으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변화의 핵심은 '맥락의 공유'였습니다. 개발자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여 비즈니스 목표를 이해하고, 기술적으로 더 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기획팀에서 "실시간 데이터 동기화가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예전에는 바로 웹소켓 서버를 구축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데이터의 갱신 주기가 실제로 얼마나 빈번한가요?"라고 묻습니다. 5분에 한 번 갱신되어도 충분하다면, 복잡한 실시간 통신 대신 간단한 폴링 방식으로 구현하여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으니까요. 기술적 오버엔지니어링을 막고, 그 시간을 사용자에게 진짜 필요한 기능을 만드는 데 쏟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여러분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주니어에서 미들, 그리고 리더로 성장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제가 실무에서 적용하고 있는 몇 가지 원칙을 제안합니다.
첫째, '코드 작성 전 30분'의 법칙을 지키세요. 키보드에 손을 올리기 전에, 이 기능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이 방식이 최선인지, 운영 비용은 얼마나 들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무작정 짜 내려간 코드는 나중에 10배의 수정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둘째, '비즈니스 언어'를 배우세요. CTO로서 경영진과 대화할 때 "리팩토링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면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지금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다음 분기 신규 기능 배포 속도가 50% 느려질 위험이 있습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개발 용어를 비즈니스 임팩트로 번역할 수 있는 능력은 시니어 개발자로 가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셋째,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생산성의 레버리지'를 높이세요. Cursor나 Claude 같은 도구들이 단순 코딩을 대신해주는 시대입니다. 이제 개발자의 역량은 코드 타이핑 속도가 아니라, AI가 작성한 코드의 논리적 오류를 검증하고 전체 시스템 아키텍처 안에서 조율하는 능력으로 평가받습니다. 도구를 두려워하지 말고 내 손발처럼 부리십시오.

최근 우리 팀은 AI를 활용해 레거시 코드의 테스트 케이스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개발자들은 지루한 반복 작업에서 해방되어, 더 복잡하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소프트웨어개발의 미래입니다. 기술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발판 삼아 더 높은 가치를 바라보는 것.
지금 여러분의 화면에 떠 있는 코드를 다시 한번 바라보세요. 그 코드는 단순히 컴파일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누군가의 시간을 아껴주며,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핵심 자산입니다. 코딩 실력만큼이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문제 해결력'을 기르세요. 그때 비로소 여러분은 단순한 코더(Coder)를 넘어, 대체 불가능한 엔지니어(Engineer)로 거듭날 것입니다. 저와 풀링포레스트 팀도 그 여정을 함께하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유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