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북을 버리고 '노트북 괴짜'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드웨어의 자유를 찾아서
맥북의 완벽함을 뒤로하고 Framework 13 DIY 에디션을 선택한 이유. 하드웨어의 자유와 엔지니어링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공유합니다.
김영태
테크리드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백엔드 개발자 김테크입니다.
얼마 전, 개발자들의 '국룰'이나 다름없는 M1 Max MacBook Pro를 처분했습니다. 그리고 Framework 13 DIY 에디션을 주문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솔직히 말해 저는 이 불편함이 너무나 그리웠습니다. 오늘은 제가 왜 완벽하게 세팅된 애플 생태계를 벗어나 다시 나사를 조이고, 리눅스 커널을 만지작거리는 '노트북 괴짜'의 길로 돌아갔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나사는 풀라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저는 항상 하드웨어에 '몹쓸 짓'을 하는 개발자였습니다. 2008년 즈음, 넷북이라는 카테고리가 유행하던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저는 삼성 NC10이라는 넷북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스펙은 처참했습니다. 싱글 코어 1.6GHz 아톰 프로세서에 1GB 램. 하지만 저에게는 최고의 장난감이었습니다.
램을 2GB로 올리고, 느해빠진 HDD를 SSD로 교체하고, 심지어 와이파이 카드를 바꿔서 해킨토시(Hackintosh)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1024x600 해상도의 좁은 화면에서 리소스를 아끼겠다고 Arch Linux를 설치하고, 타일링 윈도우 매니저인 XMonad를 올리며 희열을 느꼈습니다.
당시 GMA950 그래픽 카드의 성능을 쥐어짜기 위해 언더볼팅을 해제하는 유틸리티를 찾아 헤매던 기억이 납니다. 해당 툴의 개발자가 사라졌을 때, 제가 직접 AUR(Arch User Repository) 패키지 메인테이너가 되어 바이너리를 깃허브에 미러링하기도 했죠. 360p 영상이나 겨우 돌리던 기계에서 480p 영상을 돌릴 수 있게 되었을 때의 그 짜릿함은, 지금 서버 비용을 최적화했을 때의 쾌감과는 또 다른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점점 닫혀가는 문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노트북들은 점점 얇아졌고, 그만큼 지루해졌습니다. 대학 시절 사용했던 2011년형 맥북 프로까지만 해도 낭만이 있었습니다. ODD(CD 드라이브)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세컨드 SSD를 장착해 트리플 부팅(OSX, 윈도우, 리눅스)을 구성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레티나 디스플레이 시대가 오면서 모든 부품은 온보드(On-board)화 되었고, 납땜 된 램과 독자 규격의 SSD는 저 같은 '괴짜'들의 접근을 차단했습니다. 이후 씽크패드(ThinkPad) X1 카본으로 넘어갔지만, 예전만큼의 자유도는 없었습니다. 고장이 나면 제가 고치는 게 아니라, 기술자가 와서 부품을 통째로 갈아 끼우는 방식이었죠.
최근까지 사용했던 M1 Max 맥북 프로는 성능 면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한 기계였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퇴사 패키지로 받은 이 노트북은 놀라울 정도로 빨랐고, 배터리는 오래 갔으며, 마감은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iFixit 수리 점수 4점(나중에 5점으로 오르긴 했지만)이 말해주듯, 이 기계는 철저히 '소비'를 위한 도구였습니다. 저는 더 이상 기계의 주인이 아니라, 애플이 허락한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는 사용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편함을 선택한 이유
그래서 저는 Framework 13을 선택했습니다. 이 노트북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합니다. 메인보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품을 사용자가 직접 교체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포트 구성조차 모듈식이라 내 마음대로 USB-C, HDMI, DP 포트 위치를 바꿀 수 있죠.

제가 주문한 것은 DIY 에디션입니다. 램도 없고, SSD도 없고, OS도 없는 상태로 배송됩니다. 박스를 열고 드라이버를 쥐었을 때, 잊고 있던 설렘이 되살아났습니다. 윈도우나 맥OS 대신 NixOS를 설치하며 설정을 코드로 관리하는 즐거움을 다시 맛보고 있습니다.
물론 불편합니다. 트랙패드 감도는 맥북보다 못하고, 배터리 효율을 잡으려면 리눅스 전력 관리 데몬을 직접 튜닝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다시금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클라우드와 관리형 서비스(Managed Service)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야생의 감각'을 되찾는 느낌입니다.
개발자에게 '삽질'이란
우리는 효율성을 숭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바퀴를 다시 발명하지 마라"는 격언은 진리처럼 통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바퀴를 깎아보는 경험이 타이어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줍니다.
제가 넷북 시절 리눅스 커널을 컴파일하고 패키지 의존성을 해결하며 보낸 시간들은, 지금 인프라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트러블슈팅을 하는 데 있어 단단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완제품을 소비하는 것보다, 어설프더라도 직접 조립하고 깨져보며 원리를 파악하는 태도. 그것이 8년 차가 된 지금의 저를 만든 동력이라 생각합니다.
동료 개발자 여러분, 너무 편한 환경에만 안주하고 있지는 않나요? 가끔은 걷어붙이고 나사를 풀어보시길 권합니다. 그 속에 우리가 잊고 있던 '엔지니어링의 즐거움'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저처럼 굳이 노트북을 뜯지 않더라도, 주말엔 평소 쓰지 않는 언어나 프레임워크로 날것의 코딩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이제 NixOS 설정을 마저 하러 가야겠습니다. 와이파이 드라이버가 또 말썽이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