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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한 번으로 500곳의 데이터를 삭제한다면? 캘리포니아 DROP이 던진 화두 - 캘리포니아의 DROP 플랫폼 도입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 데이터 삭제 UX의 표준을 바꾸고 있습니다. PM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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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한 번으로 500곳의 데이터를 삭제한다면? 캘리포니아 DROP이 던진 화두

캘리포니아의 DROP 플랫폼 도입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 데이터 삭제 UX의 표준을 바꾸고 있습니다. PM으로서 준비해야 할 시스템적 변화와 대응 전략을 공유합니다.

김형철

CEO / PM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EO이자 PM을 맡고 있는 김형철입니다.

제품을 기획하고 운영하다 보면 가장 골치 아픈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이슈입니다. 솔직히 말해, 몇 년 전 GDPR(유럽 일반 개인정보보호법)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나 CCPA(캘리포니아 소비자 프라이버시법) 대응을 준비할 때, 우리 팀은 꽤나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단순히 "약관 한 줄 추가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했다가, 백엔드 아키텍처 전체를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삭제 요청이 들어왔을 때, 파편화된 DB와 로그 속에 숨겨진 사용자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리소스가 많이 드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발표한 DROP(Delete Request and Opt-out Platform) 소식을 접하고, 저는 다시 한번 등골이 서늘해지는 동시에 묘한 흥분감을 느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 발표가 아니라, 데이터 비즈니스의 판도를 바꿀 거대한 '시스템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DROP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DROP은 캘리포니아 거주자가 단 한 번의 요청으로 500개 이상의 데이터 브로커(Data Broker)에게 자신의 개인정보 삭제를 명령할 수 있는 중앙집중형 플랫폼입니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지우기 위해 각 브로커 사이트를 일일이 방문해야 했다면, 이제는 주 정부가 만든 단일 창구에서 "내 정보 삭제해"라고 외치면 끝나는 구조입니다.

이 플랫폼의 핵심은 '편의성'과 '강제성'에 있습니다.

  • 자격 확인: California Identity Gateway 등을 통해 거주자임을 인증합니다.

  • 일괄 요청: 클릭 한 번으로 수백 개의 기업에 삭제 요청이 전파됩니다.

  • 강제 삭제: 2026년 8월 1일부터 데이터 브로커는 요청을 받은 지 90일 이내에 데이터를 삭제해야 하며, 이후에는 45일 주기로 지속적인 삭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왜 이것이 프로덕트 메이커에게 중요한가?

많은 개발자와 기획자분들이 "우리는 데이터 브로커가 아니니 상관없지 않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PM의 관점에서 이 변화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첫째, 프라이버시 UX의 표준이 바뀝니다. 사용자들은 이제 '원클릭 삭제'에 익숙해질 것입니다. DROP이 활성화되면, 일반 서비스에서도 "왜 너희는 탈퇴 과정이 복잡해?" 혹은 "내 데이터를 지우는 게 왜 이렇게 어려워?"라는 불만이 터져 나올 것입니다. 즉, 데이터 삭제 및 옵트아웃 경험(Experience) 자체가 서비스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입니다. 우리 풀링포레스트 팀도 최근 마이페이지 내 '계정 삭제' 플로우를 점검하면서, 법적 요구 사항을 넘어 사용자에게 '통제권'을 쥐어주는 느낌을 주도록 UI를 개선한 바 있습니다.

둘째, 서드파티 데이터(3rd Party Data) 의존도가 높은 비즈니스는 위기를 맞습니다. 마케팅이나 타겟팅을 위해 외부 데이터 브로커의 정보를 활용하던 기업들은 데이터 파이프라인이 말라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DROP을 통해 대규모 삭제가 이루어지면, 데이터의 모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정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곧 자체 데이터(1st Party Data) 수집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짐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

DROP은 2026년 1월부터 사용자 요청을 받기 시작합니다. 아직 시간이 남은 것 같지만, 시스템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결코 긴 시간이 아닙니다.

  1. 레거시 데이터 정리: 우리 시스템 어딘가에 잊힌 채 쌓여있는, 불필요한 사용자 데이터가 없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언젠가 쓰겠지' 하고 남겨둔 데이터는 이제 자산이 아니라 부채이자 리스크입니다.

  2. 삭제 아키텍처의 고도화: 삭제 요청이 들어왔을 때, 메인 DB뿐만 아니라 백업 서버, 로그 파일, 분석용 웨어하우스(Data Warehouse)에서도 해당 식별자가 확실히 제거되거나 익명화되는지 자동화된 테스트가 필요합니다. 사람이 수동으로 지우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3. 투명성 강화: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약관과 안내 문구를 다듬어야 합니다. 신뢰는 기술적 완성도만큼이나 중요한 자산입니다.

기술은 항상 인간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고, DROP은 그 거대한 흐름의 일부입니다. 이를 귀찮은 규제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 프로덕트가 더 신뢰받는 서비스로 거듭날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데이터 댐을 쌓는 것에만 몰두하기보다, 이제는 그 물을 깨끗하게 흘려보내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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