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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PM이 말하는 '실패하지 않는' 사이트제작 전략: 예쁜 디자인보다 중요한 것 - B2B PM이 겪은 사이트 제작 실패담과 성공적인 전환을 위한 Value-Evidence-Action 프레임
Product Management

B2B PM이 말하는 '실패하지 않는' 사이트제작 전략: 예쁜 디자인보다 중요한 것

B2B PM이 겪은 사이트 제작 실패담과 성공적인 전환을 위한 Value-Evidence-Action 프레임워크를 공유합니다. 예쁜 디자인보다 중요한 본질을 확인해 보세요.

최PM

시니어 Product Manager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에서 시니어 Product Manager로 일하고 있는 최PM입니다.

"우리 서비스, 랜딩 페이지 다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좀 더 힙하게요."

스타트업에서 제품을 만들다 보면 1년에 한 번쯤은 꼭 듣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풀링포레스트 초창기에 이 유혹에 넘어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우리는 기능 개발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우리 제품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대문, 즉 웹사이트가 너무 낡아 보인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큰 결심을 하고 사이트제작 프로젝트를 띄웠습니다.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경쟁사보다 더 멋있게, 더 세련되게.'

결과는 어땠을까요? 디자이너와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영혼을 갈아 넣어 정말 화려한 인터랙션을 가진 사이트가 탄생했습니다.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요소들이 춤을 추고, 그라데이션이 아름답게 흐르는 그런 사이트였죠. 하지만 오픈하고 한 달 뒤, 우리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이탈률은 오히려 늘었고, 문의하기 버튼 클릭률(CTR)은 반토막이 났습니다. 예쁜 쓰레기를 만든 셈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팀원들과 함께 머리를 싸매고 데이터 분석 툴인 Amplitude와 뷰저블을 뜯어보며, 그리고 실제 고객 인터뷰를 진행하며 뼈아픈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사이트를 '제품(Product)'이 아니라 '작품(Artwork)'으로 접근했던 것입니다. 사이트제작의 본질은 우리 회사의 가치를 고객에게 명확히 전달하고, 그들을 다음 단계(회원가입, 문의하기 등)로 전환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화려한 모션과 트렌디한 디자인이라는 수단에 매몰되어, 정작 고객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특히 B2B SaaS 영역에 있는 우리 풀링포레스트 같은 회사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고객은 우리 사이트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러 오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가진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 줄 수 있는지, 그 증거는 무엇인지, 가격은 합리적인지를 검증하러 옵니다. 이 기본적인 니즈를 무시한 채 비주얼에만 집착한 사이트제작은 리소스 낭비일 뿐입니다.

이 실패 이후, 저는 사이트를 기획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프레임워크를 재정립했습니다. 흔히 AIDA(Attention, Interest, Desire, Action) 모델을 이야기하지만, 저는 실무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Value-Evidence-Action' 구조를 활용합니다. 만약 여러분도 지금 사이트 리뉴얼이나 신규 제작을 고민하고 있다면,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먼저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파는가'가 첫 화면(Hero Section)에 명시되어 있는가?
사용자가 사이트에 접속해서 이탈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초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짧은 시간에 "우리는 AI 기반 자동화 솔루션입니다"라는 모호한 말 대신, "당신의 업무 시간을 하루 2시간 줄여드립니다"라는 구체적인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이 보여야 합니다. 저희가 실패했던 첫 번째 버전은 추상적인 슬로건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구체적인 효용을 직관적인 카피로 박아두었습니다.

둘째, 주장에 대한 '증거'가 논리적으로 배치되었는가?
"우리가 최고입니다"라고 말하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고객은 의심이 많습니다. 그 의심을 해소할 장치가 필요합니다. 주요 고객사 로고, 구체적인 성과 지표(ROI), 실제 사용자의 생생한 후기가 그 증거가 됩니다. 디자인할 때 이 섹션을 단순히 로고 나열하는 공간으로 치부하지 마세요. 신뢰를 구축하는 가장 중요한 전장입니다.

셋째, '다음 행동'이 명확한가?
사이트제작 과정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CTA(Call To Action) 버튼을 숨바꼭질하듯 배치하는 것입니다. 디자인을 해친다는 이유로 버튼을 작게 만들거나, 너무 많은 선택지를 주는 경우입니다. 고객이 이 페이지를 보고 무엇을 하길 원하나요? '무료 체험 시작'인가요, 아니면 '영업팀 문의'인가요? 단 하나의 확실한 목표 행동을 설정하고, 사용자가 어떤 스크롤 위치에 있더라도 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 프레임워크를 적용하여 다시 사이트를 개편했을 때, 디자인은 이전보다 훨씬 심플해졌습니다. 화려한 인터랙션은 걷어내고, 텍스트 가독성과 정보 구조(IA)에 집중했습니다. 개발팀 입장에서도 유지보수가 쉬운 구조로 변경되었죠. 결과적으로 문의 건수는 리뉴얼 전 대비 300% 이상 증가했습니다.

사이트제작은 단순히 개발자와 디자이너에게 "예쁘게 만들어주세요"라고 던지는 과제가 아닙니다. PM이 비즈니스 목표를 명확히 정의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논리적인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입니다. 코드를 한 줄 짜기 전에, 픽셀을 하나 찍기 전에, 우리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화려함은 잠깐 눈을 즐겁게 하지만, 명확함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사이트는 고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있나요? 혹시 고객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결국 좋은 제품은 좋은 설명서가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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