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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직원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기술 효율성 뒤에 숨겨진 청구서 -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며 발생하는 세원 증발 문제와 기술 효율성 뒤에 숨겨진 사회적 비용, 그리고 Hum
Business Insight

AI 직원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기술 효율성 뒤에 숨겨진 청구서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하며 발생하는 세원 증발 문제와 기술 효율성 뒤에 숨겨진 사회적 비용, 그리고 Human-in-the-Loop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고찰합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얼마 전 흥미로운 글을 읽다가 문득 지난주 카페에서 목격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옆 테이블의 누군가가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더군요. 회사에서 Microsoft Copilot 같은 AI 툴을 쓰라고 강요했는데,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결과를 수정하다 보니 결국 직접 하는 것보다 시간이 두 배는 더 걸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게 무슨 혁신이야, 그냥 짐이지." 그분의 짜증 섞인 한숨이 잊히지 않습니다.

많은 분이 이 장면을 '기술 도입의 실패'나 '과도기적 시행착오'로 보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이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어떤 자동화 과정이든 마찰(Friction)은 필연적이며, 그 마찰이 존재하는 지점이 바로 인간이 필요한 순간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흔히 이 상태를 'Human-in-the-Loop(인간이 개입하는 루프)'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낭만적인 기술 용어를 걷어내고 냉정하게 물어봅시다. AI가 코드를 짜고 보고서를 쓰는 세상에서, 인간은 도대체 왜 루프 안에 남아 있어야 할까요? 품질 검수를 위해서? 창의성을 위해서?

아주 냉소적이지만 반박하기 힘든 정답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세금' 때문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도로, 학교, 치안, 의료 시스템은 누구의 돈으로 운영될까요?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 바로 노동자의 급여에서 징수되는 소득세와 사회보험료입니다. 정부는 사람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합니다. 만약 우리가 꿈꾸는 '완전 자동화'가 이루어져 기업이 고용을 멈추고 AI 에이전트만 돌린다면, 그 순간 사회를 지탱하는 세금의 원천도 함께 증발합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반박할 겁니다. "기업이 인건비를 줄여서 막대한 이익을 내면, 법인세로 충당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급여세는 피할 수 없는 현금 흐름이지만, 법인세는 숨바꼭질에 가깝습니다. 기업은 지적재산권을 조세 회피처로 옮기고, 자사주 매입을 하고, 장부상 이익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재투자'합니다. 창의적인 회계 기술로 무장한 기업의 선의에 국가 운영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AI는 트랙터와 같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농부가 트랙터로 대체될 때 트랙터에 세금을 매기지 않았듯, AI도 도구일 뿐이라는 논리죠. 하지만 트랙터는 육체노동을 증폭시켰을 뿐, 인간의 정신을 대체하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산업혁명은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났지만, 지금의 AI 전환은 분기 단위로 일어납니다. '재교육'을 통해 다른 일자리를 찾으라는 말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교육의 속도를 추월해버린 지금 시점에서는 공허한 신화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기술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 역시 풀링포레스트에서 엔지니어링 효율을 높이기 위해 Cursor나 Claude 같은 도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LLM이 가져다주는 생산성에 감탄하곤 합니다.

하지만 리더로서, 그리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효율성'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비용을 직시해야 합니다. 인간 노동을 우회하는 생산성 향상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세금 체계마저 우회해버립니다.

만약 노동력의 30%가 AI로 대체되고, 남은 70%가 그들을 부양하기 위해 더 무거운 세금을 짊어져야 한다면 그 사회는 지속 가능할까요? 기술이 인간을 단순 반복 작업에서 해방하는 것을 넘어, 우리 모두가 서 있는 기반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것은 혁신이 아니라 파괴일 것입니다.

최근 제미나이(Gemini) 모델을 테스트하다가 섬뜩할 정도로 정확한 비유를 접했습니다. "도로를 닦는 비용을 대는 인간들을 대체한 뒤, 그렇게 번 돈을 들고 도로가 필요 없는 섬으로 도망치는 전략"이라는 표현이었죠. 일부 극단적인 기술 낙관론자나 투자자들은 사회를 개선하기보다 사회로부터 '탈출'하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해법은 다시 처음의 '불편한'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진화의 방향은 'AI에 의한 완전 대체'가 아니라, 견고한 'Human-in-the-Loop'가 되어야 합니다.

개발자 여러분, AI가 작성한 코드를 리뷰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지시나요? 그 번거로움이 바로 여러분의 가치입니다. 우리는 산출물의 품질을 보증하고, 윤리적 책임을 지며, 무엇보다 경제 활동을 통해 문명을 유지하는 주체입니다.

우리는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되, 핸들은 여전히 우리가 쥐고 있어야 합니다. 기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기보다, 이 도구가 우리의 삶과 터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개발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 질문들이 모여 기술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합리적인 타협점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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