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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 환상을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하는 법: CTO의 관점에서 - AI 도입은 마법이 아닙니다. CTO로서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도구 활용법, 조직 문화, 그리고 구체
Business Insight

AI 도입, 환상을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하는 법: CTO의 관점에서

AI 도입은 마법이 아닙니다. CTO로서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도구 활용법, 조직 문화, 그리고 구체적인 도입 체크리스트를 공유합니다.

송찬영

CTO

솔직히 고백하자면, 처음 회사 전체에 AI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저는 거대한 오해 속에 있었습니다. 마치 마법 지팡이 하나를 손에 쥐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제 Cursor나 Github Copilot 같은 도구만 쥐여주면 생산성이 두 배는 뛰겠지?"라는 안일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개발팀 전체에 유료 계정을 배포하고 흐뭇하게 바라보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그 기대가 무너지는 데는 딱 한 달이 걸렸습니다.

생산성 그래프는 제자리걸음이었고, 오히려 코드 리뷰 시간은 늘어났습니다. 주니어 개발자들은 AI가 생성한 코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복사해서 붙여넣기에 급급했고, 시니어들은 그 뒷수습을 하느라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럴 거면 그냥 내가 짜는 게 빠르겠다"는 볼멘소리가 회의실 밖으로 새어 나왔죠. AI 도입이 기술적 혁신이 아니라, 조직의 혼란을 가중하는 불쏘시개가 되어버린 꼴이었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도구는 죄가 없다는 것을요. 문제는 도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준비되지 않은 문화였습니다.

오늘은 제가 풀링포레스트에서 AI를 도입하며 겪었던 이 쓰라린 시행착오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진짜 효율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도구보다 먼저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야 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개발자들이 AI를 '정답 자판기'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프롬프트 창에 대충 "로그인 기능 만들어줘"라고 입력하면 완벽한 코드가 나올 것이라 기대했죠. 하지만 현실의 비즈니스 로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레거시 시스템의 제약 사항, 보안 정책, 우리 회사만의 데이터 스키마 같은 맥락(Context)이 빠진 코드는 예쁜 쓰레기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는 접근 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단순히 도구 사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AI와 협업하는 '사고의 과정'을 재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변화는 '맥락 주입' 훈련이었습니다. Claude나 GPT 같은 LLM을 사용할 때, 단순히 코드를 요청하는 게 아니라 현재 프로젝트의 아키텍처, 사용 중인 라이브러리 버전, 그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의 제약 조건을 먼저 설명하는 습관을 들이게 했습니다. 이를 위해 팀 내부적으로 '프롬프트 템플릿'을 만들어 공유했습니다. "역할(Role) - 맥락(Context) - 제약(Constraint) - 요청(Request)" 구조로 질문을 구체화하자, AI가 내놓는 결과물의 퀄리티가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코드 생성보다 더 중요한 것: 리뷰와 검증

두 번째로 부딪힌 벽은 '검증의 부재'였습니다. AI가 1분 만에 짜준 코드를 사람이 10분 동안 리뷰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죠. 특히 주니어 개발자들이 AI 코드를 맹신하고 커밋을 올렸다가 프로덕션 환경에서 사이드 이펙트가 터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AI가 짠 코드는 남이 짠 코드보다 더 의심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AI 도입의 핵심은 코딩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시간을 버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코드 리뷰 프로세스를 강화했습니다. PR(Pull Request) 설명에 단순히 "기능 구현했습니다"라고 쓰는 것을 금지하고, "AI가 제안한 로직은 A였으나, 우리 시스템의 B 이슈 때문에 C 방향으로 수정하여 적용했습니다"와 같이 의사결정 과정을 기록하도록 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과정에서 주니어들의 실력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AI의 제안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훌륭한 학습 경험이 된 것입니다.

CTO가 챙겨야 할 '보이지 않는 비용'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리더로서 간과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보안'과 '데이터 프라이버시'였습니다. 팀원들이 무심코 회사 내부 API 키나 고객 데이터를 프롬프트에 입력하는 실수가 발생할 뻔했습니다. 효율을 쫓다가 회사의 존립을 위협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죠.

이후 우리는 즉시 엔터프라이즈급 보안 정책을 수립했습니다. 사내 데이터가 학습에 사용되지 않는 옵션을 활성화하고, 민감 정보가 포함된 코드는 로컬 LLM을 활용하거나 마스킹 처리 후 전송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조심해라"라고 말하는 것보다, 시스템적으로 실수를 방지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임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성공적인 도입을 위한 체크리스트

지금 당장 팀에 AI를 도입하려고 고민 중이시라면,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먼저 던져보시길 권합니다.

첫째, "무엇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하는가?" 막연히 '생산성 향상'이라고 답하지 마세요. "반복적인 보일러플레이트 코드 작성 시간을 줄이겠다" 혹은 "레거시 코드의 테스트 케이스 작성을 자동화하겠다"처럼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둘째, "팀원들이 AI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는가?" AI는 환각(Hallucination)을 일으킬 수 있고, 보안 취약점이 있는 코드를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걸러낼 수 있는 시니어의 가이드나 코드 리뷰 프로세스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셋째, "공유하는 문화가 있는가?" 누군가 기가 막힌 프롬프트를 발견했다면, 그것이 개인의 노하우로 끝나지 않고 팀 전체의 자산이 되어야 합니다. 저희는 매주 금요일 'AI 활용 회고' 시간을 갖고 서로의 실패와 성공 사례를 공유합니다. 이 시간이 도구 자체보다 더 큰 생산성을 만들어냈습니다.

결국은 사람입니다

AI 도입은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문화의 변화입니다.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에서, 코드를 '설계'하고 AI를 '지휘'하는 사람으로 정체성을 바꿔야 하는 과정이죠.

초기의 혼란을 겪고 난 지금, 우리 팀은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들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단순 코딩은 AI에게 맡기고, 아키텍처 설계와 비즈니스 가치 창출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되었으니까요. 여러분의 조직에서도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팀원들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시행착오는 분명 있겠지만, 그 끝에 있는 변화는 충분히 감내할 가치가 있습니다.

지금 읽으신 내용, 귀사에 적용해보고 싶으신가요?

상황과 목표를 알려주시면 가능한 옵션과 현실적인 도입 경로를 제안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