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11을 AI와 Rust로 갈아엎는다고? 100만 줄 코드 논란과 개발자의 시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11 Rust 재작성 논란과 AI를 활용한 100만 줄 코드 마이그레이션 해프닝을 통해 본 현대 소프트웨어 개발의 안정성과 기술적 흐름.
김테크
8년차 개발자
안녕하세요, 8년차 개발자 김테크입니다. 오늘은 최근 개발자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11 재작성 논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백엔드와 인프라를 다루는 입장에서 레거시 코드를 다루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신중해야 하는 작업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번 해프닝은 꽤나 흥미로우면서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주제였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고위 엔지니어가 링크드인에 올린 글이었습니다. "2030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C와 C++ 라인을 제거하겠다"는 아주 대담한 목표였죠. 더욱이 충격적이었던 문구는 이것이었습니다.
"엔지니어 1명, 1개월, 100만 줄의 코드(1 engineer, 1 month, 1 million lines of code)"
이 엔지니어는 AI와 알고리즘을 결합해 거대한 코드베이스를 재작성하겠다는 전략을 언급했습니다. 개발자라면 이 문장을 보자마자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을 겁니다. 하나는 와, 저게 진짜 된다면 혁명이겠다는 경외심이고, 다른 하나는 제발 내 OS에서는 실험하지 말아 달라는 공포심입니다.
윈도우는 수십 년간 쌓여온 C와 C++ 기반의 거대한 성입니다. 커널부터 API까지 이 언어들로 단단히 결속되어 있죠. 그런데 이걸 AI에게 맡겨서 한 달에 100만 줄씩 Rust로 바꾼다? 8년 차인 제 경험상, 자동화 도구로 레거시를 마이그레이션 할 때 100% 완벽하게 돌아가는 꼴을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하물며 운영체제라면 작은 메모리 관리 실수 하나가 전 세계 PC의 블루스크린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커뮤니티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윈도우 11을 AI가 짠 코드로 덮어씌우는 거냐"는 우려가 쏟아졌죠. 논란이 커지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진화에 나섰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윈도우 11을 AI를 사용해 Rust로 재작성할 계획은 없다"는 것입니다.
해당 엔지니어 역시 게시물을 수정하며 해명했습니다.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체 로드맵이 아니라 자신의 팀이 수행하는 연구 프로젝트(Research Project)라는 것이죠. 언어 간 마이그레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지, 당장 윈도우의 심장을 들어내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개발자로서 이 해프닝이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첫째, Rust로의 전환은 분명한 흐름입니다. C와 C++은 강력하지만 메모리 안전성(Memory Safety)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가 과거에 C++로 작성된 오래된 결제 모듈을 유지보수할 때, 딱 한 줄의 포인터 연산 실수로 전체 데몬이 죽어버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Rust는 컴파일 단계에서 이런 메모리 참조 오류를 잡아주기 때문에 운영체제 레벨에서 도입하려는 시도는 매우 합리적입니다.
둘째, AI 코딩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회사 코드의 약 30%가 AI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단순한 보일러플레이트 코드나 유틸리티 함수를 AI가 짜는 것은 이제 일상입니다. 하지만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비즈니스 로직의 정합성을 검증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1개월에 100만 줄"이라는 슬로건은 연구 목표로는 훌륭하지만, 실무에 적용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실제로 제가 팀에서 레거시 API 서버를 최신 언어로 포팅하는 작업을 했을 때의 일입니다. AI 도구를 사용해 1차 변환을 시도했는데, 겉보기엔 멀쩡하게 돌아가는 코드가 특정 트래픽 상황에서 데드락을 유발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AI는 코드의 문법은 알지만, 그 코드가 10년 동안 겪어온 히스토리와 문맥(Context)까지 완벽히 이해하진 못했던 것이죠. 결국 그 부분을 사람이 직접 한 줄 한 줄 디버깅하며 수정해야 했습니다.
윈도우 11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램 누수 문제로 악명 높은 웹뷰(WebView2)나 일렉트론 기반 앱들의 최적화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커널 레벨의 급진적인 언어 교체는 위험 부담이 너무 큽니다.
결국 이번 소동은 "AI 만능설"에 대한 경계와 "Rust 도입의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연구실에서의 "1개월 100만 줄" 실험이 언젠가 우리에게 안전한 코드를 가져다줄 훌륭한 도구가 되기를 기대하지만, 지금 당장 제 PC의 운영체제가 AI의 실험장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됩니다.
기술은 급진적으로 발전하지만, 안정성은 보수적으로 지켜져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같은 개발자들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