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노래든 8비트 게임보이 감성으로 바꿔주는 'Wario Synth'를 뜯어봤습니다
어떤 노래든 8비트 게임보이 감성으로 바꿔주는 'Wario Synth' 프로젝트의 기술적 구현 방식과 Web Audio API, 그리고 클라이언트 사이드 처리의 이점을 분석합니다.
김영태
테크리드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테크리드 김영태입니다.
개발자로 일하다 보면 가끔씩 "이거 진짜 쓸모없는데 너무 재미있다!" 싶은 프로젝트를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엔지니어링의 본질이 문제 해결이라지만, 가끔은 순수한 호기심과 재미가 우리를 더 깊은 기술의 세계로 이끌기도 하죠. 오늘은 우연히 발견한 아주 흥미로운 프로젝트 하나를 소개하고, 그 안에 숨겨진 기술적인 포인트들을 짚어보려 합니다.
바로 어떤 노래든 순식간에 8비트 게임보이 버전으로 바꿔주는 'Wario Synth'라는 프로젝트입니다.
추억의 8비트 사운드, 브라우저 위에서 춤추다
솔직히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클릭했습니다. "그냥 MP3 파일 올리면 필터 좀 씌워서 변환해주는 거겠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뜯어보니 이 프로젝트, 생각보다 '진심'이었습니다.
Wario Synth의 핵심은 단순히 오디오 파일에 이펙트를 거는 게 아닙니다. MIDI 파일을 분석해서 브라우저 상에서 실시간으로 재합성(Resynthesis)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단순히 녹음된 소리를 변조하는 게 아니라, 악보(MIDI)를 읽어서 아예 게임보이 악기로 다시 연주한다는 뜻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게임보이 특유의 4채널 사운드 칩을 웹 기술로 완벽하게 모방하고 있습니다.
펄스 웨이브(Pulse Wave) 채널 2개: 멜로디와 하모니를 담당하는 삑삑거리는 소리
웨이브(Wave) 채널 1개: 주로 베이스 라인을 담당하는 묵직한 소리
노이즈(Noise) 채널 1개: 드럼이나 타악기 소리를 흉내 내는 지직거리는 소리
이 4가지 채널을 조합해서 우리가 아는 그 '칩튠'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거죠. 놀라운 건 이 모든 과정이 서버를 거치지 않고 100% 클라이언트(브라우저) 사이드에서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백엔드 개발자가 주목한 포인트: Web Audio API와 클라이언트 처리
저는 평소에 서버 리소스와 비용 효율화에 민감한 백엔드 개발자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프로젝트의 아키텍처가 꽤 인상 깊었습니다. 보통 오디오 처리나 변환 작업은 CPU 연산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파일을 서버로 업로드하고 백그라운드 워커(Worker)가 처리한 뒤 결과를 돌려주는 방식을 많이 씁니다.
하지만 Wario Synth는 과감하게 Web Audio API를 활용해 사용자의 브라우저에게 연산을 맡겼습니다.
// 대략적인 Web Audio API 오실레이터 사용 예시 (개념 설명용)
const audioCtx = new (window.AudioContext || window.webkitAudioContext)();
const oscillator = audioCtx.createOscillator();
// 게임보이 특유의 사각형 파형(Square wave) 설정
oscillator.type = 'square';
oscillator.frequency.setValueAtTime(440, audioCtx.currentTime); // A4 음
oscillator.connect(audioCtx.destination);
oscillator.start();이런 방식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서버 비용 절감: 오디오 처리에 드는 막대한 컴퓨팅 비용을 사용자의 기기로 분산시킵니다. 트래픽이 몰려도 서버가 터질 걱정이 덜하죠.
반응 속도: 업로드/다운로드 과정이 없으니 변환이 즉각적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모바일 기기나 사양이 낮은 PC에서는 버벅거릴 수 있고, iOS의 경우 정책상 사용자 인터랙션(탭)이 있어야만 오디오 컨텍스트가 활성화되는 까다로운 제약이 있죠. 실제로 Wario Synth 제작자도 iOS 오디오 정책 때문에 '오디오 활성화' 버튼을 따로 만들고 가이드를 적어두는 등 꽤 고생한 흔적이 보입니다.
AI 코딩 도구의 활용: Claude Code
이 프로젝트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건 사실 기술 스택의 마지막 줄이었습니다.
"TypeScript, Vite, Claude Code로 제작됨."
제작자는 대놓고 "P.S. 저는 Claude Code를 사랑합니다"라고 적어뒀더군요. 저도 최근에 팀 내에서 Cursor나 GitHub Copilot 같은 AI 도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는 그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MIDI 파싱 로직이나 Web Audio API의 복잡한 노드 연결 같은 건 사실 문서를 하나하나 찾아보며 짜려면 꽤 머리 아픈 작업입니다. 하지만 "게임보이의 4채널 사운드 칩 구조에 맞춰 오실레이터를 구성해줘"라고 AI에게 맥락을 잘 전달하면, 보일러플레이트 코드는 순식간에 만들어집니다.
개발자는 이제 '코드를 타이핑하는 사람'에서 '기술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조율하는 지휘자'로 변해가고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8비트 사운드를 구현하고 싶다는 아이디어(기획)와 Web Audio API라는 기술적 수단을 AI라는 도구로 빠르게 엮어낸 것이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재밌네, 끝." 하고 넘어가기엔 아까운 프로젝트입니다. Wario Synth는 우리 같은 현업 개발자들에게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브라우저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예전에는 네이티브 앱이나 서버에서만 가능했던 무거운 작업들이 이제는 웹 표준 API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WebAssembly나 WebGPU 같은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이 경계는 더 흐려질 겁니다. 여러분의 다음 프로젝트에서 "이거 서버에서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들 때, "클라이언트에서 처리할 순 없을까?"를 한 번쯤 고려해보세요.
레거시 기술의 재해석: MIDI는 1980년대에 나온 기술이고 8비트 사운드는 구시대의 유물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최신 웹 기술을 접목하니 힙하고 재미있는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기술의 가치는 '최신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힘: 제작자는 "비상업적 프로젝트, 재미로 만든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Web Audio API의 깊은 부분을 건드려보고, iOS 오디오 정책의 까다로움을 경험했을 겁니다. 이런 '삽질'의 경험이 실무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났을 때 해결하는 큰 자산이 됩니다.
오늘 퇴근길에는 좋아하는 노래를 8비트 버전으로 바꿔서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회사 동료들이랑 저희 제품 로고송을 게임보이 버전으로 바꿔서 들어봤는데, 묘하게 중독성 있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기술은 결국 사람을 즐겁게 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즐거운 코딩 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