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칭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 개발과 유지보수의 기술
프로그램 개발에서 런칭은 시작일 뿐입니다. 지속 가능한 서비스 운영을 위한 유지보수 전략, 관측 가능성 확보, 그리고 기술 부채 관리의 중요성을 CTO의 관점에서 공유합니다.
송찬영
CTO

"드디어 배포했습니다!"
슬랙 채널에 이 메시지가 올라오면 모두가 환호합니다. 며칠 밤을 새우며 맞춘 퍼즐 조각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어 세상에 나가는 순간이죠. 저 역시 주니어 시절에는 이 순간이 모든 고통의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좀 쉴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요. 하지만 CTO로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겪어온 지금, 저는 이 순간이 가장 두려운 시작점이라는 것을 압니다. 진짜 전쟁은 배포 버튼을 누른 직후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조직이 프로그램개발 과정에서 초기 기획과 코딩에 90% 이상의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런칭 일정을 맞추기 위해 기술 부채를 마구 쌓아 올리고, '일단 돌아가게만 만들자'는 식의 의사결정을 내리곤 하죠. 저도 과거에 그랬습니다. 화려한 런칭 파티가 끝나고 일주일 뒤, 고객들의 트래픽이 몰리자마자 서버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급하게 수정했던 코드는 겉잡을 수 없는 버그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유지보수 전략이 없는 개발은 시한폭탄을 안고 달리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요.

가장 먼저 마주한 문제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였습니다. 사용자가 "결제가 안 돼요"라고 제보를 해오는데, 로그를 아무리 뒤져봐도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에러 로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기능만 추가했기 때문이었죠.
개발자로서 겪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코드를 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짠 코드가 왜 죽었는지 모를 때 찾아옵니다. 당시 우리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운영 DB에 직접 접속해 데이터를 수정하는 위험천만한 짓까지 감행했습니다. 결국 데이터 정합성이 깨지면서 더 큰 사고로 이어졌죠. 이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유지보수'를 개발의 뒷전으로 미뤄둔 엔지니어링 문화의 문제였습니다.
프로그램이 출시된 후 가장 중요한 것은 '관측 가능성(Observability)'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서버가 죽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왜 죽었는지", "어떤 맥락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 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그 정책부터 완전히 뜯어고쳤습니다. 단순히 console.log를 남기는 수준을 넘어, 요청 하나하나에 Request ID를 부여하여 전체 트랜잭션을 추적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Sentry 같은 에러 트래킹 도구를 도입해 사용자가 겪는 문제를 우리가 먼저 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죠. 또한, APM(Application Performance Management) 도구를 활용해 병목 지점을 시각화했습니다.

효율적인 유지보수를 위한 또 하나의 핵심은 '안전한 변경'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레거시 코드가 무서운 이유는, 내가 건드린 이 한 줄이 시스템 전체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유지보수가 잘 되는 프로그램개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변경을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테스트 코드 작성을 타협할 수 없는 원칙으로 세웠습니다. 출시 일정에 쫓기다 보면 테스트 코드를 생략하고 싶은 유혹이 강하게 듭니다. 하지만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나중에 버그를 잡는 데 10배 이상의 시간을 쓰게 됩니다. 저희는 CI/CD 파이프라인에 자동화된 테스트를 심어두고,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배포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강제했습니다. 처음에는 속도가 느려진다고 불평하던 팀원들도, 배포 후 장애 빈도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보며 테스트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유지보수의 효율을 높이는 데 AI의 도움도 적극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레거시 코드를 분석하는 데 며칠이 걸렸지만, 지금은 Cursor나 GitHub Copilot 같은 도구를 활용해 코드의 의도를 빠르게 파악하고 리팩토링 제안을 받습니다. 특히 복잡한 SQL 쿼리 최적화나 문서화가 부족한 모듈을 분석할 때 AI는 든든한 페어 프로그래머 역할을 해줍니다. 기술 부채를 갚는 과정이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고, 오히려 흥미로운 탐험이 되기 시작한 것이죠.
성공적인 유지보수를 위해 실무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안합니다.
첫째, 모니터링의 사각지대를 없애세요. CPU나 메모리 사용량 같은 인프라 지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로직상의 핵심 지표(예: 분당 주문 건수, API 응답 시간)에 알람을 걸어두세요. 시스템이 멈추지 않아도 비즈니스가 멈출 수 있습니다.
둘째, 장애 회고(Post-mortem) 문화를 정착시키세요.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기 위함입니다. "김 대리가 실수했어요"가 아니라 "우리 배포 프로세스에 어떤 구멍이 있어서 실수를 막지 못했나"를 고민해야 합니다.
셋째, 문서화를 코드와 동기화하세요. 거창한 위키 페이지를 만드는 것보다, 코드 내의 주석이나 README 파일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훨씬 실용적입니다. 코드가 변경될 때 문서도 함께 수정되는 것을 PR(Pull Request) 리뷰의 필수 조건으로 삼으세요.
프로그램개발은 건물을 짓는 것보다 정원을 가꾸는 일에 가깝습니다. 완공 테이프를 끊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절에 맞춰 가지를 치고 물을 주며 끊임없이 가꿔야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출시 후의 코드는 살아있는 유기체입니다. 성장통을 겪기도 하고, 때로는 병들기도 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만들고 있는 코드가 6개월 뒤, 1년 뒤에도 동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세요. 화려한 신기술 도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 작성한 코드가 내일의 동료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런칭 후에도 튼튼하게 살아남는 서비스,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건강한 개발 문화를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