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은 결국 놀이가 되고, 놀이는 다시 기술이 됩니다: Blob Opera 커뮤니티 에디션을 보며
구글의 Blob Opera 커뮤니티 에디션을 통해 기술이 단순한 효율을 넘어 '놀이'와 '창의성'으로 확장되는 과정과 그 본질에 대한 고찰을 담았습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주말 아침, 트위터 피드를 훑어보다가 흥미로운 프로젝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s & Culture)에서 발표했던 실험적인 머신러닝 프로젝트, 'Blob Opera'의 커뮤니티 에디션이 공개되었다는 소식이었죠. addyosmani와 yell0wsuit라는 걸출한 엔지니어들이 주도한 이 프로젝트를 보며, 단순히 "재밌다"를 넘어 우리가 만드는 소프트웨어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기술 리더로서의 삶은 언제나 '효율'과 '비용'이라는 단어와 싸우는 과정입니다. "이 기술을 도입하면 개발 생산성이 얼마나 오르나요?", "이 AI 모델을 쓰면 운영 비용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나요?" 같은 질문들에 답해야 하죠. 저 역시 풀링포레스트에서 AI로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늘 ROI(투자 대비 수익)를 계산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기술을 바라보는 시선이 건조해지더군요. 코드는 비즈니스 로직을 수행하는 수단일 뿐이고, 아키텍처는 트래픽을 버티기 위한 구조물로만 보였습니다. 개발자들과의 1:1 면담에서도 "재미"보다는 "성장"이나 "성과"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기 일쑤였고요.
그런데 이 Blob Opera 커뮤니티 에디션을 보십시오. 네 마리의 젤리 같은 캐릭터가 사용자의 마우스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오페라 화음을 만들어냅니다. 베이스, 테너, 메조소프라노, 소프라노가 머신러닝 모델 위에서 조화롭게 노래하죠.
이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기술은 즐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글의 오리지널 버전이 머신러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모'였다면, 이번 커뮤니티 에디션은 오픈소스 생태계가 어떻게 그 기술을 가져와 '놀이'로 확장시키는지를 보여줍니다. 복잡한 신경망 모델이 브라우저 위에서 가볍게 돌아가고, 누구나 코드를 뜯어보고 개선할 수 있는 구조로 공개되었습니다.
CTO로서 제가 주목한 지점은 바로 이 '놀이로서의 기술'이 가진 잠재력입니다.
우리가 흔히 '혁신'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비장한 회의실이 아니라, 누군가의 호기심 어린 장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리눅스도 토발즈의 개인적인 프로젝트였고, 웹의 시초도 정보 공유를 위한 소박한 도구였죠. 개발자가 기술 자체를 즐기고 가지고 놀 수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창의성이 발휘됩니다.
풀링포레스트 팀에게도 늘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업무 시간에는 치열하게 고민하되, 사이드 프로젝트나 해커톤에서는 엉뚱한 짓을 해봐라."
실제로 우리 팀의 주니어 개발자 한 분이 최근 생성형 AI를 활용해 사내 점심 메뉴를 추천해 주는 아주 간단한 봇을 만들었습니다. 기술적으로 대단한 건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RAG(검색 증강 생성) 기술의 엣지 케이스를 발견하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었죠. 만약 그가 "이게 회사 매출에 도움이 될까?"라고 먼저 계산했다면 시작조차 안 했을 겁니다.
Blob Opera는 머신러닝이라는 딱딱한 기술을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UI)로 풀어냈습니다. 사용자는 복잡한 음악 이론이나 코딩을 몰라도, 그저 마우스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작곡가가 된 듯한 경험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AI 서비스의 미래가 아닐까요? 풀링포레스트가 만드는 솔루션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고객이 그 뒤에 있는 거대 언어 모델(LLM)이나 복잡한 파이프라인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도구를 사용하며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합니다.
기술적 의사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종종 'Why(왜)'를 묻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 이유가 단순히 "재밌어 보여서", "신기해서"여도 괜찮습니다. 그런 순수한 호기심이 모여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커뮤니티가 기술의 저변을 넓히며, 결국에는 산업 전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니까요.
오늘 하루, 여러분의 코드는 어떤가요? 기능 구현에 급급해 코드를 작성하는 즐거움을 잊지는 않으셨나요? 잠시 머리를 식히고 Blob Opera를 켜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그 젤리들이 만들어내는 화음 속에서, 우리가 왜 개발자가 되었는지, 그 처음의 설렘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술은 결국 사람을 향하고,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복무할 때 가장 빛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