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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질문'을 던지는 힘: 39C3가 남긴 것들 - 39C3 행사의 'Power Cycles' 주제를 통해 기술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엔지니어링의 본질과 보안
Future Insight

기술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질문'을 던지는 힘: 39C3가 남긴 것들

39C3 행사의 'Power Cycles' 주제를 통해 기술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엔지니어링의 본질과 보안,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찰을 전합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연말연시는 보통 다가올 기술 트렌드를 예측하는 화려한 리포트들이 쏟아지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조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곤 합니다. 바로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해커들의 축제, Chaos Communication Congress(CCC)입니다. 이번에 열린 제39회 행사(39C3)의 주제는 'Power Cycles'였습니다. 화려한 신기술 발표회장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기술 이야기,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엔지니어들의 집요한 탐구 정신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 역시 주니어 시절에는 기능 구현에만 급급했습니다. 코드가 돌아가기만 하면 만사형통이라 여겼고, 보안이나 사회적 영향력 같은 주제는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고민할 문제로 치부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조직을 운영하고 기술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서다 보니, 그 안일함이 얼마나 큰 기술 부채와 리스크로 돌아오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39C3의 세션 목록을 훑어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코리 닥터로우(Cory Doctorow)의 강연이었습니다. 그는 '인터넷의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 플랫폼이 사용자와 비즈니스 고객을 착취하며 품질이 저하되는 현상)에 저항하기'라는 다소 거친 제목으로 플랫폼의 윤리를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사회적인 비판을 넘어,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가 지속 가능하려면 어떤 아키텍처와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주제들이 많았습니다. '세탁기 해킹하기(Hacking washing machines)'나 '블루투스 헤드폰 재킹' 같은 세션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IoT 기기들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Agentic ProbLLMs' 세션은 최근 우리가 회사 차원에서 적극 도입하고 있는 LLM 기반 에이전트들이 보안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공격 벡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AI가 코드를 짜주고 업무를 자동화해 주는 편리함 뒤에는, 그 AI를 속여 시스템을 장악할 수 있다는 새로운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독일의 대중교통 티켓 시스템인 '도이칠란트티켓'의 대규모 사기 사건을 다룬 세션은 또 어떤가요. 산업 규모의 사기가 어떻게 기술적 허점을 파고드는지 분석한 내용을 보며, 저는 우리 팀이 개발 중인 결제 모듈의 로직을 다시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설마 누가 여기까지 뜯어보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엔지니어에게는 가장 위험한 적입니다.

개발자 여러분, 그리고 기술 리더 여러분.

우리는 흔히 '생산성'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견고함'을 놓치곤 합니다. Cursor나 GitHub Copilot 같은 도구가 코드를 순식간에 만들어주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가장 필요한 역량은 '의심하는 태도'입니다. "이 코드가 왜 작동하는지", "이 연결 고리가 끊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 데이터가 유출되면 사용자에게 어떤 피해가 가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해커의 마인드셋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이번 39C3가 보여준 것은 단순히 시스템을 뚫는 기술이 아닙니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에 대해 "정말 그럴까?"라고 반문하는 힘입니다. 레거시 시스템인 팩스나 구형 하드웨어를 집요하게 분석하고, 애플 실리콘에 리눅스를 이식하기 위해 밑바닥부터 뜯어보는 그들의 열정은 우리에게 '엔지니어링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소프트웨어는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단순히 기능을 구현하는 '코더(Coder)'를 넘어, 시스템의 맥락과 영향을 이해하는 '엔지니어(Engineer)'가 되어야 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39C3의 영상 중 하나라도 골라 시청해보시길 권합니다. 화려한 기술 트렌드 너머, 진짜 기술이 움직이는 원리를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기술은 계속 변하지만(Cycle), 그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은 언제나 강력한 힘(Power)을 가집니다. 여러분이 작성하는 오늘의 커밋 하나가 더 견고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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