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P32, 블루투스의 족쇄를 풀고 자유를 주다: 하드웨어 제어의 본질을 찾아서
ESP32 임베디드 환경에서 블루투스 스택의 제약을 넘어서는 '해방'의 의미와 하드웨어 최적화, 그리고 AI 시대 엔지니어가 갖춰야 할 본질적인 태도에 대해 다룹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최근 흥미로운 기술 아티클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Liberating Bluetooth on the ESP32(ESP32에서 블루투스 해방시키기)'라는 제목의 영상이었습니다. 비록 원본 링크는 자바스크립트 오류로 인해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저 제목 한 줄이 주는 울림이 꽤 컸습니다. 개발자로서, 그리고 기술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 '해방(Liberating)'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묘한 도전 의식을 자극하기 때문이죠.
오늘은 이 제목을 빌려, ESP32와 같은 임베디드 장비에서 블루투스 스택을 다루는 일이 왜 까다로운지, 그리고 우리가 기술의 제약을 넘어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왜 '해방'이어야만 했을까요?
ESP32는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가장 사랑받는 칩셋 중 하나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와이파이와 블루투스(BLE 포함)를 동시에 지원하니, '가성비의 제왕'이라 불릴 만합니다. 하지만 현업에서 이 칩을 깊이 있게 다뤄본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고통이 있습니다. 바로 '리소스 부족'과 '복잡한 스택'의 문제입니다.
ESP32의 공식 개발 프레임워크인 ESP-IDF는 훌륭하지만, 그 안의 블루투스 스택(Bluedroid 또는 NimBLE)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동시에 켜는 순간, 가용 메모리(Heap)는 급격히 줄어들고, 실시간 처리 성능은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마치 좁은 방에 코끼리를 억지로 밀어 넣은 형국이죠.

"블루투스를 켰더니 센서 데이터 수집 주기가 밀립니다."
"OTA(무선 펌웨어 업데이트) 중에 연결이 자꾸 끊어집니다."
주니어 개발자들이 종종 들고 오는 이 문제들은 단순히 코딩 실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드웨어의 한계와 소프트웨어의 무거움이 충돌하는 지점입니다. 여기서 '해방'이란, 제조사가 제공하는 기본 설정과 무거운 추상화 계층을 걷어내고, 하드웨어 본연의 성능을 쥐어짜 내는 과정을 의미할 것입니다.
기술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용기
사실 저도 과거에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스마트 팩토리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였는데, 수백 개의 BLE 센서 데이터를 1초 단위로 수집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본 라이브러리로는 도저히 요구 사항을 맞출 수 없었죠.
막막했습니다. 포기하고 더 비싼 칩을 써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팀원들과 함께 블루투스 컨트롤러 레벨까지 내려가 보기로 했습니다. 호스트 스택을 거치지 않고, HCI(Host Controller Interface) 패킷을 직접 제어하거나, 불필요한 프로파일 기능을 과감히 잘라내는 시도를 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메모리 사용량은 절반으로 줄었고, 반응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표준 스택'이 때로는 우리 발목을 잡는 족쇄였던 셈입니다.
AI 시대, 하드웨어 제어의 재해석
풀링포레스트에서 AI를 활용해 업무 방식을 혁신하고 있는 지금, 이 교훈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전반으로 확장됩니다.
요즘은 Claude나 Cursor 같은 AI 도구가 코드를 대신 짜주는 시대입니다. "ESP32 블루투스 연결 코드 짜줘"라고 하면 10초 만에 그럴듯한 코드가 나옵니다. 하지만 그 코드가 메모리를 얼마나 먹는지, 특정 상황에서 데드락(Deadlock)에 빠질 가능성은 없는지는 AI가 완벽히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결국 '해방'시키는 주체는 인간 엔지니어여야 합니다. AI가 짜준 코드를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원리를 이해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 Why에 집중하기:왜 제조사는 스택을 이렇게 설계했을까? 이 기능이 우리 서비스에 정말 필요한가?
- 로우 레벨(Low-level)에 대한 존중:때로는 비효율적인 고수준 언어나 라이브러리를 버리고, C나 어셈블리, 혹은 직접적인 레지스터 제어가 필요할 때가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
이 두 가지가 갖춰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기술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마치며: 당신의 코드는 자유롭습니까?
'ESP32에서의 블루투스 해방'이라는 제목은 비단 임베디드 개발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레거시 코드에 갇혀 있지는 않나요? 특정 프레임워크가 정해준 패턴 안에서만 사고하고 있지는 않나요? 기술 리더로서 제가 늘 팀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도구의 주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도구가 정해준 한계에 갇히지 말고, 필요하다면 그 벽을 부수고 나아가는 야생성이 필요합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이 작성하고 있는 코드가 관성적인 '구현'인지, 아니면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한 '해방'인지 한 번쯤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술의 깊은 숲속에서 길을 찾는 모든 개발자분들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