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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로 신뢰를 설계한다는 것: 게임 이론과 시스템 아키텍처의 만남 -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이 전하는 Dealta 프로젝트 분석. 게임 이론과 메커니즘 디자인을 통해 시스템
Engineering & Tech

코드로 신뢰를 설계한다는 것: 게임 이론과 시스템 아키텍처의 만남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이 전하는 Dealta 프로젝트 분석. 게임 이론과 메커니즘 디자인을 통해 시스템 아키텍처에서 신뢰를 구조화하는 방법을 탐구합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개발자로서 연차가 쌓이고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코드 자체보다 그 코드가 작동하는 '환경'과 '규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최근 깃허브를 탐색하다가 우연히 'Dealta'라는 프로젝트를 발견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블록체인 프로토콜이라서가 아니라, 이 프로젝트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의 본질이 우리의 엔지니어링 고민과 맞닿아 있었기에 꽤 오랫동안 백서와 코드를 들여다봤습니다.

솔직히 말해, 블록체인 씬에는 수많은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처리 속도(TPS)를 높이거나 수수료를 낮추는 성능 개선에 치중해 있죠. 그런데 Dealta는 조금 다른 지점을 건드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물리적 거래(Physical Trading)'에서의 신뢰 문제입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전자상거래 시스템은 '신뢰할 수 있는 제3자(Trusted Third Party)'를 전제로 합니다. 쇼핑몰 플랫폼이나 결제 대행사가 중재자 역할을 하죠. 하지만 탈중앙화된 환경에서, 디지털 자산이 아닌 '실물'을 거래할 때 서로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구매자가 물건을 받았는데 안 받았다고 우기거나, 판매자가 벽돌을 보내고 보냈다고 우기면 시스템은 속수무책이 됩니다.

보통의 개발자라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스크로 로직을 더 복잡하게 짜거나, 검증 노드를 늘리는 방식을 택했을 겁니다. 저 역시 과거에는 모든 예외 상황을 if-else 문으로 제어하려 했으니까요. 하지만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허점은 늘어나고, 유지보수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Dealta는 이 문제를 기술이 아닌 '수학'과 '경제학', 즉 게임 이론(Game Theory)으로 풀어내려 시도합니다. 내시 균형(Nash Equilibrium)을 프로토콜 레벨에 도입하여, 참여자들이 속임수를 쓰는 것보다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 되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중앙의 감시자 없이도, 시스템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이기적인 욕망이 자연스럽게 '신뢰'라는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메커니즘 디자인(Mechanism Design)이라고 부르죠.

이 프로젝트의 저장소를 살펴보면 DealtaCore는 C++로 작성되어 있고, 비잔틴 장애 허용(BFT) 같은 익숙한 용어들도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주목한 건 코드 한 줄 한 줄의 기교가 아니라, "어떻게 시스템이 스스로 질서를 유지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아키텍처적 고민이었습니다.

이것은 우리 풀링포레스트가 조직을 운영하고 프로덕트를 만드는 방식에도 큰 시사점을 줍니다. 우리는 종종 팀원들이나 사용자가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원할 때, 규율을 만들거나 UI로 강제하려 합니다. "커밋 메시지 규칙을 지키세요", "배포 전에는 반드시 체크리스트를 확인하세요"라고 말이죠. 하지만 가장 강력한 시스템은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규칙을 지키게 만드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귀찮은 일이 아니라, 작성했을 때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퇴근이 빨라지는 구조를 만든다면? 굳이 잔소리하지 않아도 문화는 정착됩니다. Dealta가 보여준 게임 이론 기반의 접근법은, 결국 "인센티브 구조가 잘 짜인 시스템은 관리 비용이 0에 수렴한다"는 엔지니어링의 진리를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물론 Dealta는 아직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로 보이고, 실제 물리적 세계의 변수들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구현(Implementation) 이전에, 문제 해결을 위한 설계(Design)의 차원에서 '신뢰를 코드로 구조화'하려는 시도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개발자 여러분, 때로는 IDE에서 눈을 떼고 시스템의 전체적인 역학(Dynamics)을 바라보시길 권합니다. 단순히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혹은 동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판'을 짜는 것. 그것이 시니어 엔지니어로, 그리고 테크 리더로 성장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오늘도 더 나은 구조를 고민하는 모든 개발자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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