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OOLING FOREST
1983년 1월 1일, 인터넷이 비로소 하나의 언어로 대화하기 시작한 날 - 1983년 1월 1일, ARPANET이 TCP/IP를 표준으로 채택하며 현대 인터넷의 기반이 닦였습니다. 기
Future Insight

1983년 1월 1일, 인터넷이 비로소 하나의 언어로 대화하기 시작한 날

1983년 1월 1일, ARPANET이 TCP/IP를 표준으로 채택하며 현대 인터넷의 기반이 닦였습니다. 기술 표준화가 가져온 연결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김영태

테크리드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테크리드 김영태입니다.

새해가 밝으면 개발자들은 보통 새로운 기술 스택이나 올해의 로드맵을 고민하곤 합니다. 하지만 기술의 역사에서 1월 1일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바로 1983년 1월 1일, ARPANET이 기존의 NCP(Network Control Program)를 버리고 TCP/IP를 표준 프로토콜로 채택하며 전면적인 전환을 시작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Internet)'의 기반이 닦인 순간이죠.

솔직히 말해, 인프라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이 역사를 다시 읽어보니 등줄기에 땀이 흘렀습니다. 당시 엔지니어들이 겪었을 압박감이 고스란히 전해졌거든요. 기존에 잘 돌아가던(물론 한계는 있었지만) 시스템을 셧다운하고, 새로운 표준으로 갈아끼우는 작업이라니요. 그것도 수많은 연구소와 대학이 얽혀 있는 네트워크에서 말입니다.

당시 상황은 지금의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 대통합 프로젝트와 비슷했을 겁니다. 1983년 이전의 네트워크 환경은 그야말로 '바벨탑'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벤더의 장비, 호환되지 않는 독점 프로토콜들이 난립했죠. NCP는 ARPANET 내부 통신은 가능하게 했지만, 네트워크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인터넷워킹(Internetworking)' 기능은 전무했습니다. 마치 우리 팀이 초창기에 레거시 시스템과 신규 MSA 서비스를 연동할 때, 프로토콜이 맞지 않아 API 게이트웨이 앞에서 며칠 밤을 새우던 그 시절처럼 막막했을 겁니다.

저도 풀링포레스트 초기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서비스 간 통신 규약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팀은 REST를, 어떤 팀은 자체 바이너리 프로토콜을, 또 다른 팀은 gRPC를 도입하겠다고 주장했죠. 트래픽이 몰리는 이벤트 날이면 서비스 간 연결이 끊어지기 일쑤였고, 로그를 까보면 서로 다른 언어로 소리치다 지쳐버린 서버들의 비명만 가득했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기술의 우위보다 중요한 것은 '표준'과 '합의'구나."

1983년의 결단이 위대한 이유는 단순히 TCP/IP라는 기술이 기술적으로 우아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핵심은 '개방성'과 '벤더 중립성'이었습니다. TCP/IP는 특정 기업의 소유물이 아닌 오픈 스탠다드였고, 구현이 자유로웠으며, 무엇보다 확장 가능했습니다. 이 결정 덕분에 1984년까지 미국과 유럽의 100개가 넘는 대학 및 연구 시설이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묶일 수 있었습니다. 폐쇄적인 생태계가 개방형 생태계로 진화하는 결정적 계기였죠.

개발자로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명확합니다. 우리는 종종 "더 빠른 것", "더 최신인 것"에 매몰되곤 합니다. 하지만 시스템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생존과 확장을 결정하는 것은 '얼마나 유연하게 연결될 수 있는가'입니다. 제가 주니어들에게 PR 리뷰 때마다 인터페이스의 통일성이나 표준 준수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당장 코드를 짜기는 귀찮아도, 표준을 지킨 코드는 나중에 어떤 이질적인 시스템과 붙여놔도 살아남으니까요.

최근 우리 팀은 레거시 시스템을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으로 옮기면서 Istio 기반의 서비스 메쉬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통신을 표준화하고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40년 전 선배 개발자들이 NCP를 걷어내고 TCP/IP를 깔면서 꿈꿨던 것도 아마 이런 '연결의 자유'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1983년 1월 1일의 전환은 단 하루 만에 끝난 이벤트가 아니었습니다. 6월까지 이어진 치열한 마이그레이션 기간이 있었죠. 지금 여러분이 맡고 있는 리팩토링이나 마이그레이션 작업이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면, 오늘날 인터넷의 아버지들도 똑같은 고민을 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그 고통스러운 표준화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 제가 이렇게 블로그를 쓰고 여러분이 이 글을 읽을 수 있는 세상이 온 거니까요.

올해도 기본에 충실하며, 서로 다른 것들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읽으신 내용, 귀사에 적용해보고 싶으신가요?

상황과 목표를 알려주시면 가능한 옵션과 현실적인 도입 경로를 제안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