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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역설적이게도 '검색' 본질에 집중한 엔진을 발견하다 - AI가 모든 것을 요약해주는 시대, 역설적으로 'No AI, No Ads'를 외치는 검색 엔진 nilch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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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역설적이게도 '검색' 본질에 집중한 엔진을 발견하다

AI가 모든 것을 요약해주는 시대, 역설적으로 'No AI, No Ads'를 외치는 검색 엔진 nilch를 통해 기술의 본질과 엔지니어링의 가치를 다시 돌아봅니다.

김영태

테크리드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테크리드 김영태입니다.

요즘 개발자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단연코 AI죠. 저 역시 매일 아침 눈 뜨면 쏟아지는 새로운 LLM 모델 소식에 정신이 없습니다. 사내 슬랙 채널에도 "이거 봤어요? Cursor에 이 기능 추가됐대요", "Claude 3.5 성능 미쳤네요" 같은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요. 8년 차 개발자인 저도 가끔은 이 속도를 따라가기가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해커뉴스(Hacker News)를 둘러보다가 제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제목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No AI, No Ads, Just Search."

AI도 없고, 광고도 없다니.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선언을 하는 검색 엔진이라뇨. 이름은 nilch였습니다. 호기심 반, 의구심 반으로 들어가 봤는데, 이 투박한 프로젝트가 저에게 꽤 신선한 충격을 주더군요. 오늘은 이 작은 검색 엔진 이야기를 빌려, 우리가 기술을 대하는 태도와 '본질'에 대해 잠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너무 똑똑해서 피곤한 AI 검색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최근 구글 검색보다 Perplexity나 ChatGPT에게 물어보는 빈도가 훨씬 늘었습니다. 특히 에러 로그를 분석하거나 보일러플레이트 코드를 짤 때는 AI만 한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가끔은 AI가 너무 똑똑해서 피곤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단순히 특정 라이브러리의 최신 버전 공식 문서를 찾고 싶은데, AI는 그 문서를 요약해주려고 애를 씁니다. 요약이 완벽하면 좋겠지만, 가끔은 환각(Hallucination)이 섞여 있거나 미묘하게 뉘앙스가 다른 설명을 내놓기도 하죠.

"아니, 내 말 좀 그만 자르고 그냥 원본 링크를 줘!"라고 외치고 싶은 순간, 다들 한 번쯤 있으시죠?

'검색'이라는 행위의 군더더기 덜어내기

nilch는 그런 갈증을 정확히 파고듭니다. 개발자가 만든 비영리 프로젝트인데, 슬로건이 아주 직관적입니다.

nilch: No AI, no ads, just search.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검색창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죠.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도 지극히 고전적입니다. 광고 배너가 시선을 뺏지도 않고, "AI가 생성한 답변입니다"라며 화면 절반을 가리지도 않습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건 DuckDuckGo(DDG)의 'Bang' 기능을 그대로 지원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개발자라면 !gh (GitHub 검색), !so (Stack Overflow 검색) 같은 단축키에 익숙하실 텐데요. nilch는 자체적인 인덱싱 기술보다는, 기존의 효율적인 검색 문법을 수용하면서 '사용자 경험(UX)의 순수성'을 지키는 데 집중한 것 같습니다.

기술적 복잡도와 본질의 가치

풀링포레스트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예전에 사내 백오피스 시스템을 개편하면서 "요즘 유행하는 대시보드 기능을 다 넣어보자"라고 의욕을 불태웠던 적이 있었죠. 온갖 차트와 실시간 알림, 예측 모델까지 붙였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운영팀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왔습니다.

"영태 님, 다 좋은데요... 그냥 주문 번호로 고객 조회하는 페이지가 어디 갔는지 못 찾겠어요."

시스템은 화려해졌지만,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단순 조회'라는 본질적인 행위는 오히려 느리고 복잡해진 겁니다.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기술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지, 기술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요.

화려한 AI 기능이나 복잡한 추천 알고리즘 없이도,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검색 엔진의 본질일 겁니다. nilch는 그 점을 우리에게 다시 상기시켜 줍니다.

백엔드 개발자로서의 시선

기술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런 경량화된 서비스는 인프라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AI 모델을 서빙하려면 막대한 GPU 리소스와 비용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텍스트 기반의 인덱싱과 검색 로직만 존재한다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리소스로도 전 세계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죠.

비영리(Not-for-profit)로 운영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서버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지 않으니, 광고를 붙여서 수익을 낼 압박에서 자유로운 것이죠.

저희 팀에서도 최근 마이크로서비스(MSA) 중 일부를 리팩토링하면서 불필요한 의존성을 걷어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복잡한 ORM 대신 가벼운 QueryMapper로 전환하고, 무거운 프레임워크 기능을 덜어냈더니 응답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더군요. 때로는 '무엇을 더할까'보다 '무엇을 뺄까'가 훨씬 중요한 엔지니어링 역량이 됩니다.

마치며: 가끔은 아날로그한 쉼표가 필요해

물론 저는 앞으로도 코딩할 때 AI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겁니다. Copilot 없는 코딩은 이제 상상하기 힘드니까요. 하지만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데이터가 필요할 때는 이런 심플한 검색 엔진을 종종 찾게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개발하다 머리가 복잡할 때, 혹은 AI가 주는 떠먹여 주는 정보 말고 내가 직접 원본 소스를 파헤치고 싶을 때, 한 번쯤 nilch 같은 도구를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기술의 홍수 속에서, 가끔은 이렇게 담백한 도구가 우리에게 "개발의 본질이 뭐였더라?" 하고 묻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오늘도 본질에 집중하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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