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리즘이라는 포뮬러 원, 우리는 누구에게 운전대를 맡겼나
프랑스와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의 청소년 소셜 미디어 규제 흐름을 통해, IT 엔지니어로서 기술적 효율성과 윤리적 책임 사이에서 고민해야 할 지점을 짚어봅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최근 프랑스에서 들려온 소식 하나가 기술 리더들의 단체 채팅방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프랑스가 2026년 9월부터 15세 미만 아동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금지하고, 고등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까지 막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입니다.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플랫폼 접속을 금지한 데 이어, 유럽의 거대 국가인 프랑스마저 이 흐름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단순히 '해외 토픽'으로 넘기기엔 우리 같은 IT 종사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너무나 큽니다.
솔직히 말해, 이 뉴스를 접하고 개발자로서 복잡한 심경이 들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포뮬러 원(Formula One)' 경주용 차에 비유했습니다. "아이들이 운전을 배우기도 전에 F1 차량에 태워 시동을 걸게 하는 것과 같다"는 그의 말은, 플랫폼을 만드는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그동안 사용자가 얼마나 더 오래 머무는지(Retention), 얼마나 더 자주 앱을 여는지(Engagement)를 핵심 지표로 삼아 서비스를 고도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고도화된 기술이 아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속도의 경주차였다면, 엔지니어로서의 윤리적 책임은 어디까지일까요.
프랑스 의회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틱톡과 같은 플랫폼은 아이들에게 '천천히 퍼지는 독(slow poison)'과 같다고 합니다. 알고리즘이 사용자를 필터 버블(Filter Bubble) 안에 가두고, 자극적인 콘텐츠의 바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한다는 지적입니다. 저 역시 풀링포레스트에서 AI를 활용한 추천 로직을 다루고 있지만, 이 '효율성'이라는 칼날이 보호받아야 할 대상에게 향할 때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현실적으로 이 법안이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구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VPN 우회나 부모 명의 도용 같은 허들은 여전히 존재하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술적 구현 가능성보다 '사회의 합의'가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덴마크, 노르웨이, 말레이시아 등 여러 국가가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무제한적 연결'이 더 이상 무조건적인 선(善)이 아니며, 기술 기업이 만든 디지털 환경이 공공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프랑스 법안 초안에 포함된 15~18세 대상의 '디지털 통금(Digital Curfew)' 아이디어는 인상적입니다. 밤 1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접속을 차단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서비스의 트래픽 피크 타임을 강제로 조정하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엄청난 리스크지만, 사용자 경험(UX) 관점에서는 '수면권 보장'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강제하는 셈입니다.
우리는 이제 '중독성 있는 서비스'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서비스'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MAU(월간 활성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도파민을 자극하는 UI/UX를 설계하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풀링포레스트 팀원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기술은 사람을 돕는 도구여야지 사람을 삼키는 늪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번 규제 흐름은 우리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숙제를 안겨줍니다. 연령 인증 시스템의 고도화,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유해 콘텐츠를 필터링하는 온디바이스 AI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사용자의 디지털 웰빙을 고려한 알고리즘 설계가 그것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가 만든 차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엔지니어링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고 불평하기 전에, 우리가 만든 혁신이 누군가에게는 흉기가 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앞으로의 기술 경쟁력은 '얼마나 자극적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고 윤리적인가'에서 나올 것입니다. 그 변화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어떤 코드를 작성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