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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불러온 메모리 기근, 이제는 '최적화의 시간'입니다 - AI 열풍으로 인한 전 세계적 메모리 부족 사태 속에서, 엔지니어링의 본질인 '최적화'의 중요성을 풀링포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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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불러온 메모리 기근, 이제는 '최적화의 시간'입니다

AI 열풍으로 인한 전 세계적 메모리 부족 사태 속에서, 엔지니어링의 본질인 '최적화'의 중요성을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이 공유합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최근 2026년 예산안을 검토하다가 인프라 비용 항목을 보고 한참 동안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클라우드 비용, 특히 메모리(RAM) 관련 인스턴스 비용이 예상치를 훨씬 웃돌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단순히 우리 팀이 리소스를 방만하게 쓰고 있다고 생각해서 화가 날 뻔했습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이건 우리 팀만의 잘못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자원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신호였습니다.

최근 NPR과 TrendForce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말 현재 DRAM 칩의 수요가 공급을 10% 이상 초과하고 있습니다. 제조사들이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위한 고대역폭 메모리 생산에 올인하면서, 우리가 흔히 쓰는 서버용, PC용 일반 RAM 생산이 뒷전으로 밀려난 탓입니다. AI가 문자 그대로 메모리 칩을 '삼키고' 있는 형국이죠. 그 결과 DRAM 가격은 지난 분기에만 50%가 뛰었고, 다음 분기에는 40%가 더 오를 것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를 포함한 많은 기술 리더들이 그동안 '풍요의 시대'에 취해 있었습니다. "메모리가 부족하면 서버를 더 늘리면 되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드웨어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아래, 코드 한 줄의 효율성보다는 빠른 기능 구현(Feature Delivery)에만 몰두했습니다.

풀링포레스트 개발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얼마 전, 간단한 백그라운드 데이터 처리 로직을 배포했는데, 며칠 뒤 AWS 비용 알람이 울렸습니다. 과거에는 문제없었을 정도의 메모리 누수(Memory Leak)였지만, 오토스케일링이 널뛰기를 하면서 비싸진 인스턴스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입니다. 단순히 코드를 짠 개발자의 실수가 아니었습니다. 리소스가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한, 그리고 효율성을 '나중의 일'로 미뤄둔 엔지니어링 문화의 부채가 터진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제 '최적화(Optimization)'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2027년 마이크론의 새 공장이 가동되기 전까지, 이 병목 현상은 계속될 것입니다. 하드웨어를 돈으로 해결하는 시대는 잠시 멈췄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사내 해커톤의 주제를 'Memory Diet'로 잡았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던 거대 라이브러리를 경량화하고, Node.js의 가비지 컬렉션 패턴을 분석하고, 필요한 경우 Rust와 같은 메모리 안전성과 효율성이 높은 언어로 핵심 모듈을 재작성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AI 도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Cursor나 Claude 같은 AI 코딩 어시스턴트에게 "이 함수의 메모리 복잡도를 줄여줘"라고 요청하거나, 레거시 코드의 비효율적인 루프를 찾아내게 합니다. AI 때문에 메모리가 부족해졌지만, 그 AI를 활용해 메모리를 아끼는 코드를 짜는 셈이죠.

주니어 개발자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리소스가 제한적인 시기는 여러분에게 오히려 기회입니다. 단순히 프레임워크의 사용법만 익히는 것을 넘어, 컴퓨터 구조와 메모리 관리, 그리고 효율적인 알고리즘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기 때문입니다. 풍족한 환경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결핍의 상황에서는 선명하게 보입니다.

기기 가격이 오른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필요한 장비는 미리 사두시는 게 좋겠지만, 개발자로서는 지갑을 여는 대신 프로파일러(Profiler)를 켜야 할 때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AI 트렌드 이면에는, 결국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 하는 엔지니어링의 본질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지금의 이 '메모리 보릿고개'가 우리를 더 단단하고 똑똑한 엔지니어링 조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힘든 시기지만, 본질에 집중하며 함께 성장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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