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줄의 코드를 1원에 만드는 시대, CTO가 본 생존의 조건
코드 100줄을 생산하는 비용이 40만 원에서 1원이 된 시대. 풀링포레스트 CTO가 말하는 AI 시대 개발자의 생존 조건과 바이브 코딩(Vibe Coding)에 대하여.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최근 엔지니어링 리더들 사이에서 꽤 충격적인 계산법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코드 100줄(LoC)을 생산하는 비용'에 대한 비교입니다. 서구권의 숙련된 개발자가 100줄의 코드를 짜는 데 드는 비용은 인건비를 고려했을 때 약 300달러, 우리 돈으로 40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반면, 최신 LLM(거대언어모델)이 같은 양의 코드를 생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요? 0.001달러, 즉 1원 남짓입니다.
이 40만 1의 격차를 마주했을 때, 솔직히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단순히 AI가 싸고 빠르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알던 '소프트웨어 개발'의 정의가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는 신호였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최근 기술 업계에서 안드레아 카파시(Andrej Karpathy)가 언급해 화제가 된 '바이브 코딩(Vibe Coding)'과, 이를 현업에 적용하며 제가 느낀 위기감과 기회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해요.
처음 우리 팀에 GitHub Copilot이나 Cursor 같은 도구를 도입했을 때만 해도, 저는 그저 "생산성이 20~30% 정도 오르겠거니"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상은 훨씬 급진적이었습니다. 이제 개발은 한 땀 한 땀 코드를 타이핑하는 '수공예'가 아니라, AI 에이전트들에게 방향을 지시하고 결과를 조율하는 '지휘(Orchestration)'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풀링포레스트에서도 초반에는 뼈아픈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단순 반복 작업은 AI에게 맡기자"며 백로그에 쌓여있던 레거시 모듈 마이그레이션 작업을 에이전트에게 통째로 넘겼던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AI는 지치지도 않고 엄청난 속도로 코드를 쏟아냈지만, 우리는 곧바로 거대한 '병합의 벽(Merge Wall)'에 부딪혔습니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코드가 실제로는 엉뚱한 라이브러리를 호출하거나(환각), 우리 시스템의 전체 아키텍처와 맞지 않는 로직을 포함하고 있었던 거죠. AI가 25배 빠르게 코드를 짠다는 건, 통제력을 잃을 경우 25배 빠르게 버그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AI에 대한 '신뢰'는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최소 2,000시간 이상의 치열한 사용 경험과 검증을 통해 쌓이는 데이터라는 것을요.
이 경험 이후, 저는 팀의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이제 우리는 개발자들에게 "코드를 짜라"고 하지 않고 "의도를 정의하고 검증하라"고 주문합니다. 시니어 엔지니어의 역할은 더 이상 복잡한 구문을 암기해서 빠르게 치는 것이 아닙니다. AI 에이전트가 만들어온 결과물이 전체 시스템의 정합성에 맞는지 판단하고, 비즈니스 로직의 허점을 찾아내는 '설계자'이자 '감독관'이 되어야 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니어 개발자들의 약진이 무섭다는 점입니다. 과거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그들은 AI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에러가 나면 다시 프롬프트를 수정하며 기어코 작동하는 코드를 만들어냅니다. 어떤 면에서는 수작업을 고집하는 시니어보다 훨씬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해요.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주니어의 복수"라고도 부르더군요.
결국 핵심은 이것입니다. 100줄의 코드를 1원에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인간 개발자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무엇(What)'을 만들지 결정하는 통찰력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AI라는 유능하지만 가끔 엉뚱한 견습생 수십 명을 거느린 팀장처럼 일해야 합니다. 내 연봉만큼의 토큰(Token) 비용을 쓰지 않고 있다면, 오히려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기술의 파도에 휩쓸려 도태될 것인지, 아니면 그 파도 위에 올라타 능력을 10배, 100배로 증폭시키는 오케스트레이터가 될 것인지.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오늘도 터미널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개발자분들, 두려워하지 말고 AI라는 지휘봉을 잡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