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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UI 뒤에 숨겨진 본질, 텍스트로 돌아가는 웹 - 현란한 UI의 피로감 속에서 텍스트 전용 웹사이트가 주는 본질적인 가치를 살펴봅니다. AI 트렌드와 맞물린
Product Design

화려한 UI 뒤에 숨겨진 본질, 텍스트로 돌아가는 웹

현란한 UI의 피로감 속에서 텍스트 전용 웹사이트가 주는 본질적인 가치를 살펴봅니다. AI 트렌드와 맞물린 '텍스트 중심' 접근의 중요성과 DX 향상 방안을 공유합니다.

송찬영

CTO

안녕하세요. 풀링포레스트 CTO 송찬영입니다.

최근 웹 서핑을 하다 보면 피로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정보를 얻으러 들어간 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본문이 아니라 쿠키 동의 배너, 구독 유도 팝업, 그리고 화면을 가리는 현란한 애니메이션들이죠. 사용자 경험(UX)을 위한다고 붙인 수많은 기능이 역설적으로 사용자의 집중을 방해하고, 브라우저의 리소스를 무겁게 잡아먹는 상황을 우리는 매일 마주합니다.

개발자로서 이런 현상에 회의감을 느끼던 차에, 최근 해외 기술 커뮤니티에서 흥미로운 움직임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텍스트 전용 웹사이트(Text-only websites)’ 모음입니다. 테렌스 에덴(Terence Eden)이라는 개발자가 정리한 이 리스트는 아주 단순하지만 강력한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웹페이지 URL 뒤에 .txt.md를 붙이면, 모든 스타일시트와 자바스크립트를 걷어내고 오직 순수 텍스트(Plain Text)만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레트로 감성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몇몇 사이트에서 이 기능을 써보고 나니,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MIME typetext/plain으로 떨어지는 그 화면에는 HTML 태그도, 이미지를 위한 레이아웃 시프트(CLS)도 없었습니다. 오직 정보 그 자체만이 존재했죠. 로딩 속도는 0에 수렴할 만큼 빨랐고, 가독성은 그 어떤 모던 웹 디자인보다 명확했습니다.

풀링포레스트에서 기술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종종 ‘본질’을 잊고 ‘장식’에 치중하곤 합니다. 프론트엔드 프레임워크가 무거워질수록, 우리는 그 무거움을 감추기 위해 더 복잡한 최적화 기법을 도입합니다. 하지만 이 텍스트 전용 웹사이트들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전달하려는 것은 화려한 인터페이스인가, 아니면 가치 있는 정보인가?"

이러한 ‘텍스트 중심(Text-first)’ 접근은 단순히 인간 독자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 지점이 현재의 AI 트렌드와도 깊게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사내에서 LLM(거대언어모델)을 활용한 지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점이 있습니다. 화려한 디자인의 사내 위키나 문서 도구들은 인간이 보기엔 좋지만, AI가 정보를 긁어가기(Scraping)에는 최악의 구조라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HTML 태그와 스크립트는 토큰 낭비를 유발하고, 문맥 파악을 방해하는 노이즈가 됩니다.

만약 우리 서비스의 모든 페이지가 URL 끝에 .txt를 붙이는 것만으로 순수한 데이터 덩어리를 뱉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 첫째, 개발자 간의 소통 비용이 줄어듭니다. curl 명령어 한 번으로 문서를 터미널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개발자 경험(DX) 측면에서 엄청난 이점입니다.

  • 둘째, AI 에이전트와의 호환성이 극대화됩니다. Cursor나 Claude 같은 AI 도구에게 문맥을 제공할 때, 무거운 HTML 대신 정제된 텍스트 URL을 던져주면 처리 속도와 정확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실제로 이 아이디어를 얻은 후, 우리 팀은 내부 기술 블로그와 API 명세서에 'Raw Text View'를 지원하는 기능을 실험적으로 도입해 보고 있습니다. Accept 헤더에 따라 마크다운이나 텍스트를 반환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Daring Fireball이나 Gwern 같은 해외의 유명 기술 블로그들이 왜 이런 기능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물론 모든 웹사이트가 텍스트만 남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시각적 경험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개발자인 우리는 화려한 껍데기 없이도 정보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합니다. 텍스트만 남겼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서비스라면, UI가 논리의 빈약함을 가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가끔은 모니터의 화려한 색상을 끄고, 터미널의 흑백 화면 속에서 데이터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합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는 의외로 가장 단순한 텍스트 한 줄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지금 읽으신 내용, 귀사에 적용해보고 싶으신가요?

상황과 목표를 알려주시면 가능한 옵션과 현실적인 도입 경로를 제안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