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개발, 이제는 코드가 아니라 '생산성'을 설계해야 할 때
AI 시대의 웹개발, 단순한 코딩 실력을 넘어 도구를 활용해 비즈니스 가치를 설계하는 생산성 중심의 새로운 엔지니어링 문화와 리더십에 대한 통찰을 공유합니다.
송찬영
CTO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개발자가 AI에게 대체될 거라는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창의적인 아키텍처 설계와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 구현은 오직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자부했죠. 그런데 최근 몇 달간 Cursor와 Claude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그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코드를 빨리 짜는 수준이 아니라, 제가 3년 차 때 며칠 밤을 새워가며 고민했던 웹개발의 난제들을 이 도구들은 단 몇 초 만에 그럴싸한 답을 내놓더군요.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이건 진짜 개발이 아니야"라는 생각도 했었죠. 하지만 우리 팀 주니어 개발자가 AI 툴을 활용해, 시니어 개발자가 3일 걸릴 분량의 API 연동 작업을 반나절 만에 끝내고 PR을 올렸을 때, 저는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는 것을요. 이제는 '얼마나 코드를 잘 짜느냐'가 아니라, '도구를 얼마나 잘 활용해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내느냐'가 핵심 역량이 되었습니다.
제가 겪었던 가장 뼈아픈 실수는, AI를 그저 '자동완성 기능의 업그레이드 버전' 정도로만 치부했던 것입니다. 팀원들에게도 "기본기가 중요하다, AI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타이핑해라"라고 잔소리하곤 했죠.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경쟁사들이 AI 기반의 코딩 어시스턴트를 도입해 MVP 출시 주기를 절반으로 줄이는 동안, 저희 팀은 레거시 코드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었으니까요. 배포 날짜는 계속 밀리고, 팀원들의 번아웃은 심해져만 갔습니다. "우리가 진짜 잘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질문이 회의실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기술 리더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은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기술을 우리 팀의 무기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는 사실을요.

그 뒤로 저는 팀의 엔지니어링 문화를 완전히 뜯어고쳤습니다. 단순히 "AI를 써라"라고 지시한 것이 아닙니다. 웹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AI를 녹여내는 실험을 시작했죠.
첫 번째 변화는 '코드 리뷰'였습니다. 이전에는 오타나 변수명 같은 사소한 문제들을 지적하느라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1차 리뷰를 AI에게 맡깁니다. "이 PR에서 보안 취약점이 될 만한 부분은 어디지?", "이 로직을 더 효율적으로 리팩토링할 수 있는 방법은?" 같은 질문을 AI에게 먼저 던집니다. 덕분에 인간 개발자들은 아키텍처의 적합성이나 비즈니스 임팩트 같은 훨씬 더 고차원적인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문서화'입니다. 개발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작업 중 하나죠. 저희는 이제 기능 명세서만 잘 작성하면, AI가 기본적인 API 문서와 테스트 코드의 초안까지 작성해 주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습니다. 덕분에 문서와 코드의 싱크가 안 맞는 고질적인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지식의 공유'입니다. 시니어 개발자의 머릿속에만 있던 암묵지를 AI 모델에 학습시키거나, 프롬프트 라이브러리로 만들어 공유했습니다. 이제 갓 입사한 주니어 개발자도 "우리 회사의 에러 처리 컨벤션에 맞춰서 try-catch 블록을 짜줘"라고 요청하면, 10년 차 개발자가 짠 것과 유사한 품질의 코드를 생산해 냅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AI가 만들어낸 코드에 숨겨진 할루시네이션(환각)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고, 의존도가 너무 높아져서 간단한 로직조차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려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우리의 태도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팀원들에게 항상 이렇게 강조합니다. "AI는 여러분의 운전기사가 아니라 내비게이션입니다. 핸들은 여전히 여러분이 쥐고 있어야 해요." AI가 뱉어낸 코드를 검증할 수 있는 눈, 즉 '코드 문해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지금 웹개발 생태계는 그야말로 격변기입니다. 과거에는 프레임워크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정의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React나 Next.js의 새로운 기능을 외우는 것보다, 비즈니스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AI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능력이 개발자의 연봉을 결정짓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저희 팀의 변화를 보며 제가 느낀 것은, 기술은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AI 덕분에 줄어든 코딩 시간은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고민하고, 동료와 깊이 있는 토론을 나누는 시간으로 치환되어야 합니다. 기술적 부채를 갚는 데 급급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진짜 '가치'를 만드는 개발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계신가요? 혹시 익숙함이라는 함정에 빠져 새로운 변화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 하루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 파도 위에 올라타는 순간, 여러분은 단순한 코더(Coder)를 넘어 진정한 아키텍트(Architect)로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


